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K –Pop Demon Hunters의 줄임말)이라는 영화로 인하여 한국의 민속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영화에서는 호작도를 비롯하여 갓 쓴 저승사자까지 우리 문화의 구석구석이 잘 드러나 있다.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모두 전래 동화나 민화, 설화문학 등에 등장하는 것들로 우리에게는 아주 친근한 느낌을 준다. 특히 갓을 쓴 저승사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친숙한(?) 형상이다. 케데헌으로 인하여 로마에 있는 김대건 신부의 석상도 함께 유명해졌다고 한다. 아무튼 이제는 우리의 문화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모습을 여실히 느낄 수 있어 한국어학자로서 기쁨을 금할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왜 갓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아니, 그것보다는 모자의 끝이 왜 뾰족할까라고 질문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머리에 상투(上頭상두가 변하여 ‘상투’가 된 것이다. 상투는 뿔과 같이 남성성의 상징이다)를 틀었기 때문에 위로 봉긋하게 올라간 형태의 모자가 필요했다. 그런 연유로 해서 갓과 관련된 어휘들이 많이 있다.
우선 ‘갓’이라는 어휘가 처음 나타난 것은 <계림유사(鷄林類事)>라는 책이다. 이 책은 송나라 사람이 우리나라의 말을 그 나라의 발음으로 기록한 것으로 정확한 발음을 이해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당시 우리말을 공부하는 데는 상당히 유용한 책이다. 송나라의 한국어 단어 교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책에 의하면
笠曰 蓋 音 渴(갓은 개라고 하는데 음은 ‘갈’이다)
라고 하였으니, 고려 시대에는 ‘갈’이라고 발음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송나라에서 ‘渴(갈)’의 발음을 어떻게 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한자로 ‘笠(립)’을 우리말로 풀이할 때는 ‘삿갓’이라고 한다. ‘삿갓’은 ‘삿’과 ‘갓’의 합성어이다. ‘삿’의 예전 형태는 ‘삳, 살’로 본다. 풀, 대나무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샅’은 대나무 껍질이나 갈대를 엮어서 만든 돗자리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삿갓은 대나무나 갈대 껍질로 엮어서 만든 모자를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갓’을 다시 유추하면 ‘삿갈’로 올라갈 수 있다. 이러한 어형은 ‘고깔(모자)’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끝이 뾰족한 모자를 우리는 ‘고깔’이라고 한다. 여기에 나타난 ‘깔’이 과거의 ‘갈’과 같은 어형이다. 다시 고깔로 돌아가 보자. 고깔은 한자로 ‘삼각립(三角笠)’이라고 한다. 끝이 뾰족하여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다른 말로 ‘산형모자(山型帽子)’라고도 한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참조) 또한 고깔은 ‘중들이 쓰는 모자’라고 해서 ‘승모(僧帽)’라고도 한다. <두시언해 초간본>에 ‘곳갈 밧고(脫帽 : 모자 벗고)’라고 나타나 있으며, <훈몽자회>에도 ‘곳갈 관(冠)’이라고 하여 ‘머리에 쓰는 모자’를 이르기도 하였다. 여기서 ‘갈’은 갇(笠)이라고 풀이하였다. 이것이 일본으로 넘어가면 ‘kasa’가 된다(서정범, 위의 책 참조). 그러므로 ‘갈’의 원형은 ‘갇’이고, 이것이 변하여 ‘갓’으로 표준어가 되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갇’과 ‘고깔’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해서 전해졌다. 즉 ‘갓’은
조선 시대, 성인이 된 남자가 머리에 쓴 의관을 이르던 말
이 되었고, 고깔은
중이나 무당, 풍물패 등이 머리에 쓰는, 끝이 뾰족하고 세모지게 만든 모자
로 모양 자체가 다르다. 그러나 그 어원은 모두 ‘갇’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의 문헌을 통해서 보면 ‘갓’을 ‘골소(骨蘇)’라고 한 것이 있다.(주서(周書)에 의하면 “其冠曰骨蘇”(모자를 일러 ‘골소’라고 한다)라고 되어 있으니, 여기에 나오는 ‘골소’가 ‘곳’을 음차해 쓴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삼국사기> ‘고구려지리지’에 관(冠)을 ‘골소갈(骨蘇曷)’이라 했으니 이것이 ‘곳갈’의 표기임을 알 수 있다. 고구려 시대에는 ‘곳갈(고깔)’과 ‘갓’이 비슷한 의미로 쓰였던 것이다.
케데헌에서 갓을 보고 그 유래를 풀어 보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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