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부동산 불로소득'에 추상같은 李대통령, '주식 불로소득'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부동산 불로소득'에 추상같은 李대통령, '주식 불로소득'은?

[기자의 눈] '오천피' 불장의 이면 'K-양극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쉴 틈 없이 부동산시장에 던진 메시지를 압축하면 '집값 오를 거란 기대를 버리고 주식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시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또 "저항이 만만치 않다"면서도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5월 9일 종료하기로 일찌감치 정해졌는데, 이를 믿지 않고 재유예를 당연시해 "비정상적 버티기"를 한다면 조세 원칙을 적용해 쓴맛을 보도록 하겠다는 경고다.

서울·수도권 다주택자와 '똘똘한 한 채' 집주인들이 누려온 세제 혜택부터 손질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머니 무브'를 촉진하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나라의 모든 돈이 부동산 투기로 몰려서 생산적 분야에는 돈이 제대로 가지 않게 되면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고 발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마침 '코스피 5000'을 조기 달성한 '불장'이 자산시장 참여자들에게 무대 전환을 유혹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보다 주식 선호도가 급상승 중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패러다임은 이미 바뀌었다"고 했다.

자산구조 전환을 정책 의지로 표현한 '생산적 금융'은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코스피지수 3000을 밑돌았던 지난해 6월에 이미 이 대통령은 "국민이 주식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도 받고 생활비도 벌 수 있게,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의 자본조달도 쉬울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 될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를 이기는 시장 없다"며 이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전면화한 자신감의 바탕은 일차적으로는 60%를 넘나드는 안정적 지지율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기로 한 방침이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여론조사기관의 분석도 있다. 아울러 정부의 성패까지 좌우하는 부동산 경기가 임기 초반부터 과열돼 위기감을 자극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기야 어쨌든 부동산에 쏠린 막대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순조롭게 이동하면 저평가된 기업들의 숨통을 틔우고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될 것이다. 주가가 상승하면 국민자산 총량도 늘어난다. 10대 경제 대국에서 주식 투자를 백안시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오로지 수익을 쫓는 돈의 눈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지 않고 가변적인 시장 상황을 부단히 살핀다. 부동산시장처럼 주식시장도 보유한 자본의 규모가 수익의 크기를 결정한다. 굴리는 돈이 많은 소수가 '영끌'이라는 벼랑 끝 전술까지 가동한 소액 투자자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불로소득을 얻어간다. 곡소리 나는 하락장을 견뎌 장기투자 과실을 챙길 지구력도 이들이 훨씬 강하다.

게다가 증시 활황의 다른 얼굴은 양극화 확대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시장이 과열될수록 자산 격차가 벌어진다. 후끈한 자산시장과 차가운 실물경제의 괴리도 크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게걸음이고 고용시장은 한파다.

양극화를 동반한 'K자형 성장'은 이 대통령도 크게 우려하는 바다. 지난 9일 이 대통령은 "지금 한국은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신년사에서 "K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코스피가 4% 넘게 올라 5,300선 목전에서 장을 마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도 금투세 도입 여건이 불충분한가?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 양극화의 그늘을 걱정하면서도 금융투자로 얻은 불로소득에 관한 이 대통령의 태도는 너그럽다.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과 엄정한 조세 원칙을 강조한 모습과 상반된다.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으로 유지해 상위 0.004%에 해당하는 초고액 자산가만 과세 대상으로 한정했다. 당초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올려놓은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명분 삼은 정치권 반발에 입장을 철회했다.

이 대통령은 "한 개 종목에 대해 50억 원까지 면세해줘야 하나"라면서도 "주식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생길 정도라면 굳이 (10억 원 기준을)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국회에 공을 넘기고 물러섰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을 적용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도 소식이 없다. 참여연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하면서 금투세에 대해서는 왜 다른 잣대가 적용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금투세 재도입을 요구했다.

금투세는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차익이 연간 5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22~27.5% 세율을 적용하도록 설계된 법이다. 2020년에 도입했지만 이후 정치권이 증시 위축이 우려된다며 시행을 거듭 미루다 2024년 12월 '계엄 정국' 속에도 여야가 손잡고 폐지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이던 이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를 수용한 이유로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금투세를 강행하는 게 맞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주식시장에 기대는 투자자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코스피지수가 3000~4000대에 도달하면 금투세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며 훗날을 기약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주가가 치솟은 지금도 대통령실과 여권에서 금투세 논의를 찾아볼 수 없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달 <시사인> 인터뷰에서 "모처럼 정상화된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금투세 도입을) 조금 연기해놓은 상태"라며 "한국 자본시장이 반석 위에 올라갔다는 확신이 생기는 단계가 되면 국내외 투자자들, 상장회사들과 같이 논의해봐야 한다. 합의가 돼야 한다"고 또 미뤘다.

조세 정책이 양극화 해결의 만병통치약은 물론 아니다. 다만 강자들의 자산 증식 속도를 늦추고 이를 재분배에 활용해 양극화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고소득층의 부와 소득 구성이 부동산에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으로 비중이 옮겨가고 있다"면서 금투세 재도입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제언하는 보고서를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정처는 또한 "과세 전반에 걸친 정책의 비일관성이 오히려 투자자의 판단을 왜곡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자산 증식의 대체수단으로 각광받는 주식시장에 일관성 있는 공정 과세 원칙을 적용하지 못하면 불평등 사회를 재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듯한 근로소득으로 버티며 재테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돌파하는 코스피 소식에 부러져가는 사다리를 절감한다. 이들은 고용시장에선 무쇠의 힘으로 진격하는 '아틀라스'와 겨뤄야할 처지다. 그럼에도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창업을 권하는 이 대통령 말에, 'K'자 아래방향 사선이 유난히 가팔라 보이는 설명절이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