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부산을 찾아 선거관리위원회 특검과 지방선거 재선거를 요구하며 장외전에 나섰지만 당 안팎에서는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당권 방어 행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장 대표는 부산시당에서 열린 '6·3 참정권 박탈 사태 부산·경남권 청년·대학생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뒤 부산 서면 일대 집회에 참여했다. 그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관위 특검과 재선거 실시,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명분은 '참정권 수호'다. 그러나 정치적 맥락은 단순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책임론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다. 장 대표가 패배 원인에 대한 내부 진단보다 선관위 문제를 앞세워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제3자 추천 특검에도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이 추천하는 특검이어야 진상 규명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특검의 공정성을 주장하면서 특정 정당 추천만 고집하는 방식은 중도층 설득보다 내부 결속에 가까운 정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부산 일정의 상징성도 작지 않다. 부산은 국민의힘 핵심 기반이지만 최근 정당 지지도 흐름은 예전만큼 안정적이지 않다. 한국갤럽 7월 둘째 주 조사에서 전국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2%, 국민의힘 24%였고,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37%, 국민의힘 29%로 나타났다.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불리던 부울경에서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구도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꺼낸 카드는 민생 의제가 아니라 장외투쟁이었다. 고물가와 고환율, 부동산 부담, 검찰 보완수사권 논란 등 야당이 파고들 현안은 적지 않지만 국민의힘의 메시지는 '재선거'와 '특검'에 집중됐다. 선거 패배 이후 쇄신보다 분노 동원에 기대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당내 균열도 부담이다. 당권파는 특검 관철을 위한 여론전이라고 설명하지만 비당권파에서는 사퇴론을 피하기 위한 장외 정치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부산행이 지도부 책임론을 잠재우기는커녕 리더십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지금 붙잡아야 할 것은 선거 이후의 분노가 아니라 패배 이후의 진단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은 매우 필요하지만 이를 재선거 요구와 장외투쟁으로만 끌고 갈 경우 국민의힘은 민생 야당보다 선거 불복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장 대표의 부산행은 국민의힘의 현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구호는 '참정권 수호'였지만 정작 드러난 것은 패배 책임을 둘러싼 당내 균열과 강성 지지층 의존 전략이었다. 부산에서 시작한 장외전이 당권 수호의 방패가 될지 국민의힘의 고립을 키우는 역풍이 될지는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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