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다. 대신 사람 냄새가 난다.
김도운 작가가 세 번째 소설집 '공방살'을 내놓았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일상을 점령한 시대, 그는 다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소설을 택했다.
2010년 등단한 김 작가는 본업을 이어가면서 꾸준히 작품을 써왔다. 2019년 첫 소설집 '씨간장', 2023년 '조뚜'에 이어 이번에는 '공방살'로 독자를 찾았다.
책에는 표제작 '공방살'을 비롯해 '여옥이', '교학상장', '선화동 달그림자', '곰나루 여우비' 등 모두 10편의 단편이 실렸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대전과 충청이 있다. 작가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주변 사람들의 삶을 소재로 삼았다. 거창한 영웅이나 극적인 사건보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마주칠 법한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편안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공방살'이 눈길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는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붙잡기 위한 자극적인 장치보다 사람과 삶 자체에 집중한다. 인간관계와 삶의 고뇌,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닫게 되는 감정들을 이야기 곳곳에 녹여냈다.
영상 콘텐츠와 짧은 문장이 익숙해진 시대에 단편소설 10편을 묶어 세상에 내놓는 일은 어쩌면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 작가는 상업적 흥행이나 판매량보다 문학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는 "인터넷 영상보다 재미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삶을 되돌아보고 지긋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줄한줄 혼을 담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공방살'은 빠르게 읽고 소비하는 책이라기보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주변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에 가깝다. 익숙해서 지나쳤던 이웃들의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옷을 입고 독자 앞에 다시 놓인다.
세 번째 소설집을 내놓자마자 김 작가는 다시 다음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문학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시대에도 묵묵히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공방살'이 책 밖에서 전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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