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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로컬푸드로 창업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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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로컬푸드로 창업한다는 것

자본으로 못 이긴다면, 무엇으로 이길 것인가

학교에서 매 학기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큰돈도 없고 경험도 부족한 제가 대체 무엇으로 창업해야 할까요?" 나는 이 질문이 우리 외식 시장의 냉정한 현실을 정확히 짚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외식업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인구에 비해 음식점이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새로 문을 연 가게가 5년을 버티는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자본과 시스템으로 무장한 프랜차이즈와 대형 매장이 골목까지 밀고 들어온다. 가진 돈으로 승부하는 싸움이라면 자본이 얇은 청년 창업자에게 승산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자본으로 못 이긴다면 무엇으로 이길 것인가. 나는 그 답 하나가 '로컬푸드'에 있다고 본다.

대자본이 흉내 내기 어려운 것

프랜차이즈의 힘은 표준화와 규모에서 나온다.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맛, 똑같은 시스템, 대량 구매로 낮춘 원가. 그런데 바로 그 '똑같음'이 그들의 약점이기도 하다. 어디서나 같은 것은 굳이 그 가게를 찾을 이유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로컬푸드 창업은 정확히 그 빈틈을 파고든다. 우리 지역에서 난 식재료 그것을 기른 농부와의 관계, 그리고 그 지역만의 이야기. 이 세 가지는 아무리 큰 자본도 하루아침에 사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지역 농가와 몇 해에 걸쳐 쌓은 신뢰, 제철마다 바뀌는 메뉴에 담긴 손맛 "이 채소는 어느 마을 누구의 밭에서 왔다"는 진짜 이야기는 돈이 아니라 시간과 정성으로만 만들어진다. 자본이 모방하기 어려운 것, 그것이 곧 작은 창업자의 무기다. 나는 학생들에게 늘 말한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이길 수 없으니 남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것으로 시작하라고.

무엇으로 시작할 수 있나, 로컬푸드 창업의 여러 길

로컬푸드 창업이라고 하면 흔히 시골 농가 식당만 떠올리지만 그 길은 생각보다 넓다. 크게 네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지역 식재료로 차린 식당과 카페다. 인근 농가의 제철 채소와 과일로 메뉴를 짜고, 계절에 따라 메뉴를 바꾸며, 메뉴판에 산지와 농부의 이름을 적는 방식이다. 커피 원두처럼 지역에서 나지 않는 재료를 쓰는 카페라도 우유·계란·제철 과일 같은 부재료를 지역산으로 바꾸면 충분히 '우리 동네 카페'가 될 수 있다.

둘째, 지역 농산물을 잇는 유통형 창업이다. 소규모 직매장이나 온라인 직거래, 제철 농산물을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꾸러미(구독) 사업 등이 여기에 든다. 요리보다 연결에 강점이 있는 창업자에게 어울리는 길이다.

셋째, 가공과 제품 창업이다. 지역 농산물을 그리고 모양 때문에 버려지던 못난이와 부산물을 잼·즙·말랭이·발효식품 같은 상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앞선 연재에서 이야기했듯 발효와 가공은 농산물의 수명과 몸값을 동시에 높이는 '시간을 파는 기술'이다. 신선식품보다 유통이 자유롭고 온라인 판매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넷째, 체험과 관광을 결합한 창업이다. 농장에서 직접 수확해 요리해 먹는 팜투테이블 체험, 발효 워크숍, 산지 미식 투어처럼 '먹는 것'에 '경험'을 더하는 방식이다.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시간을 파는, 이른바 6차산업형 창업이다.

'감성'이라는 함정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요즘 청년 창업에서 '감성'은 거의 무기처럼 쓰인다. 예쁜 공간, 분위기 있는 조명, 감각적인 그릇과 사진 잘 나오는 자리. 물론 감성은 소중하다. 손님을 처음 문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감성만' 앞세우는 창업을 늘 경계하라고 말하고 싶다.

감성이 위험해지는 지점은 그것이 손님의 편의를 밀어낼 때다. 사진은 예쁘지만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한 의자, 동선을 무시한 채 분위기만 좇은 좌석 배치, 주문과 이용 방법이 손님이 아니라 주인 편한 대로 짜인 시스템. 이런 가게는 '이용자(손님)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주인) 중심'으로 설계된 것이다. 감성에 이끌려 한 번은 오지만 불편을 겪은 손님은 다시 오지 않는다. 감성은 손님을 부르지만, 불편은 손님을 조용히 내쫓는다.

진짜 감성은 불편을 참게 만드는 예쁨이 아니라 편안함 위에 얹힌 아름다움이어야 한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로컬푸드 창업의 진짜 무기는 감성이라는 '포장'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이다. 지역에서 난 좋은 재료, 그것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 손님을 편하게 배려하는 운영.

감성은 이 내용물을 돋보이게 하는 포장일 뿐, 결코 내용물을 대신할 수 없다. 남과 다른 '척'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본질로 버텨야 한다.

낭만만으로는 안 된다

로컬푸드 창업은 매력적이지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지역 식재료는 계절을 타고 물량이 들쭉날쭉하며 값도 오르내린다. '착한 가게'라는 명분만으로 손님이 계속 찾아오지도 않는다.

결국은 맛있어야 하고 편해야 하고 팔려야 하고 남아야 한다. 낭만과 감성으로 시작해 현실에서 무너지는 창업을 나는 여럿 보아 왔다. 그래서 이 연재의 다음 두 글에서는 그 현실의 문제, 곧 '어떻게 재료를 대고 제품을 만들 것인가'와 '어떻게 팔고 버틸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다루려 한다.

다행히 판은 조금씩 깔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부터 지역의 자연·문화 자원에 아이디어를 더해 사업을 벌이는 청년을 '로컬 크리에이터(지역가치 창업가)'로 육성해 왔다. 2024년에는 개인 150여 팀에 최대 4천만 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했고 2025년에는 로컬 비즈니스 지원을 7개 분야 23개 사업, 8,170억 원 규모로 확대했다. 지역 자원으로 창업하려는 청년에게 이만한 뒷바람이 분 적이 없다.

로컬푸드 창업은 큰돈으로 크게 시작하는 길이 아니라 자기 색으로 작게 시작해 단단히 뿌리내리는 길이다. 다만 그 '색'은 겉을 꾸미는 감성이 아니라 재료와 맛과 배려라는 본질에서 우러나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그 본질의 첫 단추, 곧 '재료를 어떻게 댈 것인가'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려고 한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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