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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중심의 보건의료개혁은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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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중심의 보건의료개혁은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에 달렸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현행 '행위별 수가제', 서비스 가치보다 양이 우선

이재명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솔직히 이렇다 할게 별로 없다. 통 큰 보장성 강화정책을 내걸었던 과거 민주당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선거 공약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크게 내세우지 않았다. 간병비 보장강화 정도 있지만, 일부 요양병원에서만 추진될 것으로 보여 간병국가책임이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재명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보다는 지역의료강화, 필수의료강화, 주치의제 시행, 지불제도 개편과 같은 의료공급체계 개혁과제를 주로 내세우고 있다. 큰 재원이 드는 보장성 강화보다는 작은 재원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의료체계 개혁에 집중하려는 듯 하다. 그렇다고 그게 쉬운 과제는 전혀 아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재원마련이 문제일뿐 다른 장벽은 별로 없다. 반면, 의료체계 개혁은 의료공급자의 반발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 한다. 그래서 보장성 강화보다 더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의료공급체계 개혁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못지 않게 시급하고 중요하다. 의료공급체계 개혁 없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문재인정부 시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것도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의료공급체계 개혁을 동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평가한다.

서비스 가치가 아닌 양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현행 지불제도의 문제점

의료공급체계 개혁의 핵심은 지불제도 개혁에 있다. 여기서 지불제도란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제공한 진료 서비스의 대가를 보상받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는 주로 행위별수가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의료행위 하나하나에 가격이 매겨져 보상 받는 방식이다. 이는 서비스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 서비스의 질은 따지지 않는다. 오직 서비스의 양이 중요할 뿐이다. 더구나 의료 기관은 90%이상이 민간의료기관이다. 민간의료기관은 생존을 위해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현행 행위별 수가제도 하에서 의료기관은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환자에게 가치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하면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가치란 비용 대비 건강결과를 말한다. 가치있는 의료서비스란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건강결과는 최대화하는 의료를 말한다. 그런데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도하에서 민간의료기관이 가치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수익이 감소한다. 수익을 내려면 서비스의 가치보다는 양을 늘려야 한다(아래 그림1).

▲그림1. 공급자 이익과 가치/양의 상관관계. ⓒ김종명

예로, 의사가 환자에게 20분 이상의 충분한 시간을 내어 체계적으로 진찰하고 상담 교육을 하는 진료를 한다고 하자. 그렇게 해도 초진 진찰료는 1.8만 원 정도이다. 또한, 3분 진료를 해도 진찰료는 같다. 환자 진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의료기관이 있다면, 장담컨대 십중팔구 망하는 지름길이다. 대신, 진찰 시간은 줄이고 검사는 많이 해야 한다. 환자 진료와 치료에 꼭 필요한 검사이든 필요하지 않은 검사이든 많을수록 좋다. 현행 구조에서는 환자의 건강 결과와 상관없이 서비스 양(비용)을 무조건 늘려야 의료기관의 수익이 늘어난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에 과잉 진료와 비효율이 넘치는 이유다.

이런 과잉 진료에는 근본적으로 행위별 수가제도에 기인하지만, 잘못된 수가 설정도 한몫하고 있다. 아래는 <표1>은 제 2차 상대가치 개편전의 건강보험 유형별 원가보전율을 나타내는 표이다. 이후 현재 몇 차례 부분적인 개편으로 원가보전율의 일부 변화는 있지만, 여전히 아래 표의 추세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 <표1> 건강보험 유형별 원가보전율(자료: 제3차 상대가치 개편방안연구). ⓒ김종명


기본진료료와 수술, 처치 등은 원가보전율이 100%보다 훨씬 낮은데, 원가보전율이 낮은 유형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질을 떨어뜨리는 대신 '박리다매'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2~3분 진료해야 하고, 환자의 입원기간은 늘리고 간호 인력을 줄여야 한다. 수술도 더 많이 해야 하기에 불필요한 수술도 권해야 한다. 국내 척추수술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원가보전이 높은 영상검사, 임상검사는 최대한 늘린다. 큰 병원에서 MRI 검사는 주말, 새벽 없이 24시간 가동한다. 그래도 전체 수가는 원가 보전에 못 미치는데,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 건강보험이 급여해주지 않는 비급여의 가격을 늘리고 남발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이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하는 현실이다. 우리는 이를 결코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부도덕함에서 비롯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 설계된 의료체계에서 의료기관들이 생존을 위한 합리적인 행동의 결과일 뿐이다.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은 의료공급체계 개혁의 핵심수단

지금의 잘못 설계된 지불제도는 국민건강을 위한 가치있는 서비스제공보다는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남용을 초래했다. 이는 환자의 이익과 공급자의 이익이 불일치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의료공급체계가 환자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체계를 강화시켜왔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의 근원은 여기에 있다. 의료공급자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

이제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의 개혁은 잘못 설계된 지불제도를 고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핵심은 의료서비스의 양이 아닌 의료 서비스의 질(가치)를 보상하는 지불방식으로 전면적 전환을 시작하는 것이다. 가치기반의 지불제도는 의료공급자가 불필요한 과잉진료는 줄이고,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다루도록 함으로써 의료공급자와 환자의 이익을 일치시키려는 수단이다. 가이기반 지불제도로의 전환은 공급자중심의 보건의료체계에서 환자중심의 보건의료체계로 전환을 의미한다.

기존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의료기관은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서비스질보다는 양을 우선시해야 했고, 그 결과 사회적으로는 비효율과 불필요한 국민의료비 증가를 가져오는 문제를 초래했다. 반면, 새로운 가치기반의 지불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의료기관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서비스 양보다 질을 우선시해야 하고, 불필요한 과잉진료는 줄임으로써 사회적으로는 효율성을 제고하고 불필요한 의료비지출은 절감하게 한다.

두 방식 모두 민간의료기관은 자본주의적 시장에서의 목표인 수익 창출을 하려는 욕구하에서 작동한다. 다만, 수익 창출을 위한 게임의 룰만을 변경한다. 의료기관이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것이다. 즉 가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 그림 2. 가치기반 의료로 전환과 공급자 이익. ⓒ김종명

필자는 현재 한국사회에서의 의료개혁의 핵심은 바로 이 게임의 룰(지불제도)을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지금 보건복지부가 이재명 정부의 공약 중 하나로 추진 중이 지역사회 1차 의료 혁신(소위 '주치의제')시범사업도 지불제도 개편을 가져오느냐에 그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시범사업의 안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다고, 가치기반 지불제도 도입을 위한 다른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까지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지불제도 개편이 핵심임을 설명하였다. 이재명 정부가 보건의료개혁에 성과를 내올지 여부는 전적으로 지불제도 개편을 추진하느냐에 있다고 판단한다. 이재명 정부에 대한 시민의 기대는 매우 크다. 지지율도 높다. 우리도 그렇다. 가치기반의 보건의료체계로의 전환은 결코 쉽지 않다. 이재명 정부에서 완성할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 시작은 해야 한다. 지금도 늦었지만,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르다 했다. 아직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서울 지역 첫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한 어르신이 재활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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