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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양경규 "李 정부 '우클릭'에 왼쪽 공간 열려…빚투 아닌 공공성으로 대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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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의당 양경규 "李 정부 '우클릭'에 왼쪽 공간 열려…빚투 아닌 공공성으로 대안될 것"

[인터뷰] 지난 8월 당선된 양경규 정의당 신임 대표

독자적 진보정당 없는 국회의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그 사이 왼편에서 국정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전보다 흐릿해지고 있다. 다음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1년 7개월여다. 정의당은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려 하고 있을까.

원외정당과 당세 약화라는 위기 속 구원투수로 등판한 양경규 정의당 대표를 지난 10일 서울 구로 정의당사에서 만났다. 당의 진로는 물론 정치·경제 현안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오래 해온 양 대표는 지난달 29일 97.4% 찬성률로 당선돼 임기를 시작했다.

최근 개각에 대해 양 대표는 "지지율이 하락해 국정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정치적 셈법만 앞세웠다"고 평했다. 그러다 보니 "2030이란 포장지를 붙여 기존보다 못한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를 내세우는 결정을 하게 된 거 아니냐"고도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 인선에 대해서도 양 대표는 "공소취소를 앞장서 주장하고 부적절한 의혹에 휘말린 인사"를 지목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법무부와 성평등부 장관 후보 지명을 당장 철회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진보적 관점에서 정부 경제정책의 부족한 면도 지적했다. 메가프로젝트는 산업균형, 환경 문제 등을 생각할 때 그 규모가 과하며, 부동산 정책엔 공공주택 확충과 세입자 주거안정이 빠졌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 등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이재명 정부가 "개혁을 하는 듯 하다가도 불평등한 구조 앞에서는 멈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을 둘러싼 정치환경에 대해 양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구조적 다수 확보를 목적으로 중도보수 확장을 꾀하며 왼쪽 공간이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주거·의료·돌봄 공공성 등을 중심으로 그 공간에 파고들고 "빚투가 대안이라 말하지 않는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1년 안에 정의당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총선 전 그 모습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겠다는 것이 양 대표의 계획이다.

다음은 양 대표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당원들에게서 절망이 아닌 절치부심 봤다"

- 정의당이 힘든 시기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한데, 먼저 당 대표 출마를 마음먹은 이유를 듣고 싶다.

"원외정당이 됐고, 지역위원회도 150개에서 75개 정도로 줄었다. 당원도 줄었다. 이런 조건에서 당이 2028년 총선에서 원내 진입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당내에서 새 지도부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제가 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해낼 수 있을까. 정말 내가 필요한 사람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진보정치를 30년 이상 해온 입장에서 어려운 일을 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건 내 삶에 대한 부정이고, 진보정치를 같이 해온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출마했다.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마지막 국회 대표 연설을 제가 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일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됐다."

- 출마의 변에서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절망이 아닌 절치부심을 봤다고 했다. 왜였나?

"지난 지선 후보자들이 한 곳을 빼고는 당내 경선 없이 단독출마했다. 저는 '단독 출마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우리 안의 무기력과 패배주의, 의구심이라는 가장 강력하 상대와 경선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출마자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거다.

합동유세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많았다. 다들 울먹울먹했다. 그 모습에서 각자의 삶에 대한 회한, 한 시대를 이렇게 마감할 수 없다는 의지를 느꼈다. 그걸 절치부심이라고 봤다. 우리 안의 무기력과 패배주의를 이겨낸 선거였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일 서울 구로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만난 양경규 정의당 대표. ⓒ정의당

"김승원·용혜인 장관 후보 지명 매우 부적절, 당장 철회해야"

- 먼저 현안에 대해 몇 가지 묻겠다. 개각이 진행 중이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어느 정권이나 개각을 국정 전환의 모멘텀으로 삼는다. 국정 전환이 필요한 순간에 이재명 정부가 '개각을 통해 뭘 한 걸까'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업이 판촉을 위해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포장만 바꾸는 사기 마케팅 같단 생각도 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을 왜 바꾸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보다 못한 인사를 냈다. 그러면서 포장재에 '2030'이라고 썼다. 청년 지지율 하락에 대한 대응이었을 거다. 그런 면에서 내실 있는 국정 전환보다, 정치적 셈법, 지지율에만 골몰한 개각이었다고 평한다.

두 장관 다 매우 부적절하다. 당장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사퇴 이야기도 하는데, 이 또한 꼼수다. 인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적절하지 못한 인사였다고 선언해야 한다. 사퇴를 기다리거나, 은근히 종용하는 것은 잘못은 했는데 상처는 받기 싫다는 것에 불과하다."

- 용혜인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두 후보자에 대한 생각을 더 듣고 싶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를 주장한 인물이다. 방탄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 신약 로비 의혹, 쪼개기 후원금 의혹도 있다. 본인은 기소유예를 받았다지만 관련자들은 실형을 받았다. 법적 유무죄를 떠나 공직자 윤리 면에서 적절치 않은 일에 연루됐다. 더구나 김 후보자는 법의 공평한 집행과 부당한 로비를 감시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용 후보자는 왜곡된 선거 구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온 인사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는데,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하청을 줬다. 아무도 기본소득당에 투표한 적이 없는데, 용 후보자가 국회의원이 됐다. 편법으로 의원이 된 인물을 장관에 임명한 건 앞으로도 반칙을 계속하겠다는 것이고, 면죄부까지 주겠다는 것이다."

- 김 후보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최근 이 대통령과 관련해 공소취소는 물론 연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단 점이 떠오른다. 두 사안에 대해 어떻게 보나?

"참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대통령이라도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면 받아야 한다. 다만 재임기간 중에는 멈출 수 있다. 재임기간 중에 공소취소를 하겠다는 걸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심지어 조작기소 특검법을 만들어 사법제도 전체를 흔들려 한다.

연임 문제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도둑질할 생각 없는데,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꼭 해야 하나라고 했다. 왜 그 정도 표현밖에 못하나. 국민이 알기 쉽게 '연임하지 않겠다. 개헌을 해도 나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 된다.

이러니 '틀림없이 속내가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왜 이런 불신을 주는지, 매우 유감스럽다."

- 용 후보자가 여론의 조명을 받으며 위성정당 문제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위성정당은 연합정치가 아니다. 명백한 하청 정치다. 위성정당으로 국회에 들어가면 민주당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다음에 또 위성정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요구되는 다양성의 정치를 하자'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도입된 것이 준연동형 비례제였다. 이걸 전면적으로 박살 낸 위성정당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정말 반성해야 한다. 준연동형 비례제가 취지대로 시행됐다면 한국 정치 질서가 정말 많이 달라졌을 거다."

- 위성정당 문제를 고쳐야 하는 건 분명해 보인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작게는 위성정당을 막아야 한다. 법이 개정될 때부터 정의당이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위성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주지 않는다거나, 비례 후보를 내는 당의 지역구 출마를 의무화하거나, 위성정당이 해산될 때 이에 속했던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한다거나 등등 여러 방안을 냈다. 다만 정치학자들도 결국 꼼수를 쓰겠다고 마음 먹으면 피할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 권역별 비례제, 석패율 비례제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근본적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소수자도 발언할 수 있는 정치, 다양성의 정치를 실현하고 한국 정치의 퇴행을 극복하려면 꼭 필요한 일이다. 정치권이 즉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자칫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꼭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결선투표제를 한다거나,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거나, 의원 총수를 늘린다거나하는 방안을 병행한다면, 검토할 수 있다. 정의당은 당의 유불리에 따라 선거제도를 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양당이 다른 당을 편법까지 동원해 하청화하는 일을 막고, 다양성의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메가 프로젝트, 과하다…부동산 정책, 공공주택·세입자 왜 없나"

- 경제정책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정부가 메가 프로젝트에 올인하는 중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많은 문제가 있다. 산업정책의 균형이란 면에서 보면 지금 늘어나는 수출의 80~90%가 반도체다. 여기에만 4700조 원을 쏟아부어서 반도체 산업을 더 늘리는 게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적당한 규모로 하자는 거다.

불평등도 걱정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서 5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보고 있는데, 그 확장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산업에 과실이 집중되면 K자형 양극화가 강화될 수 있다. 그런데 미래대응기금 162조 원 중에 복지나 불평등 관련 예산은 거의 없다. 대부분 메가 프로젝트 재투자, 지원에 쓴다. 굳이 예외를 찾자면, 청년 일자리 정도다.

전기와 물도 큰 문제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하루 40기가와트의 전기가 필요한데 올여름 최대 전력 사용일 발전량이 99기가와트였다. 이러면 석탄이나 원자력을 유지, 증설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재생에너지·기후위기 정책과 충돌한다. 한편에선 폭염이나 홍수로 인한 재난 방송이 흘러나오는데, 다른 한편에선 재난을 부추기는 꼴이다.

물 사용량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하루 150만 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하루 65만 톤이다. 광주광역시 하루 생활용수보다 많다. 이 정도 물을 어디서 끌어올 수 있겠나. 더군다나 가뭄이 닥치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 될 거다.

-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한국경제가 이제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늘릴지, 무엇을 시장에 맡기고 무엇을 사회가 결정할지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할 때라고 본다. 메가 프로젝트에 관해 단 한 번도 국민적 숙의 과정을 거친 적이 없다.

이에 대한 정의당의 관점은 돌봄, 공공주택, 재생에너지, 공공교통은 늘리고 생태를 파괴하며 기업의 이윤만 키우는 생산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메가 프로젝트 같은 걸로 키울 게 아니라 공공성을 확장해 키워야 한다."

- 경제와 관련해 부동산 정책도 뜨겁다. 좌우 양쪽에서 공격을 받는 모양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집은 투자상품이기 이전에 사람이 사는 곳이다. 주거는 권리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는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공주택 확충과 세입자 주거안정이다. 정부 정책에 이에 대한 게 하나도 없어 놀랍다.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공공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부동산 불로소득에 제대로 과세하고, 세입자 주거권을 강화해야 한다. 공공주택은 매입 공급도 시야에 넣어야 한다. 건설 공급에 비해 돈이 더 많이 들지만,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정부가 공언한 150조 원 이상의 추가세수를 투입하면 매입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지난 정부 정책엔 이에 대한 방안이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왼쪽 공간 열리고 있다…청년 끌어안을 방안 찾을 것"

- 정치노선과 관련한 이야기를 묻겠다. 이재명 정부가 구조적 다수를 만들겠다고 중도 보수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정의당엔 어떤 영향을 줄거라고 생각하나?

"민주당의 일관된 정책 중 하나였다. 문재인 정부 때도 대한민국 주류 교체를 선언했다.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당을 만들겠다는 거였고, 다시 말하면 보수 선언이었다. 애초 민주당 앞에 진보를 붙이는 것도 맞지 않다.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한편으로는 반갑다. 그나마 보수란 이름을 붙일 만한 정권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보수라 부르기도 어려운 세력이다.

민주당과 다른 길을 가는 정의당에는 기회이자 시험대가 열리고 있다고 본다. 왼쪽이 비면서 진보의 공간이 열리고 있다. 그 공간을 주거·돌봄·사회 공공성 등으로 채우려 한다."

- 이재명 정부가 초반에는 산업재해 감축에 드라이브를 걸고,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는 등 진보적 행보를 보였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칭찬할만 하다. 무조건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 산재사망률은 한국 경제가 갖고 있는 가장 창피한 통계다. 다만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외주화나 산업재해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그걸 해결하자기 위한 현장의 싸움이 없었다면 이런 변화가 있었을까' 짚을 필요가 있다. 보수정권이라고 무조건 보수적인 정책만 쓰는 건 아니다. 체제 유지에 필요한 일이라면 한다.

저는 출마의 변에서 이재명 정부가 개혁을 하는 듯 하다가도 불평등한 구조 앞에서는 멈춘다고 썼다. 노란봉투법 문제를 예로 들면, 시행령과 지침으로 교섭절차를 복잡하게 만든 뒤 교섭 지연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문제를 보면, 금융투자소득세 안 만들고 있다. 차별금지법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한계다."

- 국민의힘으로 눈을 돌리면, 2030 세대의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정의당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그런 현상이 정말 이례적인지 물을 필요가 있다. 시대를 관통하며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이다. 2030은 언제나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세대였다. 86세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청년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도 자신들이 겪는 삶의 문제에는 미적지근하고, 차일피일하고, 그러면서도 위선적이고, 당파적인 일에는 열을 올리는 정치권에 대한 반란이라고 본다.

여기엔 정당한 면도 있다. 단순히 '우경화됐다. 이기적이다. 극우다'라고 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집권세력이 바뀌면 반국민의힘에 대한 저항세력이 될 거라고 본다. 문제는 특정 정당에 대한 거부라기보다 양당체제다. 집권당에 반대하려면, 다른 당으로 가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

진보정치가 청년들의 반란이 보수적인 선동에 이끌리는 걸 방치하지 말고, 진보적 가치로 끌어안아야 한다. 이를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난 1분기(1∼3월) 실업자가 5년 만에 다시 100만명대에 진입했다. 4명 중 1명은 청년층이다. 사진은 20일 서울 한 대학 일자리 플러스 센터. ⓒ연합뉴스

"여의도 중심 정치 반성하고, 선택과 집중 강화할 것"

- 출마의 변에서 한 말을 중심으로 정의당 운영계획에 대해 묻겠다. '진보정당운동의 실패를 경험했다'고 썼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와 실패에서 얻은 교훈 중 어떤 것을 당 운영에 반영할지 묻고 싶다.

"한정된 의석을 가진 상황에서 여의도 정치만으로 돌파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6석이 적다는 게 아니다. 여의도 정치와 사회운동을 접목하지 못하고, 6석만으로 뭔가를 하려고 한 게 문제였다는 말이다. 그런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부족했다. 지금은 원외가 됐다. '잃은 것은 의회 정치고, 얻은 것은 거리 정치'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기간을 사회운동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극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교훈이 있다면, 의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면 안 된다는 거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무상급식, 부유세는 지금도 국민이 기억한다. 선택과 집중으로 너무 좋은 의제를 주장한 과거가 있는데, 이를 이어가고 발전시키지 못했다.

더 분명하고 근본적인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보수정당과의 관계에서 국민에게 진보정치의 입장을 분명히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예멘 난민 입국 때 국민 70%가 반대한다고 입장을 못 냈다. 돌아보면, 30%를 향한 우리의 메시지가 더 중요했다."

- '민주적 사회주의를 오래 이야기해왔다'고 했다. 미국에서 돌풍이 일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이념적인 말로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언어로 사람들을 설득할 방안이 있나?

"한국에서 무슨 주의나 이념을 말하는 게 민감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분단의 영향도 있다. 언젠가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시기가 한국에도 올 거라 생각한다. 다만 지금은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언어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시장에 내맡기고 '나 몰라라' 해온 삶의 영역을 다시 사회가 찾아오자는 기획이다. 먼저 시장에 내맡기면 안 되는 삶의 영역을 정확히 호명하는 것에서 출발하려 한다. 예컨대 주거나 돌봄, 의료는 구매력에 좌우되면 안 된다. 구매력 중심 사회와 대비되는 건 권리 중심 사회다. 시혜를 베풀자는 게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뜻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구체적 정책도 고민하려 하다."

- 청년 문제와 관련 '빚투'를 대안이라 말하지 않는 정치를 말했다. 어떤 대안을 생각 중인가?

"몇 가지 구상을 다듬으려 한다. 우선 생각하는 건 청년 사회상속제다. 상속증여세수 16조 5000억 원을 만 20세가 되는 청년 모두에게 3000만 원씩 사회적 기초 자산으로 나눠줘 미래 설계를 돕자는 것이다. 날 때부터 갖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출발선을 맞춰보자는 취지다.

둘째, 학자금 등 청년 부채 탕감이다. 빚을 왜 탕감하냐고 하는데, 한국은 이미 농업의 회생을 위해 농가 부채를 탕감한 경험이 있다. 지금 청년들도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청년 신용회복 기금, 금융복지 상담센터를 통해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

일자리를 잃은 청년에게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재충전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 정의당의 어려움이 정체성 정치의 강화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의당 실패의 원인이 정체성 정치의 과도함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현대 자본주의는 노동과 자본 간의 일대일 대립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체제다. 세대, 성별, 장애, 기후위기 등 다원적인 모순이 결합돼 있다.

이런 면에서 정체성 정치는 다양성이 높아진 사회체제에 필요한 정치의 모습일 수 있다. 문제는 정체성 정치 자체가 아니라 이를 총체화하지 못한 데 있다고 본다. 정체성 정치를 큰 틀로 묶어내는 총체성의 정치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가다듬으려 한다."

▲지난 10일 서울 구로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만난 양경규 정의당 대표. ⓒ정의당

"1년 안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국민과 소통할 것"

- 다음 총선까지 1년 반 남짓한 시간이 남았다. 단계별 계획이 있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진보정치의 판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다. 둘째 당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고, 2028년 원내에 복귀하는 것이 목표다. 일단 100일 계획을 짰다. 이를 통해 기초를 다지고 1년 안에 앞서 말한 두 작업을 끝내려 한다. 남은 기간엔 새로워진 정의당의 모습으로 국민과 소통하는 기간을 충분히 가지려 한다."

- 끝으로 정의당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의당은 정말 철저하게 반성하고 있다. 현재의 어려움을 선거제도 탓으로 돌리지도 않겠다. 진보정치의 수요가 높을 때 이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정의당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청년취업, 불평등, 기후위기, 자영업 위기, 노동 유연화, 이런 문제가 급격하게 진행되던 상황에서 진보정치를 공급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

앞으로는 그런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삐뚤삐뚤 날지만 반드시 꽃을 찾아 내려앉는 나비를 보라'는 시구를 자주 인용한다. 국민 여러분이 실망할 정도로 정의당이 삐뚤삐뚤 날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드시 사회적 약자, 국민이라는 너무나 소중한 꽃을 찾아 내려앉는 나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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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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