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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현찰 나눠주기? 과한 표현"…여야정 회동, 시작부터 날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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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李대통령 "현찰 나눠주기? 과한 표현"…여야정 회동, 시작부터 날선 신경전

국정기조 전방위 전환 요구한 장동혁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李, 개헌 협조 당부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마주앉은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세 사람은 추가경정예산을 비롯한 국정 현안들을 둘러싸고 처음부터 거칠게 부딪혔다.

7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해 진행된 본격 회담에 앞서 공개적으로 이뤄진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모두발언부터 장동혁 대표는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 전면 전환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 역시 장 대표의 추경 항목 지적에 일부 수긍해 자세를 낮추면서도 "현금 포퓰리즘은 결코 아니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장동혁 "공소 취소한다고 물가 떨어지냐는 말 나와"

마이크를 먼저 잡은 장 대표는 "최근에 제가 집 6채 중에서 4채 처분하느라고 고생 좀 했다"며 뼈 있는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장 대표는 또 이 대통령이 지난 주말 여의도 벚꽃 축제에 다녀간 점을 언급하며 "기름값, 밥값이 두려워서 마음 편케 나들이 나서는 것도 무서웠던 어려운 형편의 국민들도 많이 계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장 대표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6조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과 관련해 "꼭 필요한 곳에는 지원을 해야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70%에게 현금을 나누어주는 방식이라면, 오히려 물가와 환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또 "잠깐의 기쁨으로 긴 고통을 사는 것"이라며 원화가치 하락을 거론하며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나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어준 방송'으로 일컬어졌던 TBS를 지원하는 49억 원,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 짐 날라주는 사업 등에 들어가는 306억 원,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사업 250억 원, 그리고 농지투기 전수조사에 587억 원, 이런 예산들은 이번 전쟁추경의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업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작 기름값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는 화물차, 택배 등에 대한 지원은 빠져 있고,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농수축산업 지원도 턱없이 금액이 부족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어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은 이번 추경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며 거듭 원화가치 하락, 외환보유액 감소 등을 거론하고, "지난 정부 당시 환율이 1450원을 넘었을 때, 이 대통령은 '국민자산 7%가 날아갔다'고 비판했다. 같은 방식대로 계산한다면 (지금) 국민 자산 13% 이상이 날아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미국과 달러 스와프 체결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권했다.

현실 경제에 대해서도 "경기가 반도체 경기 때문에 버티고 있긴 하지만, 건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산업들이 바닥을 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장 대표는 또 이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강남 집값 내렸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강남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집값이 다 올랐다"며 "풍선효과가 경기도, 인천까지 미쳐서 수도권 대부분 아파트 값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 가진 분들은 공시가격 급등에 보유세 인상 얘기까지 나오면서 지방선거 이후 닥쳐올 세금폭탄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집을 팔려고 내놔도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규제 때문에 살 사람을 찾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또 "집없는 분들은 전월세 가격 오르고 매물도 없어서 발만 구르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처럼 대통령의 뜻이 어디 있든 현장의 국민들은 갈수록 더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와 공급 확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요구했다.

이어 "경제 챙기고 민생 살피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조작기소 국정조사 같은 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 사이에서는 공소 취소한다고 물가가 떨어지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 대표는 현 정부의 와교안보 정책에 대해서도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한국도 안 도왔다고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에게는 솔직하고 대범하다고 칭찬을 받았다"며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정청래 "TBS 예산 추경에 맞지 않다고 뜻 모았다"

이어 발언한 정청래 대표는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야당 입장에서 저렇게 이야기할수는 있겠다"면서 "국가위기 앞에서는 여야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당이 된다는 심정으로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면 좋겠다"고 부드럽게 응수했다.

다만 "장동혁 대표 말을 들으면 대한민국이 참 암울한 먹구름같은 잿빛만 보일 텐데, 저는 좀 희망의 목소리를 좀 들려드릴까 한다"며 종합주가지수 상승, 수출액 상승 등을 거론하고, 특히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정책적 노력에 힘입어서 부동산 시장이 확실하게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동산과의 전쟁에서 역대 정부에서 이긴 정부가 없는데, 이번 정부는 이길 것 같다라는 국민적 신뢰가 높아졌다"고 했다.

이어 정 대표는 "5극3특 균형발전 전략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곧 출범하는 등 국민이 공감하고 응원하는 지방주도 성장이 본격 시작됐다"면서도 "대구경북, 대전충남도 통합이 여야가 잘 합의가 이루어져서 됐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누구의 책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참 안타깝다"고 했다.

정 대표는 또 국무회의 생중계, 지역별 타운홀미팅 등을 거론하며 "국민주권시대의 실현으로 민주주의가 또한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중동 사태에 대해서 정 대표는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적 역량과 뛰어난 정책 집행 능력으로 위기 상황을 잘 대처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대내외적 상황에 발빠르게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그래서 지금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역사적으로 가장 빠른 속도로 추경을 통과시키겠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정 대표는 이어 장 대표가 추경안 가운데 삭제를 요구한 TBS 지원 항목과 관련해선 "이번 추경의 성격에 TBS 예산은 맞지 않는다고 당에서 뜻을 모았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다만 정 대표는 검찰의 조작기소 국정조사 등에 대해선 "국가공권력에 의한 국가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조작기소는 범죄"라며 "명명백백하게 거짓으로 증거조작으로 기소된 것은 하루 빨리 이것은 세상에 드러내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고 대립각을 그었다.

정 대표의 발언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이 다시 발언 기회를 부여하자 장동혁 대표는 지역 통합 문제와 관련해 "부산허브도시 특별법이 있는데 그게 상임위 통과하고 다 진행되다가 대통령께서 이 법이야말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다 이 한 말씀하셔서 지금 이게 속도를 못 내고 지금 멈춰 있는 상태"라며 "속도를 내서 빨리 통과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처음에 추진하자고 해놓고 이제 그걸 또 반대하고 있으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다만 그는 "대구경북 같은 경우 법사위를 하기 전에 내가 추미애 위원장한테 '이것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李대통령 "전쟁 피해 지원금 준비…현금 포퓰리즘 결코 아니다"

여야 대표의 신경전이 이어지자 이 대통령은 "비공개 때 마저 격렬하게 진행을 좀 해 보겠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의견이 좀 다를 경우에는 만나서 자주 얘기하는 게 좋다"며 "빈말로 사진만 찍고 선전하려고 그런 건 아니"라고 분위기를 다독였다.

그러면서 장 대표의 요구와 지적에 "대정부질문 받는 느낌인데 중요한 지적"이라며 "똑같은 사실을 놓고 전혀 다르게 얘기해 버리면 대화가 아니라 싸움이 될 수가 있기 때문에 팩트 체크들은 언제나 하면서 진지하게 정부와 야당이 이런 대화와 소통을 자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중동 사태와 관련해선 "외부적 요인 때문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진 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마뜩지 않거나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을 거다. 제안을 해 주면 저희들이 진지하게 함께 고민을 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듭 "공동체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는 내부적 단합이 정말로 중요하다"며 "통합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이럴 때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고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추경과 관련해서도 "예산안은 정부의 의견이니까 심의의결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토론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필요한 것들을 더 추가할 수도 있는 것이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은 또 상향 조정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어려움을 지원해드리기 위해서 소위 전쟁 피해 지원금을 저희가 준비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것을 '현찰 나눠주기'라고 하는 것은 좀 과한 표현"이라고 야당의 비난에 정색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으로 그로 인한 파생되는 물가 상승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우리가 보전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30%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또 세금은 솔직히 더 많이 내면서도 지원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안타깝다. 너무 죄송하다"고 했다.

또 "예산의 재원이 어디서 빚을 내거나 또는 다른 데서 억지로 만들거나 국민들에게 증세를 하거나 해서 만든 게 아니고 저희가 나름 작년 하반기에 정말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그를 통해서 경제가 일정 부분 회복이 되면서 예상보다 더 늘어난 세수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게 현금 포퓰리즘은 결코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가 언급한 추경 항목인 '중국인 관광객 짐 날라주는 사업 등에 들어가는 306억 원'과 관련해 "이게 중국 사람만 (대상으로) 하는 건가? 중화권만? (중국 외) 외국인 관광객들이 와도 중국 사람만 주게 돼 있나? 그건 아니겠죠. 설마"라고 말했다.

이에 장 대표가 "예산 편성을 보면 그렇게 돼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외국 관광객들의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서 한 거다. 저도 몰랐는데 그런 게 있었다. 중국인만 하는 건 아닌데 중국인만 한다고 오해 안 하면 좋겠다. 설마 그러겠나"고 했다.

장 대표가 거듭 "대상이 한정돼 있다"고 반박하자 이 대통령은 "(대상이) '중국 사람'으로 돼 있으면 삭감하라"며 "내가 보기엔 그럴 일은 없을 거 같다"고 재확인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또 6.3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를 목표로 하는 개헌과 관련해 "(헌법이) 제정된 지가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나서 좀 안 맞는 옷처럼 돼 있는 상황"이라며 5.18 민주항쟁, 부마민주항쟁 등을 헌법 전문에 넣는 개헌안에 국민의힘의 협조를 당부했다.

또 국민의힘에서 계엄 반성 입장을 낸 점 등을 언급하며 "계엄 요건 강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계엄을 남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누가 반대할까 싶다"고 했다.

이날 회담에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장동혁 대표,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참여했다.

회담에 앞서 청와대 본관 계단에서 참석자들을 맞이한 이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 대변인들에과 악수를 나누고 "환영한다", "반갑다", "어서오세요"라며 반겼다. 송언석 원내대표가 "대통령님" 하고 부르자 이 대통령은 "아이고 키도 크신데"라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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