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울산 산업계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17일 지역 산업계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순차적으로 재개될 경우 울산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원유 수급 불안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은 원유와 나프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도시다. 특히 원유 상당 부분을 호르무즈 해협 인접국에서 들여오는 구조여서 중동발 리스크는 곧바로 지역 산업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져 왔다.
충격은 이미 생산지표에 반영됐다. 원유와 나프타 수급망이 흔들리면서 울산의 석유정제와 화학제품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고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자동차 생산도 동반 감소했다. 정유·화학·자동차가 동시에 압박을 받은 셈이다.
시민 생활도 예외가 아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4년 만에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면서 싼 주유소를 찾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석유류 가격 상승은 전기·가스·수도 요금과 서비스 물가로 번졌고 울산 소비자물가도 26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종전 합의는 분명 긍정적 신호다.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울산항에 순차적으로 들어오면 정유·화학 업계의 단기 수급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통항 재개가 곧바로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박 안전 확인, 보험료와 운임 안정, 원자재 가격 반영에는 시간이 걸린다. 전쟁 위험은 낮아졌지만 산업 현장과 소비자 물가에 남은 비용 부담은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사태가 남긴 본질적 과제는 일시적 유가 충격보다 구조적 의존성이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불리지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면 지역경제 전체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를 안고 있다. 특정 해협 하나가 막히자 원료 수급, 생산, 수출, 물가, 서민 경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산업도시의 힘은 생산설비 규모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위기 때 버틸 수 있는 공급망이 있어야 한다. 울산이 이번 사태를 단기 악재로만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울산시와 관계기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정유·화학 기업의 가동률, 항만 물류, 원자재 확보, 물가 흐름을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 위험 관리 차원에서 함께 점검해야 한다. 대체 원유 조달, 비축유 운용, 항만 물류 비상계획, 기업 금융 부담 완화, 서민 물가 대책까지 하나의 대응체계로 묶어야 한다.
기업들도 원료 도입선 다변화와 재고 운용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중동 리스크가 반복될 때마다 생산 계획이 흔들린다면 투자와 고용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값싼 원유를 안정적으로 들여오던 시기의 관성만으로는 다음 충격을 버티기 어렵다.
울산 경제는 이번 종전 합의로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불이 꺼졌다고 배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려도 울산의 에너지 의존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중동발 충격은 울산 경제에 경고장을 남겼다. 위기가 지나간 뒤 다시 잊는다면 다음 불안은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울산이 이번 사태를 공급망 재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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