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육대회 경기도 대표 선발전에서 고등학생 선수가 턱뼈 3곳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지만, 대회를 주최한 경기도합기도협회가 경기도체육회에 제출한 결과보고서에는 사고 발생과 응급조치, 피해 선수에 대한 후속 지원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 안전을 위한 관리계획은 마련돼 있었지만 격투 종목의 특성을 반영한 부상 대응 지침은 찾기 어려웠다. 선수 941명이 5개 코트에서 경기를 치르는 동안 안전관리요원은 7명에 그쳤고, 이마저 모두 주최 측 관계자로 기재됐다.
전문 안전요원과 의료전문인력의 실제 배치 여부를 확인할 핵심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본지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제10회 협회장기 및 경기도대표선발전 합기도대회' 자료에 따르면 대회는 지난 3월 14일 여주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대회에는 초등부부터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까지 선수 941명이 출전했다. 심판과 운영진 50여 명, 기타 인원 100여 명을 포함하면 협회가 보고한 전체 참여 인원은 1091명이다. 이 대회에 출전한 포천시 고등학생 A군은 경기 중 얼굴에 강한 충격을 받아 턱뼈 3곳이 골절됐다. A군은 철심 고정 수술을 받았으며 추가 수술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협회가 경기도체육회에 제출한 정산·결과보고서에는 이 사고와 관련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보고서에는 참가 인원과 경기 결과, 우승 지역, 대회 사진, 보조금 집행 내역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다. 반면 고교 선수가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과 현장 응급조치, 병원 이송, 피해자 지원 및 재발 방지 대책은 한 줄도 담기지 않았다.
선수의 턱뼈가 3곳이나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공식 결과보고서만 보면 대회가 별다른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5개 코트에 선수 941명…안전관리요원은 7명
협회가 제출한 안전관리계획서에는 안전관리요원이 모두 7명으로 기재돼 있다. 경기위원장 1명, 질서위원장 1명, 질서위원 2명, 사무차장 1명, 경기분관 1명, 경기분과 1명이다. 이들은 전원 ‘주최 측 요원’으로 표시됐다. 자원봉사자와 전문요원 항목은 비어 있다.
대회는 5개 코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그러나 안전시설 배치도에는 경기장 주변 안전요원 4명만 표시돼 있다. 5개 코트마다 전담 안전요원이 배치됐는지, 경기 중 선수의 부상을 즉시 확인하고 경기를 중단시킬 전문인력이 있었는지는 제출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협회는 안전요원 실제 근무자 명단과 지급대장도 공개하지 않았다. 개인정보를 제외한 직책별 배치 인원, 근무시간, 자격 보유 여부는 분리해 공개할 수 있는데도 자료 전체를 비공개했다. 계획서에 이름을 올린 인력이 실제 현장에 있었는지, 안전업무만 전담했는지조차 외부에서는 검증할 수 없는 구조다.
더구나 협회는 정보공개 답변에서 '기타 안전관리 관련 지출'은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밝혔다.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고 신체 접촉과 타격이 이뤄지는 격투 종목 대표 선발전을 개최하면서 구급차와 보험 외에 별도의 안전관리 지출은 없었다는 의미다.
격투대회 안전계획인데 화재·관람객 대피 내용이 대부분. 협회의 안전관리계획서는 행정안전부의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 표준안'을 토대로 작성됐다. 실제 계획서 상당 부분은 화재 발생, 관람객 대피, 미아·분실물 관리, 자연재해, 전염병, 출입구 통제 등에 할애돼 있다.
반면 합기도 경기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안면·두부 충격과 턱뼈 골절, 뇌진탕 의심 증상, 의식 저하, 경추 손상 등에 관한 종목별 대응 절차는 확인되지 않는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경기를 중단하는지, 누가 선수의 상태를 판단하는지, 골절 의심 선수를 어떻게 고정하고 이송하는지, 보호자에게는 누가 언제 연락하는지 등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도 없다.
격투 종목 대회를 위한 안전계획이라기보다 일반 지역축제용 양식에 대회 명칭과 인원, 연락처를 넣은 수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계획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선수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사고 당시 계획서에 기재된 인력과 장비가 실제 배치됐는지, 현장 의료진이 어떤 자격을 갖고 있었는지, 부상 직후 어떤 판단으로 어느 병원에 이송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구급차 2대 세웠지만 계약서·의료인력 자료는 비공개
협회는 도비 보조금 1200만 원 가운데 구급차 2대 임차비로 80만 원을 지출했다. 제출된 카드 영수증에는 대회 당일인 3월 14일 오전 9시15분께 80만 원이 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오후 7시8분에는 129구급대 측에 14만 원을 추가 지급한 내역도 제출됐다. 협회는 이를 구급차 비용 부족분을 자체 운영비에서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급차 임차계약서와 의료지원업체 계약서, 현장 의료인력의 명단과 자격, 근무시간은 공개하지 않았다. 협회는 계약조건과 영업상 비밀, 개인정보를 비공개 사유로 들었다.
업체의 영업정보와 개인 연락처를 가리더라도 구급차별 탑승 인력, 응급구조사나 간호사 자격 여부, 현장 대기시간, 환자 이송 시 남은 구급차의 운영방식 등은 공개할 수 있다.
특히 목격자 진술과 피해자 측 주장을 통해 사고 후 이송이 즉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문이 제기된 만큼, 계약서를 통째로 가린 협회의 결정은 오히려 안전계획의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한 검증을 막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험료 149만 원 냈지만 중상 치료비 보장은 100만 원
협회는 도비 149만6000원을 들여 스포츠안전재단의 주최자배상책임공제에 가입했다.
가입증명서상 행사 인원은 1142명이며, 보상 한도는 대인 1인당·사고당 1억5000만 원이다. 그러나 참가자 치료비 보장은 1인당·사고당 100만 원에 불과하다.
턱뼈 3곳이 골절돼 철심 고정 수술과 재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피해 선수에게 치료비 100만 원은 실질적인 보상대책으로 보기 어렵다. 보험이 부족하다면 주최 측과 관련 체육기관이 별도의 치료비와 재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자료에는 피해 선수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계획이 없다. 피해자 측은 경기도합기도협회와 관계 체육회로부터 실질적인 후속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천시체육회 사무국장이 사고 이후 피해자 측에 현금 100만 원이 담긴 봉투를 전달했지만, 피해자 측은 돈의 재원과 성격이 불분명하다며 이를 돌려줬다. 공식 치료비 지원인지, 위로금인지, 체육회 예산인지, 개인 돈인지에 대한 사전 설명이나 문서도 없었다는 것이 피해자 측의 설명이다.
선수의 치료와 재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출처와 성격조차 명확하지 않은 현금 봉투를 건넨 것이 적절한 사후 대응이었는지 포천시체육회의 해명이 필요하다.
◇선수는 941명인데 아이디카드는 937개
정산자료의 숫자에도 설명이 필요한 차이가 발견됐다. 협회의 대회관리시스템 자료와 결과보고서에는 등록 선수와 출전선수가 모두 941명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도비로 제작한 아이디카드는 937개다.
선수 수보다 아이디카드가 4개 적게 제작된 이유와 어떤 기준으로 아이디카드를 지급했는지는 공개자료에 설명돼 있지 않다. 전체 참여 인원도 사업계획 단계에서는 1140명, 보험 가입 당시에는 1142명, 결과보고서에는 1091명으로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예상 인원과 실제 인원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선수 확인과 보험 적용, 출입 관리에 사용되는 숫자인 만큼 변경 과정과 산출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사고 났는데 보조금은 전액 집행…경기도체육회는 무엇을 점검했나?
경기도체육회는 이번 대회에 도비 보조금 1200만 원을 지원했다. 교부조건에는 보조사업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사업을 수행하고 사업 종료 후 결과보고서와 정산서를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협회는 보험료와 구급차 비용 등을 포함해 보조금 1200만 원을 전액 집행했고, 집행잔액은 없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경기도체육회가 결과보고서를 검토하면서 고교 선수의 중상 사고를 알고 있었는지, 사고 경위와 안전계획 이행 여부를 별도로 점검했는지다.
사고 발생 사실조차 적혀 있지 않은 결과보고서를 그대로 접수하고 정산을 마쳤다면, 경기도체육회의 보조사업 관리가 회계 증빙 확인에만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피해자 측이 제기한 업무상과실치상 사건은 경찰에서 입건 전 조사 종결됐다. 하지만 이는 형사책임을 물을 만한 혐의가 인정되는지를 판단한 절차다.
경찰의 종결 결정이 안전관리계획의 적정성, 실제 인력 배치, 응급 이송 과정, 보험과 치료비 지원, 사고 이후 피해자 보호까지 적절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상 사고가 났는데도 결과보고서에 사고 기록이 없고, 실제 안전요원과 의료진 배치 여부를 확인할 자료마저 공개되지 않는다면 "안전관리계획을 세웠다"는 설명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경기도합기도협회와 포천시체육회, 경기도체육회는 이제 경찰의 입건 전 조사 종결 뒤에 머물 것이 아니라 사고 당일 대응과 피해 선수 지원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본지는 경기도합기도협회와 포천시체육회, 경기도체육회에 안전요원과 의료인력의 실제 배치 현황, 사고 발생 시각과 병원 출발 시각, 경기 중단 및 응급조치 경위, 피해자 치료·재활 지원 내용, 현금 100만 원 전달 경위, 결과보고서에 사고를 기록하지 않은 이유 등을 질의해 후속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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