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부가 '메가특구 특별법'에서 '주52시간 적용 제외' 등 노동유연화 정책을 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을 두고 공개 반대 의사를 밝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가 노동계 출신이어서, 노동계 눈치를 봐서 메가특구와 기업을 어렵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AI 시대에 산업부 장관의 고민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것은 인재라고 생각한다"며 "(노동유연화로) 양적 승부를 해서는 어떻게 이기겠는가"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김 장관은 한국의 산업 발전을 두고 "우수한 인재가 오늘날까지 이끌어왔다"고 전제한 뒤 "그렇기에 우수한 인재를 지속 가능하게 혁신 동력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기본권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이니셔티브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자신의 반대 입장을 두고 "정부 내에서 (계속해서) 다른 목소리 내는 건 아니기에, 빠른 시일 내에 토론해서 방향을 잡도록 하겠다"며 "노동권과 기업의 발전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달 기후노동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산업부에서 추진하는 '메가특구 특별법' 추진 방향을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반도체 R&D 인력을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특구 내 파견근로 허용 범위 확대, 현행 최대 2년인 기간제 노동자 사용 기간을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2년 더 연장하는 '2+2' 방안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우 "관념적으로 특구이기에 뭐라도 하나 열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건 위험한 생각"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심으로 '메가특구 특별법'에 대한 비토가 쏟아졌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메가특구 관련해서 관념적 논의가 아닌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메가특구 특별법에서 논의 중인 법과 비슷한 'R&D 인력 주 52시간 예외' 등이 담긴 반도체특별법을 예로 들었다. 이 의원은 "이 법을 적용받으면 주52시간에서 12시간 연장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그간 특별연장근로는 현실에서 활용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특별연장근로 신청을 1739명이 했고 평균 주 49.9시간을 일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380명이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했고, 평균 주 46.3시간을 일했다.
이 의원은 "노사 양측 간부와 임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업장 노동시간 실태가 주 40시간 중반이 넘지 않는다고 했다. 법적 시간인 52시간도 다 소진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추가 노동연장은 관념적"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외에도 현재 논의 중인 파견업종 확대 관련해서도 "이와 100% 비슷한 법들이 이전에 논의됐는데 정작 (노동) 현장에서 수요가 없다. 현장에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것을 만연하게 메가특구에 도입하는 건, 근대노동법의 대원칙, 중간착취 금지를 흔들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간제 2년 추가 등의 방안을 두고도 "이 논의도 기간제는 필요한 부분에서 한정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예외조항이 기존 기간제법에 들어가 있다. 상당 규모가 된다"며 "더구나 반도체산업은 상시지속 업무인데, 기간제를 연장해서 쓴다는 건 맞지 않다. 메가특구는 나쁜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 생산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현행 제도 하에서도 반도체 산업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만약 현행 노동제도에 의해서 반도체 성과가 어려움이 있다면 논의해볼 수 있지만 관념적으로 특구이기에 뭐라도 하나 열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안호영 " 노동법이 산업계, 경영계 요구에서 조화 이루는 수준에서 규제가 돼 있다 생각"
안호영 민주당 의원도 "메가특구 성공을 위해서라면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하고 세금 지원 등을 하고 노동에도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이곳에 '주52시간 특례'를 둘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생산성과 노동권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라기보다는 조화의 문제이지, 어느 한쪽을 배제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현재 우리가 가진 노동법이 이런 산업계, 경영계 요구에서 조화를 이루는 수준에서 규제가 돼 있다 생각한다"며 "주52시간이 있지만 유연한 탄력근로제 등을 하고 있고. 특별연장근로제도가 있다. 그렇기에 무조건 예외를 둬야 한다는 것보다 (기존 제도가) 산업계 요구에 부족한지, 이런 것을 따져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문했다.
김태선 민주당 의원도 "메가특구가 필요하다고 해서 노동자 권리를 양보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설계에 있어서 지역 노동자의 의을 듣고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한 "특례를 도입해도 노동계가 우려하는 것을 불식하게끔 소통하고, 노동자를 위한 보호장치까지 검토해야 한다"며 "메가특구는 지역경제도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메가특구 특별법'에 노동유연화 정책이 들어가는 것 관련해서 "주의, 주장에 의해서 밀어붙이면 안 된다"며 "중국이 4차 산업에서 앞서간다며 따라가자고 하지만 거기도 주40시간 일하고 월 36시간 연장하도록 돼 있어 우리보다 연장시간이 적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김정관 산업통산부 장관은 "중국 충칭의 한 IT기업 관계자로부터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 제도를 도입하려 하자 종업원들이 '그렇게 일해서 다른 기업과 어떻게 경쟁하겠느냐'며 반발해 결국 밤 12시까지 일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며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욕과 의지를 제도가 꺾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해서 박 의원은 "벤치마킹 한다면서, 중국이 연장을 무한하니 우리도 한다는 건 아니다. 중국도 연장을 하면 (임금의) 150%를 줘야 한다"면서 "(연장 근로가) 효과가 있으면 해야 한다. 기초자료를 조사해서 효과가 있으면 하고 없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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