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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식탁 위 이야기] ② MSG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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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식탁 위 이야기] ② MSG는 억울하다

식품첨가물을 둘러싼 오해와 과학

지난 글에서 'MSG 무첨가'라는 문구가 왜 부당한 표시인지를 잠깐 짚었다. 그러자 몇몇 분이 물으셨다. "그래도 MSG는 화학조미료잖아요. 안 넣는 게 낫지 않나요?" 아주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MSG=화학=몸에 나쁜 것'이라는 공식을 배워 왔으니까. 그런데 식품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오래된 공식이 과학적으로 상당히 억울한 누명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MSG를 실마리 삼아 '식품첨가물'이라는 말에 씌워진 오해를 하나씩 벗겨 보려 한다.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라는 오해의 출발

MSG에 대한 공포에는 뜻밖에도 분명한 출발점이 있다. 1968년 4월, 중국계 미국인 연구자 DR. Ho Man Kwok이 저명한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짧은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정식 논문이 아니라 편집자에게 보낸 '독자 편지'였다. 중국 음식을 먹고 15~20분쯤 지나면 목덜미가 뻣뻣하고 쇠약감과 두근거림을 느낀다는 개인적 경험담이었고 그는 그 원인으로 소금, 조리용 술, 혹은 MSG를 조심스레 추측했다. 그런데 이 한 통의 편지가 언론을 타면서 'MSG 탓'이라는 대목만 부풀려졌고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라는 말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과학적 검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상(印象)에서 시작된 셈이다.

이후 과학자들은 이 주장을 제대로 검증했다. 실험 참가자도 연구자도 누가 진짜 MSG를 먹었는지 모르게 하는 '이중맹검' 방식의 엄격한 연구들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결과는 한결같았다. 일반적인 섭취 수준에서 MSG와 그 증상 사이의 재현 가능한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스스로 'MSG에 민감하다'고 믿는 사람들조차 진짜 MSG를 먹었을 때와 아무것도 안 든 가짜를 먹었을 때 증상을 호소하는 빈도가 비슷했다는 점이다. 결국 1995년 미국의 전문가 패널은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라는 표현 자체가 특정 문화를 비하하는 부적절한 용어라며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MSG는 사실 '자연의 맛'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MSG가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낯선 물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MSG의 핵심은 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인데 이것은 다시마와 멸치, 잘 익은 토마토, 파르메산 치즈, 심지어 어머니의 모유에도 자연적으로 들어 있다. 우리가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에서 느끼는 그 깊은 감칠맛, 오래 숙성한 된장과 간장의 구수함, 이 모두가 사실은 글루탐산의 맛이다. 인류는 이름도 모른 채 수천 년 동안 이 맛을 즐겨 온 것이다. MSG는 그 감칠맛 성분을 사탕수수 등을 발효시켜 결정 형태로 편리하게 만든 것일 뿐이다.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판단도 분명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1959년 MSG를 소금이나 베이킹파우더와 같은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등급으로 분류했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식량농업기구가 함께 운영하는 전문가위원회는 MSG에 대해 '일일섭취허용량을 따로 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상 가장 안전한 등급의 판정을 내렸다.

물론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고 짠맛을 더 부르는 경향이 있으니 적당히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MSG를 넣었다'는 사실 자체가 유해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첨가물'이라는 말이 뒤집어쓴 누명

MSG의 억울함은 사실 '식품첨가물' 전체가 겪는 누명의 축소판이다. 많은 사람이 '첨가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곧바로 '화학물질=위험'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것은 큰 오해다.

우선 우리가 매일 쓰는 소금, 설탕, 식초, 심지어 두부를 굳히는 간수까지도 넓게 보면 식품에 더해지는 성분이다. '자연에서 왔느냐 공장에서 왔느냐'는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다. 자연에도 맹독은 얼마든지 있고 정교하게 관리된 첨가물은 오히려 안전하다.

무엇보다 식품첨가물은 아무나 마음대로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첨가물공전'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첨가물의 종류와 양을 하나하나 정해 두고 관리한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일일섭취허용량(ADI)'이다. 쉽게 말해 '사람이 평생 매일 먹어도 아무런 해가 없는 하루치 양'이다. 각국은 동물실험 등으로 확인된 안전한 양에 다시 수십 배의 안전 여유를 두어 이 기준을 정하고 실제 사용량이 그 한참 아래에 머물도록 관리한다.

실제로 국내 조사에서 어린이들의 식품첨가물 섭취량은 이 허용량의 1.4% 수준에 그쳤다. 다시 말해 허용치의 100분의 1 남짓이다. 우리가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과 실제 노출 수준 사이에는 이만큼의 큰 간격이 있다.

그렇다고 '전부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오해는 말자. 나는 모든 첨가물이 무조건 안전하니 마음껏 먹으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정확히 알고 균형 있게 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주의가 필요한 성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의 붉은 색을 유지해 주는 발색제, 아질산염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기관이 가공육을 발암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류한 데에는 이 성분과 무관하지 않은 배경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핵심은 '첨가물이라서 나쁘다'가 아니다. 문제는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다. 흥미롭게도 아질산염은 치명적인 보툴리누스 식중독을 막아 주는 중요한 안전장치 역할도 한다. 하나의 성분이 위험과 이로움을 동시에 지니는 것이다. 그러니 답은 '가공육을 아예 악마화하는 것'도 '무제한으로 먹는 것'도 아닌 적당한 양으로 즐기는 균형에 있다.

결국 어떤 성분을 판단하는 기준은 그것이 '첨가물'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느냐가 아니라 과학이 말하는 실제 위험과 섭취량이어야 한다. 이름이 아니라 근거로 따지는 것, 그것이 과학적인 태도다.

공포가 아니라 정보가 필요하다

이 이야기의 결론도 지난 글과 맞닿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정보다.

소비자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MSG', '첨가물'이라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겁먹기보다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차분히 보는 습관이다.

막연한 공포는 엉뚱한 곳에 힘을 쏟게 만든다. MSG 한 꼬집을 피하느라 정작 훨씬 중요한 나트륨과 당, 전체 식사의 균형을 놓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책의 몫도 분명하다. 안전한 성분을 '뺐다'며 공포를 파는 마케팅을 계속 걸러내고 소비자가 과장 없이 정확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포 마케팅이 통하는 시장에서는 정직하게 만든 제품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과학은 무언가를 무조건 안심하라고도 무조건 두려워하라고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근거를 보라'고 말할 뿐이다. MSG의 억울함을 벗겨 주는 것도 진짜 주의가 필요한 것을 가려내는 것도 결국 그 한마디에서 출발한다.

다음 편에서는 반대편의 이야기, 즉 '몸에 좋다'는 말이 붙은 건강기능식품이 과연 그 약속을 얼마나 지키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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