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그는 맨날 똑같잖여, 광주도 대구 보고 배워야 한당께요."
6·3 지방선거가 끝난지 10일 지났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은 이번에도 민주당 후보들의 압승과 무투표 당선이 이어졌다.
이변이 없는 선거는 감흥도 없었다. 오히려 부정선거 논란이 여당 핵심 지지기반인 이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번 선거결과 초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선거에서는 민형배 민주당 후보가 79.01%의 득표율을 보이며 11.68%를 얻은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앞섰다.
국민의힘 기반인 대구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5.05%의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광주 5개 구청장도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광주·전남의 광역의원 91석 중에서는 83석, 기초의원 320석 중에서는 250석을 민주당이 가져갔다.
경쟁 자체가 사라진 선거구도 적지 않았다. 광주 서구청장과 남구청장은 민주당 후보가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광주·전남 전체 무투표 당선자는 80명에 달했다.
12일 광주 도심에서 만난 시민들은 세대와 정치 성향에 따라 이 같은 선거 결과를 다르게 받아들였다.
고령층에서는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정서가 여전히 강했고, 청년층에서는 정당보다 정책과 견제 필요성을 보고 투표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 원로 당원인 동구 주민 이모씨(73)는 "민형배가 이긴 거야 여그서는 당연한 일 아니겄냐"며 "너무 뻔해부니까 별 감흥도 없었고, 오히려 대구에서 김부겸이가 엎치락 뒤치락 한 게 눈에 들어오더라"고 말했다.
말바우시장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는 김모씨(70대·남성)는 "우리는 그래도 민주당인디"라며 "민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 지금은 밀어줘야 할 때라고 본다. 광주에서 민주당 표가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옆 가게 상인도 "우리는 경상도랑 너무 뿌리 깊은 지역감이 있어서 알면서도 민주당 찍어요"라며 "다음 세대가 되면 어쩔랑가 모르죠"라고 거들었다.
민주당 일색의 당선자 분포에 대해서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남대 후문 거리에서 만난 최모씨(20대·남성)는 "역사적으로 민주당 지역이긴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청년들에게 더 필요한 정책을 내논 후보를 뽑았다"며 "광주라고 해서 무조건 민주당만 찍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북구 우산근린공원에서 장기를 두던 김모 어르신(80대·남성)은 "다른 당에서도 하나씩 당선되고 그러면 좋지요. 좋기는 한데, 그게 안 되잖아요"라며 "이번에 이정현 후보는 한 30%는 할 줄 알았는데 11.8%밖에 못 해가지고 좀 서운하더라"고 말했다.
동구 광주은행 사거리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오모씨(30·남성)는 "대구 보고 배워야 한다니까요. 광주는 맨날 똑같잖아요"라며 "광주 지역에 경쟁이 없다. 항상 그러니까 발전이 없고 쇠퇴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견제와 경쟁을 내세운 후보들에게 손이 가더라. 그게 발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투표 당선에 대한 불만은 세대나 민주당 지지 여부와는 별개로 나왔다.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지역인 남구 진월동의 한 주민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광주시의원은 당을 떠나 찍을 생각이었다"면서 "하지만 후보가 한 명이면 주민들이 평가할 방법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구 쌍학공원에서 만난 한 시민도 무투표 당선에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무투표니까 하나 마나 한 거지"라며 "정상적으로 국민들이, 시민들이 뽑아야지요. 무투표로 당선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라고 다 잘한다는 게 아니다. 여기서는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돼버리니까 그게 문제"라며 "서로 견제도 해야 하고 경쟁도 해야 하는데, 한쪽으로 너무 몰려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정당들이 광주·전남에서 후보를 내지 않거나 경쟁 구도를 만들지 못한 데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동구 푸른길 인근에서 마주친 박모씨는 "민주당을 안 찍고 싶어도 안찍을 수 없게 되어있던데요"라며 "다른 당을 찍고 싶어도 기초의원에 민주당 후보들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러 민주당 피해서 투표했는데 기초의원에서는 민주당 후보만 두명이 나와서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뽑았다"며 "애초에 다른 당에서 후보를 안내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다 해먹는 지역이어도 경쟁력있는 후보를 내고 나와서 몸을 비벼야 뭐가 될건데, 시도 조차 안하는게 무력한거 같다"고 말했다.
지역 정당 관계자들도 후보 부재 문제를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조국혁신당 광주시당 한 관계자는 "민주당 위주의 지역 풍토 탓에 소수정당이 좋은 인물을 찾고 출마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다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독점에 대한 비판과 대안 세력을 찾는 표심은 확인된 만큼, 앞으로 유능한 후보를 발굴해 균형과 견제 세력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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