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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뇌관 결국 터졌나…미·이란 충돌 격화에 협상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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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뇌관 결국 터졌나…미·이란 충돌 격화에 협상 '신기루'

로이터 "호르무즈, 이란에 이제 핵문제보다 우선 순위"…트럼프 "전면전 재개 생각 안해"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거듭 무력 충돌하며 휴전이 위태로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면전 재개를 꺼리는 듯 했지만 한층 강해진 충돌이 최종 합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불안정 국면 지속에 기여할 거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란에서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을 계기로 온건파에 분노가 쏟아지는 분위기다.

미 중부사령부는(CENTCOM)는 8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란 방공 체계, 해안 감시 시설,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저장 기지, 해군 역량, 해안선을 따라 위치한 군수 물자 수송 시설 등 약 90개의 이란 군사 목표물을 이틀째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전날에도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형선 60척 이상을 포함해 80곳 가량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 중부사령부는 공습 목적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과 무고한 민간 선원을 공격할 수 있는 이란의 능력을 약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7일 호르무즈 해협 상선 세 척 피격 계기로 이번 충돌이 시작됐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이번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 및 시리크, 코나라크, 차바하르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북부 골레스탄주의 한 다리도 적 발사체에 공습 당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곧바로 보복에 나섰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보면 혁명수비대는 9일 성명을 내 미군 공격 대응으로 쿠웨이트 아리프잔 및 알리 알살렘 기지와 바레인 주페어 및 셰이크 이사 기지 등 미군기지 4곳을 미사일과 무인기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란군은 성명을 통해 쿠웨이트 패트리어트 방공망, 조기 경보 기지 역할을 하는 카타르의 위성 안테나, 바레인 미군 소유 연료 저장시설을 추가로 공격했다고 공개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이란 보건부를 인용해 이틀간 미군 공습으로 이란에서 14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둘러싸고 미·이란이 2주 만에 유사한 충돌 국면으로 들어선 가운데, 종전 협상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지 우려가 커진다. 종전 양해각서(MOU)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 안전 통항을 위해 "이란이 최선을 다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모호한 문구를 담았는데 이란은 이를 자국의 완전한 해협 통제로 해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자유 항행을 주장하고 있다.

현 상황은 임시 봉합이 이뤄졌던 지난달 말보다 부정적이다. 일단 충돌 규모가 커지고 미국 쪽 대응이 더 강경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의 이번 공격 횟수가 6월 말의 약 7배에 달한다고 짚었다. 미국은 군사 대응과 더불어 종전 합의에서 이란 쪽 핵심 경제적 이익이었던 원유 수출 제재 면제도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 양해각서가 "끝난 것 같다"며 더 이상의 대화는 "시간 낭비"라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이란 쪽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추모 행사에 모인 군중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외치는 데 더해 협상파 정치인에 대한 공격까지 일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협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6일 추모 행사에서 "유화주의자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강경파 지지자들에 공격 당했다. 같은 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추모 행사 도중 돌을 맞았다.

최근 몇 주간 수차례 공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휴전의 뇌관임이 더욱 분명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이란에 "황금 무기"가 돼 이제 핵프로그램보다 더 우선순위가 됐다고 지적했다. 해협 통제를 위해 이란이 미국과의 새로운 긴장 고조까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고위 소식통 2명은 통신에 해협 통제권 유지 고수가 세계 각국과 장기적 분쟁을 일으킬 위험이 있음에도 이란 정부 내에선 이 정책에 대한 이견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어떤 나라가 이처럼 중요한 영향력을 포기하냐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이란의 황금 무기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빼앗으려는 시도가 있지만, 이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전쟁의 발단인 핵 문제조차 뒤로 미뤄졌다. 이란 고위 소식통은 <로이터>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관리권을 미국이 받아 들이기 전까지 핵 문제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튀르키예(터키) 앙카라에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취재진에 "우린 핵물질을 확보한 거나 다름 없다. 너무 지하 깊이 묻혀 있어 꺼낼 장비를 가진 우리 말곤 아무도 그걸 파낼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란 고농축 우라늄 반출 필요성을 경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상태는 이미 지난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때 만들어진 것으로, 미국이 이번 전쟁을 수행한 목표 중 하나가 희미해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전이 재개되진 않을 거라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나토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냐는 질문을 받고 "다시 시작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매우 빠르게 종결될 것이고 우린 원유를 포함해 안전을 확보하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군사 작전 "장기화"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값 급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진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등 핵심 사안에 대한 모호한 문구만 확보하고 이란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종전 양해각서에 합의한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도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인기 없는 이란전이 길어지면 공화당의 부담이 커진다.

종전 합의 이후 빠르게 하락해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갔던 국제유가도 이번 불안으로 급등했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9월 인도분 선물은 8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3.86달러(5.2%) 오른 배럴당 78.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전(배럴당 72달러)에 비해 8% 이상 뛴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종 합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를 보면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 조너선 파니코프는 "상황이 다시 전면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 영구적 출구 없이 폭력이 반복되는 '관리된 불안정'이 기본 상태가 됐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발리 나스르 미 존스홉킨스대 중동학 교수는 "양해각서가 점점 신기루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외교 편집자 패트릭 윈투어는 "현재로선 전면전 복귀를 막는 유일한 제약은 그게 한 번 시도됐고 실패했다는 점"이라고 봤다.

▲9일(현지시간)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에 참석한 여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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