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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지나다’와 ‘지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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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지나다’와 ‘지내다’

우리말은 비슷한 것도 많고,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도 많다. 비슷한 것은 발음상으로 헷갈리는 것이고, 동음이의어는 같은 글자이면서 뜻이 다른 것이다. 지난 번에 올린 ‘잃다’와 ‘잊다’는 발음이 비슷해서 틀리기 쉬운 것이고, 배라는 글자가 있을 때 문맥에 따라 ‘타는 배(선(船)’, ‘먹는 배(리(梨)’, ‘사람의 배(복(腹)’와 같이 다른 의미로 쓰이는 것들이 있다. 이럴 경우에 동음이의어라고 한다.

오늘은 찬송가에 있는 단어를 가지고 생각해 볼 것이 있어서 이렇게 서론을 길게 하고 있다. 과거에 어느 목사가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라고 하는 문장을 “주 예수보다 더 귀한 분은 없네”라고 고쳐야 한다고 해서 한동안 그렇게 불렀던 적이 있다. 무엇을 수식하고 있느냐의 문제인데, 우리말은 수식하는 말을 정하기가 참 어렵다. 예를 들면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의 친구’라고 하면, ‘마음씨 착한 사람’이 할아버지인지, 할아버지의 친구인지 헷갈린다. 이럴 경우에 문맥을 살펴서 그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사족을 달자면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라고 해도 전혀 문맥상 틀린 것은 아니다. 필자가 굳이 찬송가를 거론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익혀온 것이기 때문에 찬송가의 번역이 틀리거나 어법에 어긋나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번역도 어렵지만 우리말 어법에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은 ‘지나다’와 ‘지내다’의 의미를 구분해 보기로 한다. 우선 ‘지나다’에 관해 살펴보자. 사전적 의미는 ‘1. 어떤 시점 또는 일정한 기간을 넘어 흐르다. 2. 과거가 되다. 3. 통과하여 가거나 오거나 하다’이다. ‘지난날’은 ‘지나온 과거의 날, 역사상의 한 시대’를 이르는 말이고, ‘지난해’는 ‘이 해의 바로 앞의 해’라는 말이다. 예문을 보자.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복권 명당’이라는 간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경찰차 한 대가 들이닥쳤다.

미국으로 어학 연수를 온 지 한 달이 지나자 영어 기피증이 사라졌다.

와 같이 쓴다.

‘지내다’는 ‘1. 생활하거나 살아 나가다. 2. 사귀거나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오다. 3. 행하거나 겪어 내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제사지내다’라고 하면 ‘신령이나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차려 정성을 표하는 의식을 행하다, 음식을 차려 정성을 표하는 의식을 행하다’라는 의미가 있다. ‘생활하거나 살아나가다’의 뜻으로는 “그동안 잘 지냈다.”, “그동안 못 지냈다.” 등과 같이 쓴다. 예문을 더 보기로 하자.

어린 시절, 나는 당고모와 나이 차가 얼마 나지 않아서 친구처럼 지냈다.

음력설을 지내다.

태호는 장관을 지낸 친구와 깊은 인연이 있다.

등과 같이 쓴다. 그러므로 때에 따라서는 ‘살아오다’, ‘직을 나오다’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음을 본다.

그 집 앞을 지나다(o)

그 집 앞을 지내다(x)

시간이 지나다(o)

시간이 지내다(x)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많은 듣는 찬송 중에 “그 은혜가 내게 족하네. 이 괴로운 세상 지날 때 그 은혜가 족하네.”라는 구절을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이 세상 지낼 때(생활하거나 살아나갈 때)’라고 하는 것이 문맥상 부드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리적으로 지나가는 것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면서’라는 개념적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참 우리말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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