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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을 공습한 화학물질… 33년의 잔혹한 기록,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추적한 시각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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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을 공습한 화학물질… 33년의 잔혹한 기록,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추적한 시각백서

[프레시안 books] <숨: X-죽음은 하얗게 다가왔다>

과학기술과 화학물질문명이 가져다준 축복이 어떻게 한 가정을, 나아가 한 사회를 무참히 파괴하는 재앙으로 돌변했는지를 고발하는 책 <숨: X - 죽음은 하얗게 다가왔다>(이하 숨: X, 류이 지음, 아나야)는 단군 이래 최대 환경재난으로 기록된 '가습기살균제 대참사'의 33년 궤적을 쫓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각백서(Visual White Paper)'이자, 장대한 서사로 직조된 다큐멘터리 문학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최소 893만 명이 독극물에 노출되고, 95만 명이 건강 피해를 입었으며, 2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전대미문의 대재난이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피해자는 여전히 '신청자'나 '노출확인자'라는 차가운 행정적 명칭 뒤에 가려져 있다.

저자인 류이 감독은 5년간 60여 가족, 100명이 넘는 피해자 및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하며 이 거대한 숫자의 그림자에 가려진 '개별적인 슬픔'을 30개의 결정적 장면으로 복원해 냈다.

책 속에는 2008년 봄, 세 살배기 아들 준원이를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떠나보내야 했던 엄마 곽윤희 씨의 절규가 담겨 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머리맡에 틀어두었던 가습기가 도리어 아이의 숨통을 조였다는 잔혹한 진실 앞에 엄마는 "나는 지금도 내 손을 잘라버리고 싶다"며 피눈물을 흘린다. 천지영 소설가는 추천사를 통해 "사진과 글이 지그재그로 눈에 꽂혔다가 가슴을 치며 읽게 만든다"며 본서가 가진 압도적인 울림을 전했다.

그동안 사회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부 부도덕한 기업의 탐욕이 부른 기업 범죄로만 기억해 왔다. 그러나 <숨: X>는 이 참사의 본질을 '국가와 기업이 공모한 연쇄 범죄', 즉 '국가범죄'로 최초 규정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한다. 책은 참사의 전개 과정을 '10대 국가범죄'와 '5단계 국가·기업범죄'라는 구조적 틀로 해부한다.

1992년 SK유공이 원료를 개발하던 은밀한 실험실의 공기부터 2011년 역학조사, 그리고 대법원이 마침내 환경부의 불법 행위와 국가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이르기까지, 단절되어 있던 파편적 뉴스들을 책은 하나의 유기적인 줄거리로 꿰어냈다. 19년의 은폐기와 14년의 현재진행형 투쟁을 더한 '33년짜리 종료 불가능한 장기재난'의 실체가 도표와 인포그래픽, 흑백 사진을 통해 직관적으로 증명된다.

이 책이 '시각백서'를 표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참사의 규모는 방대하지만, 지금까지 그 전모를 일반 시민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텍스트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과거 특별조사위원회가 종합보고서를 발간했으나 국가범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정부는 공식 백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숨: X>는 국가가 외면한 기록을 시민의 힘으로 완성한 결과물이다. 흑백 사진은 참사의 '눈'을 열어 고통의 현장을 직시하게 만들고, 입체적인 구조 해설은 참사의 '뼈대'를 세우며, 치밀한 사건 서사는 참사의 '맥락'을 연결한다. 수백 장의 시각 자료와 인포그래픽은 독자로 하여금 안방을 공습한 독가스 전쟁의 실태를 단번에 이해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디톡스(독성 차단)는 부모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무심코 쓰는 세정제, 방향제, 화학물질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알고, 먼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참사 피해자인 준석이 엄마 추준영 씨는 추천사에서 "아이를 위한 깨끗한 마음이 도리어 치명적인 독이 될 줄 누가 상상했겠는가"라며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외면해서는 안 될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주는 생존 필독서"라고 일독을 권했다.

▲<숨: X - 죽음은 하얗게 다가왔다>(류이 지음) ⓒ아나야

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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