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과거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에게 한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인권 침해 및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조사해달라'며 접수된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가 각하한 사실이 확인됐다.
1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인권위는 "박 대변인을 대상으로 접수된 진정 사건들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고 해당 사실을 지난 2월 11일 진정인들에게 통지했다"고 밝혔다.
각하 사유는 '(박 대변인의) 발언만으로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없음'이었다. 인권위는 진정 각하 시 낼 수 있는 의견표명도 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12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김 의원을 향해 "장애인 할당이 너무 많다", "국회의원 특권은 누리고 싶고 비례대표로 꿀은 빨고 싶고", "본인이 장애인이라는 주체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배려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것" 등 발언을 했다.
또 "막말로 김예지 같은 사람이 눈 불편한 것 말고는 기득권이다. 돈 있고 학력 있고 본인이 뭐가 부족하게 자랐나 대체. 오히려 자기가 그런 일부 약자성을 무기 삼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유튜브 채널 진행자가 "김예지는 XX 장애인인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고 욕설을 했을 때도 웃음을 터트렸다.
해당 발언이 명백한 장애인 혐오라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쏟아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해 11월 18일 성명을 내고 "장애인 정치 참여를 '특혜'로 왜곡하고 당사자가 권리에 기반한 의제를 들고 나오는 것을 '구걸', '배은망덕'으로 매도하는 것은 장애인을 영원히 시혜와 동정, 보호의 틀 안에 가두려는 낡은 정치의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다음날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정치적 방향성에 대한 이견, 의정활동에 대한 비판에 있어 김 의원이 장애여성이라는 점이 공격당할 그 어떤 타당한 이유도 없다"며 "사안과 무관한 일을 특정 집단의 특징이라 낙인찍고 부정적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 바로 혐오"라고 꾸짖었다.
인권위에는 박 대변인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며 인권 침해 및 차별 행위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이 9건, 같은 취지의 민원이 1건 접수됐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19일 박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제기된 진정 9건을 조사과에 배당하고 확인 절차에 들어갔으나,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변인 사례만의 문제는 아니다. 임성택 공익법단체 두루 이사장은 이날 인권위, 장애인차별금지추연대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8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2001년부터 2024년까지 인권위가 처리한 장애 차별 사건 1만 8529건 가운데 권리구제 건수는 1410건으로 7.6%였다"고 밝혔다.
권리구제는 인권위가 제기된 진정에 대해 합의 종결이나 조사 중 해결, 권고, 고발 및 징계 권고 등 조치를 하는 것을 뜻한다.
인권위가 2008년부터 2025년까지 진정이 제기된 장애인 괴롭힘 사건에 대해 내린 권리구제 비율도 19.8%에 그쳤다. 2048건 중 406건이다. 나머지는 각하 혹은 기각 조치가 내려졌다.
참석자들은 권리구제 조치가 잘 내려지지 않는 주요 이유는 차별 피해자의 특정성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권위는 2022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기형아"라고 비난한 것은 차별 행위라는 진정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기각 이유는 비난 대상이 전장연이라는 단체일 뿐 피해자 개인에 대한 특정성은 불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차별 의도가 없었다' 등 가해자로 지목된 측의 방어 논리를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토론회에 참석해 "가해자 대부분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괴롭힘 자체를 부인·행동의 맥락과 전후 상황을 피해 장애인이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며 "인권위조차 관련 사례 결정(권리구제)에 매우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고 꼬집었다.
장애인 차별 사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이 사무국장은 "혐오표현을 비롯한 괴롭힘 등에 더 확장된 정의와 조사대상 규정, 시정 권고 권한을 명확히 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각 장애인인 서미화 의원은 "2020년 8월 인권위가 정치인의 장애 비하 발언을 차별 행위로 인정했을 때 내가 인권위원으로 있었다"며 "서미화라는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라, 장애 당사자가 인권위 내부에서 '직접적인 피해자가 나'라고 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인권위원 중에 장애 당사자가 없다. 장애 당사자성을 가진 개인이 인권위에 있어야 한다"며 "이제는 법의 선언을 넘어 차별 판단과 권리 구제가 더 적극적이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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