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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의 세무이야기] 세제로 자본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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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의 세무이야기] 세제로 자본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가

지난해 12월 24일 기획재정부는 ‘국내 자본시장 및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단순한 감세 정책이라기보다, 세금제도를 활용해 자본 이동의 방향을 조율하려는 정책적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주식, 국내 투자로 전환하면 양도세 감면

첫 번째로 눈에 띄는 제도는 이른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에 대한 세제 지원이다. 2025년 12월 23일 현재 보유 중인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해당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일정 기간 이상 장기 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비과세하거나 감면해 주는 내용이다. 1인당 일정 매도금액 한도 내에서 혜택이 적용되며, 국내 복귀 시점에 따라 감면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예고됐다. 이미 보유 중인 해외자산이 국내 투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 의도가 읽힌다.

환헤지를 선택하면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춘다

두 번째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환헤지 제도 도입과 세제 지원이다. 해외주식을 직접 매도하지 않더라도, 선물환 매도 등 환헤지를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일정 한도 내에서는 환헤지 관련 금액의 일부를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계산 시 추가 소득공제로 인정하는 구조다. 이 제도를 통해 개인투자자는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관리할 수 있고, 외환시장 측면에서는 외화 매도가 발생해 단기적인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책의 목적은 투자 안정과 외환시장 방어에 있다.

해외 자회사 배당금, 국내 환류 시 법인세 부담 완화

세 번째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도다.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적용되던 익금불산입률을 95%에서 100%로 상향해 사실상 전액 비과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는 국제조세상의 이중과세 조정을 넘어, 해외에 유보된 이익이 국내로 환류되는 과정에서 세금이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투자 판단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

이번 세제 패키지를 해석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투자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된다. 국내 투자를 선택했다고 해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해 주지 않는다. 당연히 이번 세제 지원 역시 투자 성과를 보장하는 장치는 아니다.

세제 혜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자자는 기대수익률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투자는 애국심의 영역이 아니라 수익과 위험을 비교하는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제 혜택이 실질적인 효과를 가지려면,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기업 공시의 투명성, 지배구조의 신뢰성, 불공정 거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등 국내 시장의 기대수익률 자체를 높이는 제도적 기반이 함께 마련돼야 투자자의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될 때, 세제 혜택은 일회성 유인이 아니라 자본의 국내 회귀를 이끄는 마중물이 된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은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자본의 흐름을 논할 때 부동산과 금융시장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투자는 개인 자산 관리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우는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금융시장은 신생기업과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성장 산업을 육성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의 기반을 확장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국내 자본시장 투자 유도와 외환 안정 정책은 방향성 측면에서 분명히 의미가 있다. 다만,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 등 다른 정책과의 시너지가 지속적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

마무리하며

세금제도 만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이번 세제 패키지는 투자자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그 선택이 외환 안정과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정책적 시도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 정책 방향이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되느냐에 있다. 자본은 언제나 가장 합리적인 곳으로 이동한다. 정책의 역할은 그 합리성이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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