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 8일, 어버이날 행사가 열린 담양군 무정면의 한 마을은 잔치 분위기 속에서도 선거를 앞둔 후보들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평소 같으면 한적했을 시골마을이 이날 만큼은 구수한 노랫가락과 음식 준비로 들썩였다. 형형색색 접이식 천막 아래 긴 테이블이 놓였고, 마을 주민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이 금세 차려졌다.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는 인사 사이사이로 빠지지 않고 오간 이야기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담양군수 선거였다.
전남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지역답게 표심은 쉽게 모이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래도 민주당이 돼야 예산을 잘 가져올 수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주민은 "한 번 더 맡겨봐야 한다"며 현직 군수인 정철원 조국혁신당 후보를 거론했다. 무소속 최화삼 후보의 완주 여부와 득표력도 선거 막판 변수로 입에 올랐다.
담양군수 선거는 정철원 조국혁신당 후보, 박종원 더불어민주당 후보, 최화삼 무소속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진다. 지난해 담양은 전국 첫 조국혁신당 소속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며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선거는 혁신당 입장에서는 '1호 단체장 수성전', 민주당 입장에서는 '텃밭 탈환전'인 셈이다.
정 후보는 지난해 담양군수 재선거에서 당선된 뒤 1년여의 짧은 임기를 마치고 재선에 도전한다. 정 후보는 군의원과 군의회 의장 경력을 바탕으로 지역 밀착형 행정을 강조하며, "중단 없는 담양 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는 박 후보는 민주당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르면서 담양군의원과 전남도의원을 지낸 경력을 앞세우고 있다. 박 후보는 민주당 조직력과 예산 확보 능력을 전면에 내세우며 담양군수직 탈환의 선봉에 섰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최 후보도 선거 구도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최 후보는 전 담양군의회 의장과 전 담양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낸 지역 인사다. 민주당과 혁신당이 정면으로 맞붙은 구도 속에서 군의회 경험과 지역 금융기관 운영 경력을 앞세워 표심 잡기에 나섰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은 예산 확보 능력과 행정 경험을 이유로 박종원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고서면사무소 인근에서 만난 문모씨(40대·여성)는 "지금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고 이재명 대통령도 민주당 출신이니까 아무래도 민주당 후보가 돼야 예산을 잘 받아오지 않겠느냐"며 "그런 부분에서는 박종원 후보가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담양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시장 상인 이모씨(60대·남성)도 "그래도 우리 지역은 민주당이 강세"라며 "박종원 후보가 청렴하니까 경선도 이긴 것 아니겠느냐. 군의원도 하고 도의원도 했으니 군수도 잘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 군수가 속한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주민들은 인물론과 민주당 견제 심리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날 어버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김모씨(70대·남성)는 "나도 마음은 민주당이지만 성실하고 약속 잘 지키는 건 정철원"이라며 "아직 1년밖에 안 했지만 마을 주변 환경 개선하는 걸 보면 믿음직한 일꾼"이라고 말했다.
죽녹원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최모씨(50대·남성)는 "혁신당이 되면 예산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은 듣는다"면서도 "예산을 많이 받아와도 청렴한 사람이 해야 다른 데로 안 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이 혁신당 지지로 이어졌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메타프로방스에서 만난 박모씨(60대·남성)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민주당을 뽑아주니까 상대적으로 담양을 등한시하는 것 같았다"며 "1년 가지고는 안 된다. 민주당은 한 번 더 반성해야 하니 혁신당을 뽑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양이 민주당 반성의 표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측의 지지세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좁은 지역사회 특성상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담양군은 인구 4만50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지역사회'라 동네 선후배, 학교 선후배, 친인척 등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상인 A씨는 "여기는 한 다리만 건너면 다들 아는 사이니까 말 안 하려고 하는 것도 있다"며 "한쪽이 완전히 우세하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아주 치열한 상황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한마디로 누가 돼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선거는 아주 박빙이다"고도 말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최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오랜 지역 기반과 생활 현장 경험을 이유로 힘을 실었다.
담양읍 양각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민주당이냐 혁신당이냐 이야기하지만, 담양 살림을 오래 보고 지역 사람들 속사정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최화삼 후보가 끝까지 가면 생각보다 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선거가 2025년에 치러진 재선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최 후보의 동향을 이번 선거의 변수로 지목하고 있다. 최 후보는 지난 재선거에서 민주당 공천 결과에 반발하여 조국혁신당인 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최 후보의 지지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지역 정가 분석이다.
그러나 같은 날 어버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최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선거와 다르다. 처음부터 완주하겠다는 생각으로 무소속 출마를 결심했다"며 "지난 선거에서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어려워 타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자들의 응원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완주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레시안 광주전남취재본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담양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6월 담양군수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냐'는 질문에 박종원 민주당 후보 45.9%, 정철원 혁신당 후보 43.0%로 조사됐다. 두 후보간 격차는 불과 2.9%p였다.
이어 최화삼 무소속 후보는 6.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기타 인물'은 1.0%, '없음'과 '잘 모름'은 각 1.8%, 1.7%였다.
이번 조사는 통신 3사로부터 제공받은 무선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23.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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