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제할 것인가, 설계할 것인가
– 디지털에서 성장하는 청소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오늘날 청소년의 일상은 디지털 환경과 분리해서 설명하기 어렵다. 숏폼 영상, SNS, 게임, AI 도구는 단순한 여가를 넘어 또래 관계 형성, 자기표현, 정체성 탐색이 이루어지는 핵심 공간이 되고 있다. 특히 중학생 시기는 또래 관계의 영향력이 커지는 단계로, 디지털 환경은 이들의 관계 맺기와 감정 경험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와 가정, 정책의 시선은 여전히 ‘과도한 사용’과 ‘통제’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청소년의 실제 삶과 교육적 대응 사이에는 간극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갈등과 은폐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사용을 막을수록 청소년은 더 숨기고, 문제는 더 늦게 드러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3%로 나타났으며 최근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콘텐츠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과 같은 숏폼 영상이다. 이는 단순한 자극적 콘텐츠가 아니라 댓글, 공유, 챌린지를 통해 또래 간 소통과 참여를 이끄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같은 영상을 보고 반응을 나누는 과정 자체가 또래 관계 형성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청소년은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고 반응을 통해 인정과 소속감을 경험하는 참여자다.
SNS 또한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다. 전화번호보다 계정을 먼저 공유하고, 프로필과 게시물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좋아요’와 댓글은 관계의 온도를 확인하는 신호가 되며, 이는 청소년의 정서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게임 역시 협력과 경쟁, 규칙 이해와 실패 경험이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사회적 학습 공간이다.
최근에는 AI 도구 활용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청소년들은 챗봇을 질문 도구로 활용하고, 이미지 편집과 콘텐츠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과제 수행 과정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는 학습 방식과 진로 인식의 변화를 예고한다.
물론 디지털 환경에는 과몰입, 혐오 표현, 관계 갈등과 같은 위험이 존재한다. 그러나 위험을 이유로 한 일방적 통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보이지 않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차단은 해결이 아니라 지연일 뿐이다. 이제는 청소년의 디지털 일상을 ‘관리 대상’이 아닌 ‘교육 설계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 변화는 선언이 아니라, 교육 구조의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먼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정보 활용 중심에서 벗어나 온라인 관계 맺기, 감정 표현, 혐오와 폭력 대응, 알고리즘 이해를 포함한 통합적 시민교육으로 확대해야 한다. ▲둘째, 사용 금지 중심의 규제를 넘어 스스로 사용을 점검하고 조절하는 자기조절 교육과 상담 체계를 학교 안에 구축해야 한다. ▲셋째, 부모 대상 디지털 이해 교육을 체계화 해 가정 내 갈등을 줄이고 지도 방식을 통제에서 대화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디지털 관련 정책과 규칙 설계 과정에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현실성과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다섯째, 디지털 번아웃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이 연계된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이미 디지털 환경 속에서 관계를 배우고 자신을 탐색하며 성장하고 있다. 교육의 역할은 이를 차단하는 데 있지 않다. 이제 교육은 통제가 아니라 설계로 나아가야 한다. 청소년이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교육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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