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해졌던 미국의 전술핵무기 한국 배치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8월 5일 미국 NBC 방송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그 계기가 되고 있다.
먼저 NBC 방송은 복수의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동맹 및 해외 주둔 미군기지에 대한 중국이나 러시아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전술핵의 역할을 확대하는 새로운 핵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뢰할 수 있는 핵 옵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략핵무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단거리 전술핵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도 '핵 옵션'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콜비의 연설을 음성 파일로 입수해 보도한 <브레이킹디펜스>에 따르면, 그는 고위력 전략핵이 동원되는 전면적인 핵전쟁보다 특정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져 저위력 전술핵이 국지적으로 동원되고 확전을 초래할 개연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형 전술핵을 포함한 "합리적 핵 옵션"을 보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전술핵을 전진 배치하려고 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하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부 유럽 회원국에는 이미 미국의 전술핵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미국이 중국의 핵전력 강화에 대한 대응 능력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미 동북아에 '비전략 핵무기'(전술핵의 공식 명침) 배치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2018년 핵태세 검토(NPR) 보고서에서는 "비전략 핵무기의 배치는 미국이 확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진 배치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잠재적인 적대국에게 보내는 확실한 억제 신호"라며, "필요할 경우, 미국은 동북아와 같은 (유럽 이외의 다른) 지역에도 비전략 핵무기와 그 운반 수단을 배치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 가운데 '반입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자체적인 핵무장은 고려 대상이 아닐지라도 동맹국인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 있는 옵션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아직까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다만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었다. 또 이재명 정부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유지하면서 자주국방력을 강화해 외부의 위협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여러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리도 전술핵 재배치 옵션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및 러시아의 반발 등 외교적으로는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수 있지만, 나날이 강해지는 조선(북한)의 핵무력에 대한 억제 능력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해 핵심적으로 짚어봐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미국, 전술핵 삼축 체계 눈앞에?
먼저 미국의 전술핵 보유 및 개발 현황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는 F-35 등 '이중용도 전투기'에 장착되는 'B61-12' 생산 및 전력화 추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일부를 저위력(low-yield) 핵탄두로 대체하는 프로그램, 해상발사 순항핵미사일(SLCM-N)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신형 전술핵 3종 세트로 "핵 능력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증대하겠다는 것이 1기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기존의 B61 핵폭탄의 파괴력을 조정하고 정확도를 높인 B61-12의 경우에는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4년에 생산 완료되었다. 특히 이 핵폭탄은 F-35 등 '이중용도 전투기'로 투하 시험 및 핵무기 운용 인증 과정도 거친 상황이다. 미국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유럽에 B61-12를 전개하고 있다.
SLBM의 일부를 저위력 핵탄두로 대체하는 작업도 2020년에 완료되어 실전 배치된 상태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존의 W76 계열의 일부 탄두를 'W76-2'로 개조해 폭발력을 5~8킬로톤으로 낮추는 것이 골자이다. 해상발사 핵순항미사일(SLCM-N) 프로그램도 우여곡절 끝에 부활할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타당성과 가성비를 검토한 끝에 이 사업을 폐기했지만, 2기 트럼프 행정부 들어 SLCM-N용 핵탄두를 'W80-5'로 명명하고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다시 추진키로 한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 사업까지 완료하면, 기존의 '전략폭격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SLBM'으로 구성된 전략핵 '삼축 체계'에 이어 '공중-해저-해상'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전술핵 '삼축 체계'도 보유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202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이 전술핵을 한국이나 일본에 재배치하려고 해도 갖다 놓을 전술핵 자체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에 반해 오늘날의 미국은 그 여력을 갖게 되었다.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이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핵태세검토(NPR) 보고서의 내용 및 동맹과의 협의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대북 억제의 강화가 아니라 불안과 약화 초래
이제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보자.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에 전술핵을 전진 배치하면, 조선·중국·러시아 등을 상대로 억제력이 강화되는 것일까? 많은 이들은 '핵에는 핵밖에 없다'며, 전진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이 더욱 강력한 사용 의지를 담고 있기에 억제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단견이다. 오히려 억제의 불안과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핵무기는 파괴력과 살상력이 낮아질수록 그 위험성은 더 커진다는 역설을 품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술핵을 사용하면 대량살상을 야기하지 않고도 적국의 핵전력 파괴 등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핵무기를 잃기 전에 사용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커질 수 있다. 이는 핵무기 사용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심각한 '안보 딜레마'와 핵전쟁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쌍방 모두 재래식 충돌이 상대의 전술핵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되면, '경보 즉시 발사'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낳는다. 또 상대가 재래식 무기를 사용했는데도 이를 전술핵으로 오인·오판해 전술핵으로 대응할 위험도 높아진다. 일단 전술핵이 사용되면 전략핵 사용의 문턱도 낮춰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국 핵과 조선 핵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생존의 마지노선은 핵전쟁을 억제·예방하는 데에 있다. 그런데 그 '수단'에 해당하는 미국의 전술핵이 한국에 들어오는 순간, 그 '목적'이 배신당할 수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 <자주국방의 가성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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