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에서 우리는 지역의 음식이 어떻게 사람을 불러 모으고 지역을 살리는지를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그 성공에는 그늘이 따른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면 그 지역을 매력적으로 만들었던 것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한다. 관광이 오히려 지역을 병들게 하는 역설, 곧 오버투어리즘이다. 미식 도시가 마주하는 가장 아픈 문제이자 성공한 뒤에야 닥치는 위기다. 오늘은 이 성공의 그늘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성공이 지역을 밀어낸다
먼저 오버투어리즘이 무엇인지 짚자. 세계관광기구(UN Tourism)는 이를 관광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나 방문객의 경험에 지나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태로 정의한다. 쉽게 말해 손님이 너무 많아 그 동네가 숨 쉴 틈을 잃는 것이다.
미식 도시에서 이 문제는 특히 아프게 나타난다. 어떤 골목의 음식이 유명해지면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면 임대료가 오른다. 그러면 그 골목을 매력적으로 만든 작은 가게와 오래된 노포가 오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밀려난다. 그 자리를 관광객용 기념품점이나 어디서나 본 프랜차이즈가 채운다. 주민은 소음과 쓰레기, 치솟은 물가에 지쳐 동네를 떠난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젠트리피케이션이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되는 것이다. 결국 그 지역을 찾게 만든 고유함이 성공 그 자체에 의해 지워진다. 이것이 미식 도시가 마주하는 가장 뼈아픈 역설이다.
세계는 이미 빗장을 걸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세계의 이름난 관광 도시들은 이미 관광객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베네치아는 2024년부터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도시 입장료를 물리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도시에 들어오는 데 돈을 받은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관광 아파트의 면허를 만료시켜 단기 임대를 줄이고 크루즈 승객에게 물리는 숙박세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객 수에 한계선을 긋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본은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겠다며 출국세 인상을 결정했다. 관광을 늘리는 것이 목표였던 도시들이 이제는 관광을 관리하고 심지어 제한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은 오버투어리즘에 시달린 끝에 일부 구역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관광객의 출입 시간을 제한했다. 주민이 실제로 사는 골목에 밤낮없이 관광객이 밀려들자 그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 관광이 삶을 침해하는 지경에 이르면 결국 빗장을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사례들이 보여준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깊이
여기서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관광의 성공은 '몇 명이 왔는가'로 측정되어 왔다. 그러나 오버투어리즘은 그 잣대가 틀렸음을 일러 준다.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되면 도시는 자기 매력을 스스로 소진한다.
미식 도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더 많이'가 아니라 '더 깊이'다. 하루에 만 명이 스쳐 가며 사진만 찍고 떠나는 도시보다 하루에 천 명이 머물며 그 지역의 음식과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고 지갑을 여는 도시가 더 건강하다. 앞선 글들에서 되풀이한 '체류 시간과 재방문', 그리고 '지역에 남는 소비'가 방문객 수보다 중요한 지표다. 스쳐 가는 관광은 지역에 쓰레기와 소음을 남기지만 머무는 관광은 지역에 소득과 관계를 남긴다. 미식이 특히 유리한 지점이 여기에 있다. 음식은 그 자리에서 먹고 경험하는 것이라 본래 '머무는 관광'에 어울리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주민이 떠난 도시는 매력도 잃는다
오버투어리즘을 푸는 열쇠도 결국 이 시리즈가 되풀이해 온 그 자리에 있다. 주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다.
앞서 '리빙 헤리티지', 곧 주민의 삶이 살아 있어야 그 지역이 진짜로 매력적이라고 했다. 오버투어리즘은 바로 그 삶을 밀어내는 힘이다. 주민이 떠난 관광지는 겉은 화려해도 속은 텅 빈 세트장이 되고 여행자는 그 공허함을 이내 알아챈다. 그러니 관광의 성공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성공의 열매가 소수 자본이 아니라 주민에게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 임대료 상승을 막는 상생협약과 공공임대상가,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가게에 대한 지원, 관광으로 얻은 세수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되돌리는 것. 이런 완충 장치가 있어야 성공이 지역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음식으로 푸는 오버투어리즘
관광 총량 관리나 입장료 같은 처방은 대개 도시 행정의 몫이다. 그런데 미식 도시라면 음식을 다루는 자리에서만 낼 수 있는 대안이 있다.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관광객을 시간과 공간으로 분산하는 데 음식을 쓰는 것이다. 한 골목의 유명 맛집에 인파가 몰려 몸살을 앓는다면 그 부담을 옆 골목과 다른 시간대로 흩어 놓아야 한다. 지역의 여러 식당과 시장, 생산지를 잇는 '미식 코스'를 짜면 방문객의 동선이 한 점에 쏠리지 않고 지역 곳곳으로 퍼진다. 아침은 시장에서 낮은 근교 산지 체험으로 저녁은 원도심 노포로 이어지는 흐름을 설계하면 한 곳의 과부하를 덜고 방문객의 체류 시간도 늘어난다. 음식은 하루에도 여러 번, 여러 장소에서 소비되는 자원이라 이런 분산에 잘 맞는다.
둘째, 스쳐 가는 관광을 '배우고 만드는' 관광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진만 찍고 떠나는 방문이 문제라면 그 자리에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들어 주면 된다. 지역 식재료로 요리를 배우는 쿠킹 클래스, 발효식품을 직접 담가 보는 체험, 산지에서 수확해 조리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방문객을 몇 시간씩 붙든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와이너리들이 좋은 본보기다. 이곳의 농장들은 와인을 팔기만 하지 않고 포도밭을 걷고 양조 과정을 둘러본 뒤 그 와인을 지역 음식과 함께 맛보는 체험, 나아가 농장 숙소에 머물며 며칠을 보내는 아그리투리스모(농가 체류)까지 엮어 낸다. 방문객은 와인 한 병을 사 가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땅과 사람, 시간을 통째로 경험하고 돌아간다. 짧게 스쳐 많은 사람을 받는 대신 길게 머무는 적은 사람에게 더 깊은 경험과 더 높은 지출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이는 앞서 말한 '더 많이가 아니라 더 깊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셋째, 주민의 밥상과 관광객의 밥상을 갈라놓지 않는 것이다. 오버투어리즘이 심해지면 동네의 오래된 식당이 관광객용으로 바뀌고 값이 올라 주민이 밀려난다. 이를 막으려면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찾는 가게가 관광 속에서도 살아남도록 받쳐 줘야 한다. 주민이 쓰던 시장과 노포를 관광 자원으로 삼되 그 본래의 기능을 지키고 지역 농민·생산자가 관광의 공급자로 참여해 소득을 나누게 하는 것이다. 주민의 삶이 담긴 밥상이 곧 여행자가 찾는 진짜이므로 그 밥상을 지키는 일이 관광 자원을 지키는 일과 다르지 않다.
넷째, 관광이 남긴 부담을 지역 먹거리 체계로 되돌리는 것이다. 관광객이 몰리면 음식물 쓰레기와 포장재도 함께 늘어난다. 이 부담을 지역 안에서 순환시키는 설계가 필요하다. 관광으로 걷은 세수의 일부를 지역 농업과 로컬푸드 조달, 음식물 자원화에 투자하면 관광의 소비가 지역 먹거리의 지속가능성으로 이어진다. 관광이 지역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되먹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진정성 있는 운영자가 도시를 만든다
이 모든 제안의 밑바탕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음식 본연에 집중하는 진정성 있는 운영자다. 정책과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도 그 안을 채우는 것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음식이다.
요즘 많은 청년이 감각적인 아이디어로 외식업에 뛰어든다. 반가운 일이고 그 도전 자체를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걱정스러운 흐름도 보인다. 음식의 맛과 완성도에 힘을 쏟기보다 마케팅과 그럴싸한 이야기를 꾸며 내는 데 더 공을 들이는 경우다. 예쁜 공간과 근사한 스토리는 손님을 한 번 부를 수는 있다. 그러나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알맹이 없는 이야기는 방문객이 한 입 먹는 순간 들통난다. 진정성은 지어낸 서사가 아니라 접시 위의 실체에서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거짓 홍보다. 돈을 주고 만든 홍보 게시물과 영상, 거기에 돈을 주고 단 칭찬 댓글이 진짜 후기인 양 떠돈다. 이런 방식은 잠깐 사람을 끌어올 수는 있어도 기대를 잔뜩 안고 찾아온 관광객에게 그만큼 큰 실망을 안긴다. 그리고 그 실망은 한 가게에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도 광고였네'라는 불신이 쌓이면 정직하게 음식을 하는 옆 가게까지 나아가 그 미식 도시 전체의 신뢰가 함께 무너진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로컬워싱, 곧 실체 없이 이미지만 파는 행태가 개별 가게를 넘어 도시의 평판을 갉아먹는 것이다. 미식 도시의 신뢰는 쌓기는 더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러니 미식 도시가 지속가능하려면 진정성 있는 운영자가 제대로 대접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화제성이 아니라 음식의 실력으로 평가받는 분위기, 거짓 홍보와 조작된 후기를 걸러 내는 소비자의 안목, 그리고 그런 정직한 가게를 알아보고 다시 찾아 주는 문화다. 결국 좋은 운영자를 키우고 지키는 일이야말로 그 어떤 관광 정책보다 미식 도시의 근본을 떠받친다.
미식 도시를 설계한다는 것
결국 미식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사람을 최대한 많이 불러 모으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매력이 오래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관광객의 총량을 조절하고 특정 구역의 부담을 분산하며 주민의 삶과 관광이 공존할 시간표를 함께 짜는 것. 이것은 성장을 멈추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성장이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도록 속도를 조율하자는 이야기다.
미식 도시의 진짜 경쟁력은 방문객 수 신기록이 아니라 십 년 뒤에도 그 지역만의 음식과 삶이 살아 있느냐에 있다. 성공을 관리할 줄 아는 도시만이 그 성공을 오래 누린다. 지역의 음식이 사람을 부르고 그 사람이 지역을 살리고 그렇게 얻은 성공이 다시 지역의 삶을 지키는 쪽으로 쓰이는 것. 이 선순환을 설계하는 일이 미식 도시가 풀어야 할 마지막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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