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세영 변호사의 세상읽기] 산 건물의 절반이 남의 땅 위에 있었다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세영 변호사의 세상읽기] 산 건물의 절반이 남의 땅 위에 있었다면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사는 일이 아니다. 그 건물이 서 있는 땅, 경계, 도로와의 관계, 인접 토지와의 관계까지 함께 사는 일이다. 그런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뒤, 건물의 상당 부분이 타인의 토지를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어떨까. 매수인으로서는 황당함을 넘어 재산권의 기초가 흔들리는 일이다.

등기를 마쳤다고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등기부는 소유권과 담보권 등 권리관계를 보여주지만, 실제 건물이 어느 경계 안에 정확히 위치하는지까지 보증해 주지는 않는다. 건축물대장 역시 건물의 존재와 면적 등을 확인하는 자료일 뿐, 현실의 경계 침범 여부를 그대로 확인해 주는 자료는 아니다. 지적도, 건축물대장, 현장 상태를 함께 살펴보면 침범이 의심되는 단서는 찾을 수 있지만, 침범 여부를 단정하려면 경계복원측량이나 지적현황측량 등 별도의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매도인의 책임이 문제 된다. 매수인은 통상 매매목적물이 정상적인 권리와 이용 가능성을 갖춘 상태라고 믿고 계약을 체결한다. 건물의 절반 가까이가 타인의 토지를 침범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불편이나 사소한 흠이 아니라 매매목적물의 권리관계와 이용가치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다. 매도인이 이를 알았는지, 알 수 있었는지, 계약 당시 설명했는지, 침범 부분이 매매목적물의 권리관계와 이용 가능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대금감액, 손해배상, 경우에 따라 계약 해제까지 논의될 수 있다.

공인중개사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공인중개사는 단순히 매도인과 매수인을 연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거래의 중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설명함으로써 당사자의 판단을 돕는 전문가다. 물론 모든 물리적 하자를 측량 수준으로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황상 경계 침범이 의심될 만한 사정이 있거나, 공부상 내용과 현장 상태 사이에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불일치가 보인다면 이를 확인하거나 적어도 매수인에게 그 위험을 고지해야 한다.

부동산 거래에서 “몰랐다”는 말은 늘 등장한다. 매도인은 몰랐다고 하고, 중개사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하며, 매수인은 믿고 샀다고 한다. 그러나 법은 계약 당시 각 당사자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 누구에게 어느 범위의 확인·설명 의무가 있었는지를 따진다.

매수인에게도 교훈은 분명하다. 큰돈이 오가는 거래일수록 등기부등본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오래된 건물, 경계가 불분명한 토지, 담장이나 처마가 인접 토지와 맞닿아 있는 건물이라면 계약 전 측량 또는 전문가 검토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약사항에는 경계 침범이 없다는 매도인의 확인, 침범 발견 시 책임, 손해배상 및 계약해제 가능성을 명확히 적어 두는 것이 좋다.

부동산 거래에서 서류 확인은 기본일 뿐이다. 등기부와 건축물대장을 확인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건물이 어디까지 서 있는지, 그 위치가 토지 경계와 맞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계약서에 아무리 좋은 문구가 들어 있어도, 경계가 확인되지 않은 거래는 언제든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거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첫 확인은 경계다. 내 건물이 정말 내 땅 위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일,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권리 보호의 시작이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