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전북 방문은 취임 9개월 만이었다. 새만금 투자협약식과 타운홀 미팅으로 이어진 일정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컸다. 대통령뿐 아니라 과학기술·산업·에너지 등 핵심 부처 장관들이 함께 자리했고, 전북의 미래 산업과 직결된 정책 구상이 제시됐다. 외형만 보면 정부는 분명 ‘보따리’를 들고 내려온 자리였다.
AI와 피지컬 AI,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전략, 식품 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 구상까지 제시됐다. 정부는 전북을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한 축으로 세우겠다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다. 큰 방향은 던져졌다. 전북 입장에서는 이를 구체적인 실행 약속으로 전환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하지만 사전 추첨으로 선정된 도민 200명과 함께한 2시간의 타운홀이 끝난 뒤, 평가는 엇갈렸다. “보따리는 가득했는데, 정작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도민과의 대화에서는 인구 감소, 농어촌 기본소득, 송전선로 갈등, 청년 정착 문제 등 지역 현안이 잇따라 제기됐다. 모두 전북에겐 절박한 사안이다. 다만 대통령과 복수의 장관이 동시에 참석한 자리라는 점에서, 이미 발표된 사업의 세부 설계와 단계별 이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따져 묻는 질문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주에서 참석했다는 한 시민은 행사 직후 “이 정도 자리였다면 일정과 예산에 대한 확답을 끌어냈어야 했다”며 “발표된 내용이 이행되면 오늘 제기된 문제 상당수는 풀릴 수 있는데, 그 지점을 분명히 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직접 온 자리였던 만큼 우리도 더 치밀한 질문을 준비했어야 했다”며 “비전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짚어냈다면 훨씬 의미 있는 자리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예컨대 피지컬 AI 사업과 관련해선 1년 단위 고용 창출 규모, 지역 대학·기업과의 연계 구조, 국가 예산 반영 시점, 전북도의 추가 재정 부담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물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비전이 제시된 만큼, 그 사이를 채울 연차별 계획과 수치, 제도적 지원 조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평가다.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지원, 전주·완주 통합, 5극 3특 전략과 연계한 지원 방안 등 굵직한 지역 현안 역시 별다른 언급 없이 지나갔다. 대통령의 명시적 언급이나 조건부 지원 약속이 나왔다면 향후 논의의 지렛대가 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장면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번 타운홀은 중앙정부가 무엇을 준비했는지를 확인하는 데에는 의미가 있었지만, 전북이 무엇을 구체적으로 받아냈는지를 분명히 남기지는 못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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