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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분화와 전북의 길…‘거대 통합’과 ‘독보적 생존’ 사이의 승부수 [독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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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분화와 전북의 길…‘거대 통합’과 ‘독보적 생존’ 사이의 승부수 [독자칼럼]

광주·전남 통합특별시…통합 뒤 '군 공항 이전'이라는 난제

대한민국의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중앙집권적 국가 구조에 균열을 내려는 지방의 ‘자구책’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호남권이 있다. 주목할 점은, ‘호남’이라는 하나의 정체성 안에서 서로 다른 두 생존 전략이 충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광주와 전남은 ‘규모의 경제’를 내세운 행정통합의 깃발을 들었고, 전북은 호남이라는 틀을 벗어나 특별자치도라는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이 분화는 호남 부활의 서막일까, 아니면 각자도생 끝에 맞이할 공멸의 전조일까.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추진하는 ‘통합특별시’ 구상의 핵심은 분명하다. 인구 320만 명 규모의 메가시티를 구축해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체급’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 국가 예산 확보의 단위가 달라지고, 광역 교통망 확충과 산업 클러스터 조성에서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대구·경북 통합 모델과 궤를 같이하며, ‘지방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선 지자체들의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에 가깝다.

그러나 이 장밋빛 구상 앞에는 ‘군 공항 이전’이라는 해묵은 난제가 가로놓여 있다.

통합이라는 대의에는 공감하면서도, 기피 시설의 입지를 둘러싼 각론에 들어가면 양측은 평행선을 달린다. 광주는 전남의 공간을 필요로 하고, 전남은 광주의 자본과 인프라를 기대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갈등을 감당하려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통합특별시의 성패는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다. 광주와 전남이 서로를 ‘흡수 대상’이 아닌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기득권을 얼마나 내려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군 공항 이전과 같은 핵심 현안을 풀지 못한다면, 통합은 상호 반목과 대립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크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소외’와의 결별…독자 생존의 시험대

전라남·북도를 ‘호남’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온 시간은 길었지만, 그 내부에서 전북이 체감한 박탈감 역시 적지 않았다.

국가 예산과 인사에서 ‘광주·전남’에 밀렸다는 인식, 이른바 ‘전북 소외론’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이제 전북은 자치권을 바탕으로 독자적 생존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핵심은 ‘농생명 산업’과 ‘문화관광’ 특화다. 호남이라는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전북 고유의 자산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메가시티를 지향하는 광주·전남과 정반대의 전략이다. 규모 확장 대신 규제 완화와 인허가 권한 이양을 통해 ‘작지만 강한 자치도’를 지향한다.

그러나 독자 노선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더 이상 중앙정부나 ‘호남’이라는 틀을 탓할 수 없다. 확보한 권한이 기업 유치와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특별자치도는 이름뿐인 제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주 중심 발전과 동부권 낙후라는 내부 격차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홀로서기에 성공하려면, 전북은 스스로 설정한 특화 산업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호남권 재편의 역설…분화된 힘인가, 분산된 힘인가

광주·전남의 통합 시도와 전북의 독자 노선은 호남 안에 ‘두 개의 엔진’을 만들어냈다. 표면적으로는 경쟁을 통한 역동성 강화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적 분업인지, 아니면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분산의 시작인지.

수도권 일극 체제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고, 부울경 역시 메가시티 논의로 체급을 키우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호남권이 분리된 채 대응하는 것이 과연 유리한 전략인지 의문이 남는다. 광주·전남이 남해안 경제권을 주도할 경우 전북이 주변화될 가능성, 반대로 전북이 특례를 확대할수록 광주·전남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도 상존한다.

▲권의종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현실적인 해법은 ‘따로 또 같이’다. 행정 체계는 분화하되, 경제·정치적 연대는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전북의 농생명 인프라와 광주·전남의 모빌리티·에너지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권역 전략이 필요하다. 행정 경계를 바꾸는 것은 출발점일 뿐, 그 안을 채울 산업 비전과 삶의 질 개선이 본질이다.

호남의 대전환은 이제 시작 단계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가 ‘공룡’으로 성장할지, 전북특별자치도가 ‘강소 모델’로 자리 잡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호남’이라는 이름 아래 관성적으로 묶여 있던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혁신의 속도와 협치의 수준이 성패를 가를 것이다. 어떤 길을 택하든 목적지는 하나여야 한다. 지역 소멸을 넘어서는 ‘지방의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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