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중대범죄에 한해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소년범죄 대응체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계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30일 정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살인, 강도, 성범죄, 집단폭행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형법상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이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면 형벌 대신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른바 촉법소년 제도다.
이번 논의의 핵심은 전면 하향이 아니라 조건부 하향이다. 모든 촉법소년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넓히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중대범죄에 한해 만 13세도 형사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는 오래된 쟁점이다. 청소년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반복됐지만 아동·청소년의 발달 단계와 교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이어져왔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은 이 논의를 전국적 여론으로 끌어올린 대표적 사건이었다. 2017년 부산 사상구에서 또래 여학생을 장시간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촉법소년 제도와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후 학교폭력과 청소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같은 논쟁이 되풀이됐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에서도 촉법소년 범죄를 소재로 다루면서 형사처벌 연령 기준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정책은 여론의 분노만으로 설계될 수 없다. 정부가 검토하는 조건부 하향도 이 지점에서 나온 절충안에 가깝다. 경미한 비행까지 형사처벌로 끌고 가는 대신 살인·강도·성범죄·집단폭행 등 중대범죄에 한해 예외를 두겠다는 접근이다.
쟁점은 중대범죄의 범위다. 살인과 강도, 성범죄처럼 범위가 비교적 명확한 범죄만 포함할지, 집단폭행과 특수상해, 상습폭력까지 넓힐지에 따라 실제 적용 대상은 달라질 수 있다. 기준이 모호하면 현장 혼선과 형평성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부산 입장에서 이번 논의는 단순한 중앙정부 정책 변화로만 보이지 않는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이후 지역사회는 소년범죄를 어디까지 보호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 어느 단계부터 형사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마주해 왔다.
그러나 연령 기준을 한 살 낮추는 것만으로 소년범죄 대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소년범죄는 대개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 안에서 위험신호를 드러낸 뒤 발생한다. 경찰과 학교, 지자체, 상담·보호기관의 조기 개입이 작동하지 않으면 처벌 기준을 낮춰도 재범 방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피해자 보호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절차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하거나 학교와 지역사회 안에서 2차 피해를 겪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연령 기준 조정과 함께 피해자 통지, 접근 차단, 상담·치료 지원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이번 논의는 촉법소년 제도를 둘러싼 오래된 갈등의 절충점에 서 있다. 중대한 범죄에는 분명한 책임을 묻되 소년범 전체를 형사처벌 중심으로 돌리는 것은 피하겠다는 방향이다.
최종 관건은 법 개정 이후의 현장 실행력이다. 중대범죄 기준이 모호하거나 학교·경찰·지자체의 조기 개입 체계가 그대로라면 조건부 하향은 상징적 조치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처벌 기준 정비와 피해자 보호, 재범 방지 체계가 함께 보완된다면 부산 여중생 사건 이후 이어져 온 소년범죄 대응 논의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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