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권을 덮친 초대형 산불 1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제 현장은 끝나지 않은 아픔과 분노, 그리고 절박한 호소로 가득 찼다.
25일 안동 문화의거리에서 열린 추모제에는 지역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해 여성 소상공인, 고령 농민, 유가족, 농막 거주 주민, 여성 농업인 등 다양한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낭독자로 나서 지난 1년간의 고통과 현실을 증언했다.
첫 낭독에 나선 이상근 임하면대책위위원장은 “1년 전, 화산처럼 터진 불길이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집어삼켰다”며 “그날의 불은 지금도 가슴 속에서 꺼지지 않은 잔불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직면에서 온 여성 소상공인은 “평생의 삶이 한 줌 재가 됐다”며 “1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따뜻한 보살핌이 아닌 차가운 외면”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책임져야 할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며 책임 규명을 강하게 요구했다.
78세 고령 농민은 평생 일군 삶의 터전을 잃은 상실감을 담담히 전했다. 그는 “자식처럼 키운 나무와 집, 배까지 모두 잃었다”며 “좁은 임시주택에서 보낸 지난 1년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잘못도 없는 나는 고통 속에 있는데 책임져야 할 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간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 대표는 더 깊은 상처를 드러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찢기는 고통 속에서도 버티고 있지만, 돌아온 것은 희망고문뿐”이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남았다”고 말했다.
농막 거주 주민과 여성 농업인 역시 “법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과 “삶이 멈춰버린 절망감”을 호소하며 “우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런 고통을 감당해야 하느냐”고 울먹였다.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곳곳에서는 흐느낌이 터져 나왔고, 일부 참석자들은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훔쳤다. 현장은 단순한 추모를 넘어, 여전히 진행 중인 고통의 기록이자 사회적 책임을 묻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마지막 공동 결의문을 통해 △산불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 인정 및 진상 규명 △피해 주민에 대한 정당하고 완전한 보상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추모제를 마무리하며 지역대책위 대표는 “억울하게 떠난 이들의 넋을 기리고, 검게 탄 삶의 터전 위에 다시 희망이 돋아날 때까지 끝까지 버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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