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압도적인 지지에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책임져야 할 분이 오히려 한 번 더 하겠다고 나왔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정견발표회. 연단에 오른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이 자리에 앉아 있던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해 이같이 말하자 장내에서는 "맞습니다"라는 환호와 "나가라"는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정 전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비판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봤다.
김 전 의장은 이어 "정청래 대표께서 국민의힘을 해산하겠다고 해놓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다 죽은 국민의힘을 펄펄 살게 만들지 않으셨느냐"며 "정청래 대표 시절 1년 동안 민주당은 미래의 문을 열지 못하고 과거의 벽에 가로막혀 퇴보했다"고 몰아붙였다.
객석에서 야유와 고성이 뒤섞이며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정 전 대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당의 전직 대표를 면전에서 비판한 김 전 의장의 연설 장면은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거침없는 발언만큼 눈길을 끈 것은 연단에 선 인물의 이력이다. 현역 국회의원도, 전직 장관도 아닌 만 36세 평당원이 민주당의 당대표 자리에 도전장을 냈다. 그의 정치적 출발점도 여의도가 아닌 인구 3만여 명의 전남 강진군이다.
1989년 강진에서 태어난 김 전 의장은 전남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뒤 고향에서 도예가로 활동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지역 정치에 발을 들였고, 이후 지역 청년 예술인들과 한국청년문화예술인협회를 꾸렸다.
2018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강진군의회에 입성할 당시 나이는 만 28세였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강진군의원 후보 가운데 최다 득표로 재선됐고, 같은 해 동료 의원과의 의장 선거에서 6대 2로 승리했다. 만 32세로 전국 최연소 기초의회 의장이자 강진군의회 최초의 여성 의장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김 전 의장은 취임 이후 주민 간담회를 늘리고 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를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강진을 지역구로 둔 전남도의원과 군의원들이 함께 지역 현안을 공부하는 모임을 운영했다. 자신이 의장이던 제9대 의회 전반기 제·개정 조례는 165건으로 제8대 전반기보다 44% 증가했다.
집행부와의 관계에서도 기존 관행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강진군의회는 2022년 말 강진군이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 4790억 원 가운데 108억 원을 삭감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군의회는 사업 효과가 낮은 일회성 행사와 선심성·소모성 경비, 중복 사업을 삭감 대상으로 들었다. 이 결정은 의회의 집행부 견제라는 평가와 함께 군의회 내부 갈등을 키운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역 정치에서의 도전은 순탄하지 않았다. 초선 의원이던 2020년에는 민주당이 정한 의장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명됐다가 복당했고, 의장 재임 중이던 2024년에는 동료 의원 6명이 불신임안을 발의했던 상황도 있었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는 감점 15%를 안고 당내 강진군수 경선에 나섰다가 패배했다. 그는 민주당 공천 후보에 대해 "전과 5범에 3000만원 법조비리 후보"라며 "이대로는 민주당이 필배한다"고 중앙당에 후보 교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강진군수 선거는 민주당이 무소속 후보에 참패했다.
이 같은 경험은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내놓은 당내 경선의 개혁 구상으로 이어졌다. 김 전 의장은 모든 당내 경선의 선거인 수와 투표자 수, 후보별 득표수를 48시간 안에 공개하는 '유리상자 경선'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선 규칙을 선거 180일 전에 확정하고 모든 공직 후보 경선에서 공개 토론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청년 정책으로는 당 예산의 10%를 청년 당원 기구가 직접 편성·집행하도록 하고, 청년 공천 목표제와 청년정치펀드, 낙선 청년 정치인의 재도전 지원 체계를 약속했다. AI와 기후위기, 지방소멸 등을 전담할 당 미래전략원 신설도 공약에 포함했다.
김 전 의장은 자신의 당권 도전을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빗대며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저는 약한 계란이고 나이 많은 기득권은 강한 바위"라며 "계란은 생명을 품고 있다. 끝까지 바위를 두드려 결국 금을 내고 민주당을 다시 민주당답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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