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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항 "실질적 기여"한다는 李, '군사연합'의 다른 말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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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통항 "실질적 기여"한다는 李, '군사연합'의 다른 말이어서는 안 된다

[김동엽의 '이게 안보여'] 호르무즈 해협 화상회의 이후 한국이 지켜야 할 선

17일(현지시간)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주최한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 화상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공급망 불안, 선원 안전,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 실질적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해협 안정을 위한 "관리 메커니즘"을 국제사회가 함께 모색하자고도 했다.

회의 뒤 영·프는 49개국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12개국 이상이 향후 방어 임무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다음 주에는 영국 노스우드 합동본부에서 다국적 군사계획회의가 열린다. 정상회의는 끝났다. 질문은 이제부터다.

회의 결과 문서는 공동성명이 아니라 의장국 발표 형식이다. 참석국 전체가 문안에 합의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이 특정 표현에 직접 서명한 부담은 없다. 안도할 일은 아니다. 형식의 부담을 뒤로 미뤘을 뿐, 내용의 부담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의 직후 영·프가 밝힌 방향은 분명했다. 방어 임무 설계, 기뢰 제거 지원, 후속 군사계획회의. 쟁점은 회의장 안의 문구가 아니다. 회의장 밖에서 실제로 어떤 임무가 설계되느냐다.

가장 예민한 지점은 여기다. 호위, 기뢰 제거, 상시 경보 체계는 언뜻 방어적으로 들린다. 이런 임무가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안전통항 지원과 지속적 군사개입의 경계는 빠르게 무너진다.

이란 인근 해역에서의 기뢰 제거와 감시·경보 임무는 이란에게 안전통항 체제가 아니라 자국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구조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이름이 "중립적 다국적 임무"라고 해서 중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립성은 명칭이 아니라 임무 범위, 지휘체계, 교전규칙에서 결정된다.

국내적으로도 그냥 넘길 수 없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미 국회에서 한국도 영·프 주도 움직임에 참여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면 문제는 훨씬 무거워진다. 호위, 기뢰 제거, 감시·경보 체계 같은 임무가 포함되는 순간 단순한 해운 지원이 아니라 군사적 위험을 수반하는 작전이 된다.

그런 사안을 정상회의 분위기나 동맹국 압력 속에서 행정부가 먼저 약속하고 국회는 나중에 설명받는 방식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다음 주 영국 군사계획회의의 의제, 임무 범위, 교전규칙, 지휘체계는 국회와 국민에게 먼저 공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설계에 참여하는 나라가 아니라 이미 짜인 틀에 끼워 넣어지는 나라가 된다.

특정 발언의 수사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임무에 어떤 조건으로 참여하느냐다. 한국이 지켜야 할 선은 세 가지다. 기뢰 제거와 상시 군사감시 성격의 임무에 선을 그을 것인가. 군사 참여 문제를 국회 심의와 민주적 통제 아래 둘 것인가. 이란과의 외교 채널을 정상회의 참여와 병행해 유지할 것인가. 누구를 비판했느냐보다 어떤 틀에 어떤 조건으로 참여하느냐가 한국의 위치를 결정한다.

정상회의 참여 자체는 틀린 선택이 아니었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해운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회의 테이블에 앉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테이블에 앉았다고 원칙이 자동으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 주 군사계획회의가 진짜 시험대다. 그 자리에서 한국이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거부하는지, 어디까지를 안전통항 체제로 보고 어디부터를 군사연합으로 보는지 분명히 하지 못한다면 이번 정상회의 참여는 발언권 확보가 아니라 책임 분산으로 끝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프랑스·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에 관한 화상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이라크, 싱가포르 등 50여 개국 정상·대표들이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국제적 노력, 선원 안전 및 선박 보호, 전쟁 종식 후 항행 안전보장을 위한 실질적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합뉴스

* '이게 안보여'는 눈에 뻔한 현실을 왜 보지 못하느냐는 질타이자, 과연 진짜 안보가 무엇인지를 다시 묻고 답하려는 시선이다.

김동엽

김동엽 교수는 해군과 국방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1년 중령으로 예편했습니다. 국방부에서 북핵과 군사회담을 담당했고, 예편 이후에는 북한대학원대학교 민족공동체지도자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지금은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저술 및 연구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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