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 시기부터 올림픽공원 시위가 이어지는 현재까지, 정치와 미디어가 '혐중' 등 이주민 혐오를 확산하고 있다는 시민단체 지적이 나왔다. 정치인이 정책과 발언 등으로 혐오를 부추기면 언론과 유튜브가 증폭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보고회를 열고 6.3 지방선거 기간(2월 1일~6월 5일) 보도된 국내 언론 기사를 모니터링한 결과 총 51건이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이주민 혐오 보도'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판단 기준은 △개인의 행위를 이주민 전체의 특성으로 확대하고 위협적인 존재로 묘사 △정치인 등 영향력이 강한 발화자의 발언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시하며 이주민 언급 △제도적 차별 정당화 △혐오차별 사건의 단순 반복 보도를 통한 재생산 등 5가지다.
혐오 보도 절반은 정치인의 이주민 혐오 발언을 비판 없이 보도한 경우였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경기도의 미등록 이주민 자녀 보육지원 사업을 두고 "마약 범죄 등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인한 범죄가 심각한 상황에서 오히려 불법체류를 장려하는 꼴"이라 발언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이주민 지방선거 투표권과 관련해 "선거권을 퍼준다", "국민 혐오" 등의 비난성 발언을 했다. 이강산 자유통일당 사무부총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외국인 우대 정책 폐지를 공약했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그대로 기사에 싣는 경우도 확인됐다. 한 지역신문은 지방에 청년이 없어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현상을 두고 "능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안타까운 상황" 등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른 인터넷신문은 사전투표를 마치고 온 시민이 정치권에 치안 강화를 요구했다며 "우리 동네에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기도 하고 최근 아이 납치 사건 이야기도 들었다"는 발언을 근거로 실었다.
연구자들은 지방선거 시기 정치와 미디어가 부추긴 이주민 혐오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시위에서 '혐중'(중국 혐오)으로 수렴·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시위대는 잠실 투표소였던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지키는 경찰의 말투와 머리, 복장 등을 두고 중국 공안으로 의심된다며 난동을 피웠다. 현장을 방문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게도 "어머님 중국인이지 않느냐"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시했다.
권순택 미디어사회운동센터WA 센터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시위 초기를 주도한 인물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민경욱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대표 등 정치인을 지목했다.
또 "김현태 전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 등 내란세력이 같이 있으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소환하려하는 움직임이 시위에 붙어 있다"며 "부정선거론자들이 시위를 호도하고 중국과 연결한다"고 주장했다.
박동찬 경계인의몫소리연구소 소장은 올림픽공원 시위에서 폭발한 이주민 혐오를 두고 "합리적 이성이 마비된 공간에서 음모론이 어떻게 구체적인 인신공격과 제노포비아적 낙인으로 진화하는지 적나라하게 증명한다"며 "더 이상 피아를 가르는 기준이 이념이나 정책이 아니라 부모의 출신, 혈통을 캐묻고 그것으로 정치적 정당성을 판별하려는 인종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이준석 대표가 모친의 국적을 묻는 질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데 대해서도 "자신이 순혈 한국인이라는 방어기제"를 표출한 것으로 보였다며 "화교나 특정 국적을 가진 사람이 왜 한국 사회에서 모욕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계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2세들은 이 대표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자신이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다"며 "스스로 부모의 배경을 숨기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이른바 '벽장' 속으로 숨는 부작용을 초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의 반박은 중국인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열등하거나 배제돼야 마땅한 가치로 둔갑시키는 시위대의 프레임에 동조한 꼴이 됐다"며 "정치인은 혐오의 언어가 들어왔을 때 그 질문 자체가 가진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본질을 지적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정치와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공론장에서 이주민 혐오가 확산하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이주민 혐오 보도를 분석한 임선영 이주인권 셋 대표는 "정치인이 혐오 표현을 하면 한 사람의 발언으로 끝나지 않고 언론이 인용하고 온라인에서 재생산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언론이 사실관계 확인이나 차별 효과에 대한 설명 없이 자극적인 표현만 반복하면서 사실을 전달한다기보다 그 표현을 더 넓게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거와 공론장에서 이주민은 반복해서 사회적 위험, 특혜의 수혜자, 정치적 위협으로 재현된다"며 "이런 재현은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혐오와 차별을 확산시키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소장은 "혐오의 공간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반복되는 정치적 언어와 자극적인 콘텐츠,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 이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거나 정치적으로 십분 활용하는 행위가 축적되면서 형성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혐오표현 하나, 특정 사건과 사고를 비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혐오를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과 서사를 해체하고, 차별과 편견이 발 붙일 수 없도록 연대의 언어를 확장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혐오의 공간을 민주주의와 공존의 광장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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