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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의 '대통령 탈당 주장', 사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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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의 '대통령 탈당 주장', 사견인가?

[기고] 모두의 대통령은 결국 누구의 대통령도 아니다

1.

국민통합위원장이면 의전과 처우에 있어 부총리 급이다. 이런 현직 위원장이 8월 18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이제는 한 정당의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울타리에서 벗어나... 민주당을 탈당하라"는 충격적 발언을 터트렸다.

대표적인 지상파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제기된 이 같은 메가톤 급 발언을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의 직책과 발언의 무게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것인지, 전적으로 개인 판단이었던 것인지 청와대가 분명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 대표 선거가 끝나자마자 작정한 듯 돌출된 발언이다. 많은 이들이 항간에 떠도는 '불온한 소문'을 온전하게 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판단이 점점 달라진다. 무엇인가 물 밑에서 인위적인 정계 개편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짙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역사적으로 민주당 계열 대통령들은 대부분 유사한 길을 걷는다. 온갖 진보적 개혁의 약속으로 최고 권력을 얻고 나면 하나 같이, 탕평이니 모두의 대통령이니 하는 공론(空論)에 빠져 자기를 뽑아준 지지자들과 한 애초의 약속에서 벗어나곤 한다. 스스로 정치적 지향과 정체성에서 일탈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즉각적 반응은 당연히 핵심 지지세력의 반발과 이탈이다. 내란으로 대통령이 파면된 정당 출신 후보에게 대선에서 40퍼센트 이상 표를 던지는 것이 대한민국 보수 유권자들이다.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이들이 민주당 대통령을 적극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니 총합 지지율이 급속히 몰락하는 것이다. 정치적 기반이 약화되고 이에 따른 레임덕이 가시화될 위험이 커진다.

이어지는 수순은 곧 정치적 비극이다. 결국 차기 정권을 보수 정당에게 헌납하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거의 모든 민주당 정부는 (루틴이 눈에 훤히 보이지만 정작 그 앞에서는 눈이 멀고야 마는) 이 지겨운 도돌이표를 반복해 오고 있다.

3.

일단 권력이 수중에 들어오면 일종의 오만과 독선이 심장을 부풀리게 하는 모양이다. 유권자 앞에 고개 숙이며 절절히 근원적 개혁을 부르짖던 출발점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모양이다. 권력을 일러 '눈을 멀게 만드는 마물'이라 부르는 이유가 그 때문이리라.

IMF 극복을 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이 많은 충돌을 초래하기는 했다. 그래도 비통한 심정으로 그 불가피한 십자가를 짊어졌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선거 과정과 집권 출발 지점의 초심을 끝까지 유지한 민주당 대통령이 없었다고 본다. 역설적으로 오직 DJ만이 (노무현에게 이어지는)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이유가 그 같은 초심을 끝내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때가 그랬다. 재조산하로 통칭되던 문재인 정부 출범기도 마찬가지였다. 역대 민주당 계열 정부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집권 초기에 불퇴전의 각오로 강력한 개혁정책 추진하던 때였음을 많은 이들이 망각하고 있다.

그 지점의 정반대 쪽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기득권과 타협하고 집권 초기의 초심을 잃은 채 헤매었던 행로. 나는 이것이 지금까지 민주당 정부 집권과 정권재창출에 있어 불행의 원천이라고 본다. 그 같은 퇴락과 개혁 지지자 등돌림을 야기한 핵심 슬로건이 바로 <모두의 대통령> 운운인 것이다.

4.

실체적 정치 현상에 있어 <모두의 대통령>이란 레토릭이 도대체 무슨 함의를 지니는가. 그저 관념 일변의 증류수적 포지셔닝일 뿐이다. 어떤 대의민주주의 국가를 막론하고, 정당 구조 상 불가능한 과욕이자 (심하게 말하자면) 일종의 정치적 환상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은 전통적 의미의 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특정 이념과 정치적 목표 완수를 지지 유권자에게 명시적으로 공약하고 그 실천을 대가로 권력을 획득하는 존재다. 그 점에서 초당적 국정운영의 원론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결코 초월적 존재가 아니다. 가장 강력한 권력과 의지를 행사하는 대표적 현실 정치인인 것이다.

이 같은 본질을 부정하고 대통령이 스스로의 현재적 정파성과 그에 따른 이념적 정책 실현을 포기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때부터 그는 뿌리를 잃고 허공중에 부유하는 존재가 된다. 이것이 역대 민주당 계열 정부 레임덕 발생의 기본 구조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5

다시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를 지냈고 이명박 정권에서 법제처 처장을 지낸) 이석연 위원장 발언의 의미로 돌아가자.

첫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주장이 이석연의 직책과 공적 역할의 무게를 고려할 때, 어떤 형태로든 사전 교감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이다. 평지풍파를 미리 예상하고 의도적으로 던진 폭탄 발언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까닭이다.

둘째, 사정이 여기까지 이르렀다면 이 대통령도 이제 더 이상 커튼 뒤에 숨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평소 개인 SNS를 통해 수시로 국정 주요 사안에 대한 의중과 판단을 표명하는 대통령이 아닌가. 이 정도 막중한 논란이라면 스스로 국민 앞에 나서는 것이 도리라고 본다. 압도적 후폭풍을 몰고 올, 이석연의 공개적 '대통령 탈당' 발언의 의미와 합의 여부를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이석연 위원장의 해당 발언이 사실무근의 독단적 주장이라면 어떻게 되나. 대통령 직속 부총리 급 인사가 부적절한 책동적 주장을 통해 국정을 혼란에 빠트리려 한 책임을 물어, 그는 즉각 해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18일 MBC 100분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MBC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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