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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텃밭? 이번엔 뚜껑 열어봐야제"…요동치는 인구 2만 구례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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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텃밭? 이번엔 뚜껑 열어봐야제"…요동치는 인구 2만 구례 민심

3선 도전 현역 군수 민주당 경선 탈락에 혁신당·무소속 등 6명 출사표

"아따 장날이라 그런가 파란 옷 입은 양반들이 징하게 돌아댕기요. 그래도 선거철이라 장터가 왁자지껄 허니 사람 사는 것 같소."

23일 오전,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첫 오일장을 맞은 전남 구례군 구례읍. 이른 아침부터 시장통은 장을 보러 나온 군민들과 각 캠프 유세원들이 뒤엉켜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이날은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후보까지 장터를 찾아 상인들의 손을 맞잡으며 선거 열기를 한껏 띄웠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구례는 그간 '민주당 깃발만 달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통용되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군수 선거에서는 3선 도전에 나섰던 현역 김순호 군수가 민주당 경선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하며 판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결국 본선은 장길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창호 조국혁신당 후보에 무소속 이현창·전경태·정현택·정택균 후보까지 가세해 치열한 6파전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장길선 더불어민주당 구례군수 후보가 상인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2026.05.08ⓒ장길선 후보 캠프

◇ "그래도 민주당" vs "조국 돌풍" vs "인물이 우선"…쪼개진 바닥 민심

이날 오전 TV 토론회 일정으로 주요 후보들이 장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가운데, 오전 11시께 이창호 조국혁신당 후보와 이 후보 지원을 위해 신장식 국회의원이 유세 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며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외의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오일장 바닥 민심도 다양하게 엇갈렸다.

시장 국밥집에서 만난 70대 농민 김모씨는 "아무리 그래도 이 동네는 1번(민주당)이제. 당이 힘이 있어야 예산도 따오고 군수 노릇도 하는 거 아니겄어"라고 강조했다.

반면 건어물 상인 60대 이모씨는 "조국당 바람도 불어야 혀"면서 "당장 먹고살기 팍팍한데 당이 뭣이 중혀, 인물을 봐야제. (이창호 후보는) 섬진강 홍수 때 복구를 위해 넉 달을 현장에 있었다고 하잖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23일 구례읍 오일장에서 조국혁신당 이창호 구례군수 후보와 신장식 국회의원이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2026.05.23ⓒ프레시안(김보현)

인물론을 앞세운 무소속 후보들을 향한 지지와 동정론도 만만치 않았다.

카페 겸 소품점을 운영하는 여형자씨(68) 는 "민주당 장길선 후보가 사업 안 하고 깨끗해서 좋고, 무소속 정현택 후보도 사람 참 좋은데 이 지역 출신이 아니라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장을 보러 온 이금매씨(79)는 "온 가족이 나와 선거운동을 돕는 이현창 후보가 제일 진심이고 으뜸"이라고 치켜세웠고, 심금분씨(80대)는 "군수 선거에 한 번도 빠짐없이 출마한 전경태 후보가 안타까워 한 표 돕고 싶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구례 오일장에서 정현택 후보가 군민과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2026.04.08ⓒ정현택 후보 캠프

◇ "피 말리는 3파전"… 실용주의 좇는 청년·허리 세대

옛 공용버스터미널 앞 택시 승강장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최모씨(65)는 "손님들 타면 맨날 선거 얘기다. 지금 구례는 기호 1번 장길선, 기호 3번 이창호, 기호 7번 정현택 세 명이 피 말리는 3파전"이라며 "이번엔 무소속이 될 수도 있다. 뚜껑 열어보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청년과 허리 세대는 '경제와 생존'에 방점을 찍었다. 터미널 인근 카페 사장 A씨는 "구례는 일할 곳이 없어 공무원이 아니면 명함 내밀기도 힘들다"며 "금융기업 상무 출신인 정택균 후보가 경제를 잘 알지 않겠나"라고 평했다.

읍내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만난 귀농 5년 차 박모씨(30대) 역시 "지방 소멸이 눈앞에 닥쳤는데 묻지마식 정당 투표는 의미가 없다. 청년 정착 지원과 농산물 판로 개척 등 구체적인 공약을 낸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례는 2020년 섬진강 범람으로 큰 수해를 겪은 바 있다. 오일장에서 만난 박모씨는 "3224억 원을 들이고도 여전히 홍수 대처가 미흡하다. 차기 군수는 침수를 확실히 막을 실무형 일꾼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구례 오일장에서 이현창 무소속 구례군수 후보가 주민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2026.05.23ⓒ프레시안(김보현)

◇ 6인 6색 후보들, '초미니 지자체' 구례 살릴 적임자는?

기호 1번 장길선 후보는 구례군의회 의장과 구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현직 군수까지 꺾고 민주당 공천을 거머쥐었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기본소득 월 30만원 지급과 햇빛·바람연금 조성 공약을 내세워 바닥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구례군의원과 전남도의원 출신인 기호 3번 이창호 후보는 구례에서 민주당 독점 구조를 깨고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다.

여기에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구례군청에서 32년 근무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체류형 관광경제 구축 등 지역 밀착형 공약과 지역 내 인지도 앞세운 기호 7번 정현택 후보도 가세했다. 정 후보는 4년전 군수 선거에서 5439표를 얻으며 득표율 32.40%로 2위 기록했다.

▲기호 6번 전경태 후보 선거운동원과 8번 정택균 후보가 23일 구례 오일장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2026.05.23ⓒ프레시안(김보현)

다른 무소속 후보들도 구례군수를 노리고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기호 5번 이현창 후보는 도의원 출신의 풍부한 의정 경험을 내세우며 표밭을 다지고 있고, 전 구례군수 출신인 기호 6번 전경태 후보는 관록을 바탕으로 옛 지지층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금융회사 상무 출신 기호 8번 정택균 후보 역시 '경제 군수'를 기치로 내걸고 무소속 이변을 벼르고 있다.

전남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구례군의 인구는 올해 2월 기준 2만 3904명에 불과하다.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이 코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다.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발맞춰, 단순한 농업을 넘어 구례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낼 민선 9기 수장이 누가 될지 2만여 유권자의 시선이 투표함으로 쏠리고 있다.

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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