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서해상의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중간 지점에서 미군 전투기와 중국 전투기가 대치한 상황이 벌어졌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평택 오산공군기지에서 이륙한 10여대의 미군 전투기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접근했고, 이에 중국 전투기도 대응 출격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도 중국인민해방군을 인용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한미군 전투기 여러 대가 중국 방공식별구역 인근에서 감시·정찰을 목적으로 하는 초계비행을 실시한 것 자체부터가 매우 이례적이다. 또 주한미군은 한국군에 훈련 성격과 목적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현재 주한미군 차원에서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이번 주한미공군의 초계훈련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주한미군은 통합전투사령부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 체계 아래에 있는 '보조 통합사령부(subordinate unified command)'이다. 미국 합참에 따르면, 보조 통합사령부는 통합전투사령부 예하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이는 한국 국방부의 해명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주한미군은 우리 군과 함께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건 주한미군이 한미연합사령부 소속일 때 가능한 얘기이다. 이번처럼 주한미군이 인태사령부의 지시를 받아 초계훈련을 벌이는 건 한미연합사와는 별개라는 뜻이다.
이로 인해 주한미군이 단독 훈련을 실시할 때 훈련 계획과 목적을 한국군과 공유하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이런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영토를 사용하는 주한미군의 활동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군이 모르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이 빈말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그는 2025년 11월에 동아시아 지도를 거꾸로 펼치고선 "한국은 한중 사이 해역에서 중국 활동에 대응하려는 서구에 접근성을 제공한다"며, "베이징 시각에서 보면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군 전력은 원거리 전략이 아니라 중국 주변에서 즉각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인접한 전력"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뒷받침하듯 이번에 주한미군의 전투기들은 오산기지에서 출격해 한중 사이 해역에서 초계훈련을 실시했다. 군산공군기지에서도 이러한 초계훈련이 간혹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은 미국이 21세기 들어 꾸준히 추진해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 및 국방전략(NDS) 보고서에선 일본 규슈에서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잇는 '제1 열도선'을 "집단 방어(collective defense)" 지역으로 명시하면서 동맹의 역할과 부담 증대 요구를 담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맹의 항구와 시설에 대한 미군의 더 강력한 접근 허용"이다.
"동맹의 현대화"라는 이름 하에 추진되고 있는 한미동맹 재편은 대북 억제의 1차적인 책임은 한국이 맡고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주안점을 두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활동이 한국 정부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것 자체가 심각한 주권 침해 요소를 안고 있다.
또 주한미군과 중국군 충돌시 우리가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미일동맹에는 사전 협의제라도 있지만 한미동맹에는 이조차도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재명 정부는 "동맹의 현대화"를 자주국방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자주국방은 대규모 군비증강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영토와 예산을 사용하는 주한미군에 대한 주권적 통제 방안도 마련해야 온전한 자주국방에 다가설 수 있다. 그 출발점은 한국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한국 영토를 발진기지로 삼고 있는 미국의 그릇된 관행부터 바로 잡는 데에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