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종광대2구역 재개발 사업이 후백제 도성 성벽으로 추정되는 유적의 현지 보존 결정으로 중단되면서 전주시가 1천억 원대 보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번 사태는 갑작스러운 변수가 아니라, 이미 2008년부터 예견된 위험이었다는 점에서 전주시 행정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당장 전주시의회 김학송 의원은 지난 29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전주시의 재정이 이미 파탄 직전이며, 어쩌면 올해 안에 재정 부도를 맞을 수도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종광대 문제'를 끄집어 냈다.
그는 "이렇게 심각한 재정 상황에서 신규로 보상금만 1095억 원에 달하는 종광대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전주시는 위기 상황이고, 부도 위기이고, 세수는 펑크나고, 예산이 없어 국·도비 매칭도 못하고 돈이 없어 반납할 돈조차 없는데 과연 1095억 원에 달하는 종광대 사업을 꼭 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은 2008년 전주시에 보낸 공문에서 종광대 사업구역 내 유물 산포지 2개소 존재를 알리며, 발굴 조사 시 유적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고 장기간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아울러 가능한 범위에서 현상 보존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도 포함됐다.
그러나 전주시는 이같은 국가유산청의 경고 이후에도 개발 계획을 유지했고, 재개발 인가와 철거 절차를 진행했다. 전주시는 이후 "도심 재개발 지역 특성상 인가 단계에서 시굴·발굴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지만, 문화재 가능성을 전제로 한 사업 재검토나 보상 책임 구조 설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정적 전환점은 2024년 실시된 시굴·정밀발굴 조사였다. 조사 과정에서 후백제 도성 성벽으로 추정되는 축성 구조가 확인됐고, 2025년 초 국가유산 당국은 종광대2구역에 대해 조건부 현지 보존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민간 재개발은 사실상 중단됐고, 전주시는 조합과 토지 소유자에 대한 보상 절차에 착수했다. 전주시는 토지 보상비 약 1095억 원을 잠정 합의선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차입금 일부에 대해서는 선보상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보상 재원을 사전에 설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적이 확인될 경우 ▲누가 보상 책임을 질지 ▲국비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대안은 무엇인지 ▲도비 분담 가능성은 있는지 등에 대한 대비책이 없었다.
사실상 '국가유산 지정 후 국비 지원'을 기대하는 구조였지만, 지정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고 토지 보상비 전액 국비 지원도 보장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현재 구조는 국가 차원의 지원은 불확실한 반면, 실질적 현금 부담은 전주시가 떠안는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문화유적지 발견의 문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위험을 행정 의사 결정에 반영하지 못해 빚어진 구조적 실패"라고 지적한다.
2008년 경고 이후 개발 구역 조정, 단계적 조사, 재원 분담 원칙 수립 등 최소한의 위험 관리가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1천억 원대 보상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주시정연구원은 뒤늦게 지난 22일 종광대 토성을 조명한 '이슈브리핑'을 통해 "종광대 2구역에서 기반층-와적층-판축층으로 이어지는 축성 양상이 확인돼 종광대가 단순한 토루가 아니라 후백제 전주도성의 외곽 방어체계였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후백제 왕도 전주의 역사적 정체성을 논의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러면서 종광대 토성의 보존.정비 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현행 전북특별자치도 지정에서 국가지정으로의 승격 가능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미 십수 년 전 문화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를 간과하고 추진한 사업에서, 사전 검증과 재정 리스크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책임이 결국 시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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