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우리말을 40년 넘게 가르쳐 왔지만 참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단순한 모음 변이로 끝나지 않는 것도 있고,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 동음이의어, 이형태동음어 등 복잡한 것들이 많아서 우리나라 사람도 이해하기 힘든데,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오늘 주제로 삼은 ‘뒤처지다’와 ‘뒤쳐지다’도 자주 듣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혹자는 둘 중의 하나가 그릇된 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오늘 아침에 들어 온 질문인데, “교수님 아침마당이라는 프로그램 중에 ‘뒤처지다’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뒤쳐지다’의 오타가 아닌지요? KBS 같은 공영 방송에서 저러면 안 되는 것 같아서 질문합니다.”라고 하였다.
우선 답을 하기 전에 그 방송을 보아야지 정확하게 답을 할 수 있는 것이라, 마침 아내에게 물어 보았다. 방송의 내용은 외국인(나이지리아) 학생이 한국에 와서 공부해서 항공우주공학 박사과정에 다니면서 겪은 이야기를 하는 중에 한국어 능력이 한국인에게 미치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다면 ‘뒤처지다’가 맞는 표현이다. 내용을 알지 못하면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답변해 주었다.
“‘뒤처지다’가 맞습니다. ‘뒤쳐지다’도 표준어로 등재되어 있는 것으로 두 가지 다 표준어입니다. 다만 뜻이 다릅니다. ‘뒤처지다’는 ‘뒤에 남겨지거나 남보다 뒤떨어지다’의 뜻으로 공부하다가 남에게 미치지 못할까 봐 하는 걱정이므로 바른 표현입니다.”라고 해서 보냈다. 많은 독자들이 헷갈릴 것 같아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하였다.
우선 ‘뒤처지다’는 ‘뒤 ± 처-지-다’의 형태로 이루어진 말이다. 사전적으로 풀어 보면 첫째, ‘(기본의미)[(명)이 (명)에서](사람이나 동물이 무리에서) 뒤에 남겨지거나 남보다 뒤떨어지다’라는 의미로 형성된 것이다.
예문으로는 “태호가 자꾸 뒤처져 걷자 할아버지는 그를 업었다.”와 같이 쓸 수 있다. 여기서는 자동사로 쓰인 것이다.
다음으로 ‘떨어지다’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경우가 있다. 즉 ‘(실력이나 수준 따위가 다른 대상에) 못 미치거나 뒤로 처지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문으로는 “시골 학교의 교육 시설이 세종시 학교의 교육 시설보다 뒤처져 있다.”와 같다.
다음으로 ‘뒤쳐지다’에 관해 알아 보기로 하자. 우선 그 의미는 ‘뒤집혀서 젖혀지다’이다. ‘뒤집어지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즉 ‘뒤집은 상태가 되다, 지나치게 들뜨거나 흥분하는 상태가 되다, 뒤쪽으로 나아가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후진적’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발달의 단계가 일정한 수준에 비하여 뒤쳐져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예문을 보자.
바람에 현수막이 뒤쳐졌다.
남이 잘못해서 뒤쳐진 화투짝은 바꿔줘야 해.
와 같이 쓸 수 있다. 그러므로 ‘뒤쳐지다’는 ‘뒤집혀서 젖혀지다’라는 의미만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다른 사전을 보면 ‘뒤쪽으로 나아가다’의 의미로 “제가 걷는 속도가 느려서 자꾸 대열에서 뒤쳐지네요.”라는 예문이 나온 것이 있는데, ‘뒤에 남겨지거나 뒤떨어지다’의 뜻으로 쓸 때는 ‘뒤처지다’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이참에 정리해 보면 ‘뒤집혀서 젖혀지다’라는 의미로 ‘뒤쳐지다’를 사용하고, ‘뒤에 남겨지거나 남보다 뒤떨어지다, 못 미치거나 뒤로 처지다’의 의미로는 ‘뒤처지다’를 쓰는 것이 좋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