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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일 작가 '나는 왕이 아니었다'…장편희곡으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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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일 작가 '나는 왕이 아니었다'…장편희곡으로 탄생

"비운의 왕이 아닌 열일곱 살 소년 홍위를 무대에 세우고 싶었습니다"

청소년 독자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일으켰던 청소년 장편소설 『나는 왕이 아니었다』가 장편희곡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원작이 현대 청소년의 시선으로 단종의 삶을 체험하며 역사의 무게를 그려냈다면, 희곡은 단종이 죽음을 맞기 전날 저녁부터 마지막 아침까지 단 하루를 배경으로 '왕'이 아닌 '열일곱 살 소년 홍위'의 마지막 시간을 연극에 담았다.

▲'나는 왕이 아니었다' 서예일 장편희곡 표지. ⓒ서예일 작가

연극은 물론 무용극 공연까지 염두에 둔 창작된 이번 작품은 관풍헌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 역사와 현실을 교차시키며 새로운 역사극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21일 김유정문학촌에서 서예일 작가를 만나 장편희곡 『나는 왕이 아니었다』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청소년 장편소설을 다시 장편희곡으로 집필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설과 희곡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설은 현대의 중학생이 단종의 삶을 직접 체험하며 역사를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희곡은 현대의 열일곱 살 소년과 죽음을 앞둔 열일곱 살 홍위가 영월 관풍헌에서 만나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역사를 바꾸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를 마주한 두 소년의 대화와 우정에 집중했습니다"

이 희곡만의 가장 큰 무대적 특징은 무엇인가

"무대에는 왕의 옷을 입은 '가짜 왕'과 평복을 입은 '진짜 왕'이 함께 등장합니다. 현대 소년은 단종문화제에서 단종으로 선발돼 어가행렬 때 입었던 곤룡포를 입고 있지만 실제 왕은 아닙니다. 반대로 진짜 왕인 홍위는 모든 권력을 내려놓은 평복 차림입니다. 왕의 옷을 입은 소년과 평복을 입은 왕의 대비를 통해 왕을 만드는 것이 권력인지, 옷인지, 아니면 한 인간의 존엄인지를 관객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현대 소년은 홍위만 볼 수 있다는 인성적인 설정에 대해 말한다면

"금부도사와 주변 인물들은 현대 소년을 전혀 보지 못합니다. 오직 홍위만 그를 볼 수 있고, 관객 역시 두 사람의 대화를 함께 지켜봅니다. 현실의 인물일 수도 있고, 죽음을 앞둔 홍위가 마지막으로 만난 희망이나 또 다른 자아일 수도 있습니다. 그 여백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중심에 두 소년의 우정이 자리하고 있는 이유는

"저는 단종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왕에게는 신하도, 백성도 있었지만 또래 친구는 없었습니다. 현대 소년은 처음에는 단종을 살리기 위해 찾아오지만 결국 역사는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대신 홍위의 마지막 밤을 함께하는 첫 번째 친구가 됩니다. 역사는 바뀌지 않았지만, 홍위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그것이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가장 큰 위로입니다"

기존 단종을 다룬 작품들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

"기존 역사물은 대부분 수양대군이나 대신들처럼 어른들의 정치와 권력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나는 왕이 아니었다』는 소설과 희곡 모두 열일곱 살 소년의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봅니다. 작품을 이끌어가는 것도 홍위와 현대 소년의 대화입니다. 소년들의 순수한 질문을 통해 권력보다 인간을 먼저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수양대군과 김종서 역시 선악의 이분법이 아니라 시대를 살아간 인간으로 그리고자 했습니다"

지역과 역사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강원 정선 민둥산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정선아리랑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혔고, 영월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장릉과 단종문화제를 가까이 접했습니다. 단종은 저에게 역사책 속 왕이 아니라 또래 소년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연극 무대에 서며 희곡의 매력을 알게 됐고, 이후 계간 『문예한국』에 희곡 「금초」와 「장미의 수분」으로 등단했습니다. 시집 『민둥산역 플랫폼에서』와 청소년소설 『마지막 친구』, 장편희곡 『노포』도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작품들입니다. 정선과 영월,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장르로 풀어내고 있을 뿐입니다"

독자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나는 왕이 아니었다』는 단종의 죽음을 다시 이야기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왕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홍위라는 한 소년을 기억하는 작품입니다. 역사는 바꿀 수 없지만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꿀 수 있습니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이 '단종'보다 '홍위'라는 이름을 먼저 떠올리고, 그에게도 친구가 필요했던 열일곱 살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청소년 장편소설에서 출발한 『나는 왕이 아니었다』는 장편희곡을 통해 또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왕조의 비극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왕의 옷을 입은 가짜 왕과 평복의 진짜 왕이라는 상징적 장치, 그리고 죽음을 앞둔 홍위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 속 한 인간의 존엄을 되살려낸다.

최근 장편희곡 『노포』를 통해 정선의 역사와 공동체를 무대 위에 올린 서예일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영월의 단종 서사를 오늘의 언어로 복원하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현재의 공연예술로 확장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내년 춘천에서 대힌민국연극제가 개최되는 해이다. 이는 지난 1990년 제8회 전국연극제(대한민국연극제 전신) 이후 37년 만에 강원도 춘천에서 대한민국연극제가 다시 열려 강원지역을 대표하는 희곡작품이 부족한 현실에서 서 작가의 강원남부 정선의 아리랑을 배경으로한 <노포>와 영월으루배경으로 한 <나는 왕이 아니었다>는 큰 힘이 될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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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강원취재본부 전형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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