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개정안을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지체 없이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전대미문의 악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10인)·조국혁신당(1인)·진보당(1인)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이 의결에 앞장섰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회의실 앞으로 몰려가 "악법 강행 처리를 중단하라"고 항의하는 등 당 차원으로 대응했지만, 속전속결로 이뤄진 법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개정안 표결 직전 회의장을 단체로 퇴장하며 기권했다. 이들은 본회의에서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다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사위는 이날 한때 국민의힘 요청에 따라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이 큰 안건을 조정하기 위해 재적위원 3분의1 이상 요구로 구성하는 임시 기구인데, 여야 위원 6명이 최장 90일 동안 법안을 심사할 수 있다.
다만 조정위원 6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찬성하면 곧바로 안건을 상임위로 회부해 의결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의 지휘로 안건조정위에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몫 조국혁신당 1명이 참여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동의하는 범여권 위원 4명의 찬성으로 안건조정위 심사는 약 90분 만에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은 이튿날 본회의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되면, 즉시 이를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에 돌입할 예정이다. 장동혁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검찰 해체와 보완수사권 박탈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이 대통령에게 형사소송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라'고 압박했다. 정 장관은 그러나 "국회에서 의결된 사항이고, 저희(법무부)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여러 우려를 전달했다.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따로 거부권을 권유할 사항은 아닌 거 같다"고 일축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아니라 '개악안'이다. 형사사법 70여 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개정안인데, 민주당은 각본을 다 짜놓고 순서대로 작전하듯 착착 진행하고 있다"며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이유는 억울하다고 하는 피의자나 피해자가 한 번 더 이것을 살펴달라고 할 수 있는 기능 때문이다. 이것을 다 폐지하고, 민주당은 (경찰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권'을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개정안을 의결하기 직전까지 세부적인 법 조항 수정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본회의에 올릴 법안을 마련했다. 서 위원장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훨씬 좋아진 형사소송법이다. 앞으로 범죄자는 끝까지 쫓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더 두텁게 보호되고, 검사와 경찰이 서로 견제하고 협력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신중론'을 펼친 정 장관은 "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잘 정착되도록 법무부에서 적극 협조하겠다"며 "예상하지 못한 다른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 늘 어떤 제도든 최선을 다해서 선의를 갖고 만들지만, 또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점을 위원들도 면밀히 관찰해서, 일선의 의견을 잘 수용해서 추후에 보완할 점이 나온다면 잘 보완해 달라"고 당부했다.
운영위에선 '패스트트랙 단축법' 강행처리…국힘, 항의하며 퇴장
민주당은 같은날 국회운영위원회에서는 이른바 패스트트랙, 즉 국회법 85조의2가 규정한 '안건의 신속처리' 기간을 기존 최대 330일에서 90일로 축소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역시 국민의힘이 항의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다. 법안은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의원들의 찬성 속에 17대1로 운영위를 통과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만 유일하게 남아 반대표를 던졌다.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 김승수 의원은 퇴장 전 의사진행발언에서 "어렵게 원구성에 합의하고 지난 27일 전체회의에서 모범적 운영과 협치를 얘기했는데, 몇 시간 되지도 않아 일방적으로 안건을 선정하고 우리에게는 검토할 시간도 주지 않고 소위원회를 열어 안건을 강행처리했다. 그리고 오늘 전체회의에서 다시 강행처리한다고 한다"며 "이게 민주당이 말하는 협치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김 간사는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패스트트랙은 소수의견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 2012년 당시 개정 이유도 '소수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며 "어제 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보다 평균 법안 심의기간이 짧다'면서 패스트트랙을 줄이자고 했는데 이 발언들 자체가 민주당 의원들이 얼마나 법을 경시하는지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운영위 여당 간사인 천준호 의원은 "세계는 반도체·AI 전쟁이고, 우리나라도 생존하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발표됐다"며 "일본에서 반도체 공장을 3년 만에 완공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만큼 적극적으로 현안에 대응을 하고 속도감 있게 국회가 움직여 줘야 한다. 그런데 현행 패스트트랙 법은 일반 법이 평균 310일 정도 소요되는데 패스트트랙은 330일이 소요될 만큼 효용성을 상실한 법"이라고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 간사는 야당이 '일방적 의사진행'이라고 항의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패스트트랙 단축법 외에) 필리버스터가 남용되고 있고 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그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의견들을 존중해서 그 부분은 더 논의하지 않고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그만큼 소위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 의견이 존중돼서 (처리가) 안 되는 법안도 있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법과는 별도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종료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별도 국회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천 간사의 얘기는, 전날 운영위 소위에서 야당 반대 의견을 존중해 필리버스터 개정법은 '계속 논의', 즉 소위에 계류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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