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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길을 고속도로에"…경기연,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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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길을 고속도로에"…경기연,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 제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기도의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속도로를 활용해 전력망을 확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 ‘반도체 시대의 전력난, 고속도로 위에서 답을 찾다’를 통해 도내 고속도로 인프라를 활용한 ‘경기도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제안했다.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도 ⓒ경기연구원

3일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AI 데이터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은 2050년 도내 연간 전력 사용량이 약 28만5000GWh에 달해 현재의 두 배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전력 생산량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곳까지 전달할 송전망을 확보하는 데 있다. 대규모 송전선로를 새로 건설하려면 주민 반대와 토지 보상 등의 절차로 입지 선정과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이미 국가가 확보한 고속도로 부지를 전력망 구축에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고속도로 지하에 송배전 관로를 설치하면 별도의 사유지 보상이나 새로운 입지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서해안 간척지인 시화·화옹·평택호 등에서 생산되는 약 3GW 규모의 태양광 전력을 경기 남부 반도체 산업단지로 보내기 위해 서해안·평택시흥 고속도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이 같은 방식이 기존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균 13년가량 걸리는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5~7년 이상 단축해 오는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될 용인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속도로 유휴공간을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도내 고속도로 비탈면과 성토부, 방음벽 등 약 840km에 달하는 유휴공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588MW 규모의 발전설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연간 발전량은 약 773GWh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나들목 등 주요 거점에는 4MW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낮에 생산한 태양광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공급하면 기존 배전망의 태양광 수용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주민과 발전 수익을 나누는 상생 모델도 담겼다. 지역 주민이 사업비의 4% 이상을 투자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으로 추진해 태양광 발전으로 발생한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경기연구원은 주민이 단순히 발전시설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대상에서 벗어나 직접 사업에 참여하는 주주가 되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의 구체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경기도는 정책을 총괄하고 국가 전력망 계획에 사업을 반영하는 역할을 맡고, 한국도로공사는 도로 부지와 관로를 제공한다. 한국전력공사는 송전 병목을 해소하고 향후 구축된 전력망을 인수하는 구조다.

경기연구원은 우선 서해안 간척지 태양광 전력을 연결하는 ‘서화성 집전 피더망’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한 뒤 경부·영동고속도로 등 경기 남부 전역과 전국 고속도로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김점산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와 AI 산업의 성패는 필요한 전력을 적기에,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고속도로를 활용한 에너지망 구축은 주민 갈등과 토지 보상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넘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이 함께 참여하는 전담 추진체를 조속히 구성하고 서화성 시범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전국의 도로가 친환경 에너지의 혈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조기 착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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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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