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기만 하십시오, 오늘부터 교권보호전담관이 함께 하겠습니다."
22일 경기도교육청 조원청사에서 열린 ‘교권보호전담관 발대식’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7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행사 시작 한시간여 전부터 행사장으로 모여든 ‘교권보호전담관’들은 저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듯 사뭇 비장한 눈빛을 내보였다.
발대식의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주위의 다른 교권보호전담관들과 교권보호를 위해 그동안 펼쳐온 노력과 앞으로의 각오 및 계획 등을 서로 나누며 교사들의 교육활동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는 모습이었다.
최교진 교육부장관과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및 김승원(수원갑)·이상식(용인갑)·김주영(김포갑)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현재 하남시장과 백영현 포천시장, 이기형 김포시장, 조용호 오산시장, 국중범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장 등 내빈들이 축사를 통해 교권보호전담관 활동 참여에 대한 감사의 인사와 향후 각자의 위치에서 적극적인 지원 및 교권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약속할 때마다 큰 박수를 보내며 교사가 교육활동에 마음을 다할 수 있는 학교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도교육청의 첫 발걸음을 응원했다.
실제 교권보호전담관들과의 대화에서는 이 같은 기대와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들은 교권보호전담관이라는 공동체의 직접적인 움직임을 통해 그동안 학생과 학부모와의 관계성으로 인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홀로 고통을 감내해 왔던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23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김병찬 안산 원곡고 교감은 그동안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와 악성민원 등으로 고통을 겪는 동료 교사들을 돕겠다는 다짐으로 교권보호전담관에 지원했다고 한다.
김 교감은 "2010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서 교사들에게 권위가 있던 시절과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는 시기를 모두 겪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조차 제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여러 교권침해가 이어지는 속에서도 학생의 인권은 강화되는 반면, 교권은 낮아지는 모습을 경험했다"며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지만, 혼자 이러한 상황을 바꾸는데 한계를 느끼던 중 교권보호전담관 선발 소식을 접하고 지원하게 됐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35년의 경찰생활을 마무리한 뒤 안산·시흥·부천·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서 화해중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배근석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에 몸담고 있을 때는 무조건 가해자를 처벌해야 된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지만, 퇴직 직전 ‘회복적 경찰활동’을 통해 피해자의 마음을 돌보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 뒤 피해자의 마음 회복에 중점을 두고 사건을 다루게 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배 교수는 "전문 경력을 기반으로 형사적 절차에 대한 지원은 물론, 피해교사와 가해자의 심리적 관계 회복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설명했다.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이후 학창시절을 보낸 남효림 변호사는 "제가 경험했던 학창시절은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충분한 라포(Rapport·사람과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상호 신뢰와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되고, 선생님들의 교육 속에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며 "그런데 변호사로서 마주한 학교현장은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면서 학교라는 공간을 제가 경험했던 문화와 분위기로 되돌리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수오 심리상담가는 "수 십년간의 경찰 재직 기간 중 스토킹 범죄 등 관계성 범죄들을 다루면서 수 많은 재범 사례를 접했다"며 "결국 범죄는 업격한 법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생각과 마음가짐의 변화가 중요한 만큼, 상담치료를 통해 교육활동을 방해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도록 돕고, 사안이 발생한 집단의 변화도 이끌어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대식을 통해 공식 출범된 교권보호전담관은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악성 민원에서 보호함으로서 교육의 정상화를 실현해 ‘경기교육 대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도교육청의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기구다.
이는 그동안 ‘교육의 중심은 교사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교권’을 강조해 온 안민석 교육감의 취임 2호 정책으로 지난달 13일 출범한 교육감 직속 ‘교권보호단’ 운영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무엇보다 기존의 교권침해 피해 교사에 대한 지원이 교육청 장학사 등 한정된 인원이 다른 업무와의 병행 속에 사안을 담당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체계적이고 교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의 한계를 외부 전문가의 역량을 활용해 밀착 지원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 교권보호전담관은 지난달 15∼28일 진행된 공개모집 절차와 1차 서류심사에 이어 지난 5∼8일 면접심사를 통과한 △교사(전·현직, 퇴직 예정자) 110명 △변호사, 전·현직 경찰관, 의사, 갈등조정가, 상담사 등 전문가 160명 △일반 도민 30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 교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외부 전문가 300명으로 구성됐다.
이 밖에도 최종 선발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지원자 가운데 희망자 1200명으로 구성된 ‘시민교권보호단’도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이 교권보호 활동 및 경기교육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에 동참한다.
국회의원과 도의원 등으로 구성된 명예교권보호전담관 100명도 교육활동 보호에 마음을 더한다.
이들은 △경기동부권역 58명 △경기서부권역 83명 △경기남부권역 96명 △경기북부권역 63명 등 4개 권역에 배치돼 다음 달부터 중대한 교권 침해와 아동학대 피신고 및 악성 민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를 대상으로, 현장 방문과 법률 자문 및 치유 지원 등 사안 발생 초기부터 종료까지 1대 1 전담 지원 등의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교육활동 침해 사안처리 절차는 △신고 및 초기 접수 △긴급성 판단 및 중대사안 보고 △긴급 현장 지원 △사안 분석 및 맞춤형 지원 계획 수립 △사안 종결 및 후속 지원으로 진행된다.
도교육청은 우선 교권보호단과 교권보호지원센터를 통해 사안이 접수되면 중대사안 해당 여부를 확인한 뒤 1대 1 전담책임제에 따라 교권보호전담관을 배정하고, 교권보호전담관·장학사·변호사·상담사 등을 통해 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장학사와 변호사 및 상담사의 동행 속에 가해자 분리·사실 확인·피해교사 심층 면담 등 긴급 현장 지원에 이어 심리상담 및 회복 프로그램·행정처리·법률 지원과 학교공동체 회복 방안 수립 및 밀착 모니터링 등을 통해 피해 교사는 물론, 사안이 발생한 학교 공동체의 안정을 돕는다.
안민석 교육감은 "오늘 이 자리에서 악성민원과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영웅이 없는 이 시대의 영웅은 교권보호전담관들로, 영웅들께 교육감이 가진 교권보호 활동과 관련된 모든 실질적인 권한을 드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한민국 선생님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잘 가르칠 수 있는 여건과 제도만 제공하면, 경기교육과 대한민국 교육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교육으로 만드실 수 있다"며 "대한민국 교육의 한 획을 긋는 오늘의 역사적인 그림은 악성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별이 된 선생님들을 생각하면서 몇 번의 눈물을 흘린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든 것으로, 이제 교사가 가르치기만 하면 되도록 지켜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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