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이 8일(현지시간) 양쪽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중단했지만,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류에도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미국과 이란 간 휴전 협상 과정에서 배제됐던 이스라엘이 실력 행사에 나설 수 있음을 보이며 새 변수가 더해졌다. 이번 사태로 몇 달 안 나란히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상황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저녁 연설을 통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일단"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공격을 멈췄기 때문에 이스라엘도 공격을 멈췄고, 이란이 공격을 재개할 경우 "압도적 무력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갖고 있고 "필요할 때마다" 행사할 거라며 군사력 사용의 독립적 결정을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러한 대화를 트럼프 대통령과도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날 앞서 이란도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중단을 발표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보면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8일 성명을 통해 일단 작전이 중단됐지만 레바논 남부 등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이 계속될 경우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파괴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7일 밤부터 8일 오전까지 이란과 이스라엘은 4월8일 휴전 발효 뒤 처음으로 상대방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을 주고 받았다. 이란 지원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스라엘이 7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교외를 공습하자 이란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날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하면서부터다. 이에 이스라엘도 이란 영토에 대한 보복에 나서며 양국은 이란 에너지 시설, 이스라엘 공군기지 등에 대해 수차례 공습을 주고 받았다.
'협상 배제' 이스라엘, 이란 공습 통해 판 깰 수 있다는 메시지
7일 밤 이란 공격 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자제를 촉구했음에도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며, 현재 휴전 협상에서 배제된 이스라엘이 휴전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판을 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이스라엘 히브리대 군사사학자 대니 오르바흐는 휴전 협상이 "이스라엘의 이익을 너무 심하게 짓밟는다면 이스라엘은 테이블을 뒤집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AP> 통신은 이란은 레바논을 휴전에 포함하길 원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성사를 위해 이 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걸로 보이지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위협이 제거될 때까지 남부 상당 부분을 점령한 레바논에서 작전을 계속하며 두 전선을 분리된 상태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휴전 협상 진전을 연일 언급하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이 최근 레바논 공세를 확대한 것도 이러한 의지의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이란전 지속 땐 선거 부담…네타냐후는 반대
이번 사태로 미국과 이스라엘 지도자의 이란 전쟁에 대한 입장 차이가 가시화 됐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생포했을 때처럼 빠른 작전을 선호하는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헤즈볼라와 이란을 무력화하고자 한다.
전쟁 관련 미국과 이스라엘 여론의 판이한 대비는 선거를 앞둔 두 지도자의 차이를 더 첨예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네타냐후 총리는 10월27일 전 총선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이란전 지속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크다. 8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최저치에 가까운 35%에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전 비용이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는 25%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계 생활비 관리 방식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이 22%에 불과한 가운데, 59% 응답자가 이란전 탓에 향후 1년간 휘발유값이 더 오를 거라고 예상했다. 이 조사는 미국 성인 4531명을 대상으로 지난 3~8일 실시됐다.
공화당 다수인 미 의회도 이란전 철수 결의안 통과를 막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하원에서 이란에서 미군 철수를 강제하는 결의안이 통과됐고 지난달 상원에서도 유사한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이 결정됐다.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은 반대다. 그는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 침공을 막지 못한 책임을 안고 있는데 가자지구 전쟁을 벌인 뒤 수 년이 지나도록 하마스 무장해제를 달성하지 못했고 이란 전쟁에서도 이란 정권 교체, 탄도미사일 제한, 헤즈볼라 공격 완전 차단 관련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접경 지대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은 레바논 휴전에 반대하며 헤즈볼라에 대한 더 강경한 대처를 주문 중이고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총선에서 간신히 집권할 수 있도록 도운 극우 연정도 마찬가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사설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냉혹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굴복"해 이란에 보복하지 않으면 "의기양양해진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억지력이 더욱 약화되고 이스라엘이 역내에서 약자로 보이게 되며 근본적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선거를 몇 달 앞두고 그(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요구를 거부하고 이란전 확전을 꾀할 경우 "이스라엘은 완전히 고립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 24시간 동안 벌어진 사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적 이해, 그리고 트럼프와 네타냐후 간 정치적 이해가 나날이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평가했다. 미 당국자는 "비비(네타냐후 총리 애칭)는 이스라엘에서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이 계속돼야 하고 트럼프는 미국에서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미 지원 없인 장기전 수행 불가…트럼프, 네타냐후에 '고립' 경고
다만 이스라엘이 미국 지원 없이 중동에서 장기 전쟁을 수행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란에 대한 일회성 공격은 가능하지만 공중 작전을 몇 주 이상 지속하기 위해선 미국의 지원과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선임연구원 예호슈아 칼리스키는 "탄약은 소모품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 전쟁을 홀로 오랫동안 치를 수 없다는 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짚었다.
8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뒤 이란 공격 중단을 발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전에서 미국 지원을 잃고 고립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악시오스>에 네타냐후 총리에 "비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당신은 곧 혼자가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악시오스>가 이스라엘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4월 휴전 이후 이란에 대한 최대 공습을 준비 중이었고 8일 수십 개의 민감한 목표물을 공격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중단 요청 전화를 받은 네타냐후 총리가 고위 군 사령부에 공습 취소를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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