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TV> 진천규 대표는 9일 서울 마포구에서 <프레시안>과 만나 지난 3년 9개월간 윤석열 정부 측의 일방적인 방송사 폐국 이후 겪어야 했던 일들을 격정적으로 설명했다. 지난 2022년 8월 최초의 평화통일 전문방송을 표방하고 KT 올레tv(현재 지니tv) 채널 262번을 통해 개국한 <통일TV>는 5개월 만인 2023년 1월 18일 KT의 일방적 송출 중단 통보로 사실상 폐국을 맞이했다. 이유는 '이적 표현물'을 담았다는 것. 윤석열 정부는 채널 등록까지 취소했다.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장비는 사실상 '고철' 상태로 남았다. 방송국과 사무실 임대료는 쌓여갔다.
진 대표는 법정 투쟁에 나섰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0부(재판장 정찬우)는 지난해 1월 <통일TV>가 KT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KT의 계약 해지 통보는 위법해 무효"라며 KT가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통일TV>가 송출한 콘텐츠가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판단해, 송출 중단의 근거였던 '북한 미화' 논란 자체가 법적으로 완전히 해소됐다. 올해 7월 방미통위의 상고 포기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지위가 공식 회복됐다. 재개국의 법적 기반이 모두 마련됐다. 재개국은 선심(善心)이 아니라 법원과 행정이 확인해준 권리의 원상회복이었다.
최근 <통일TV>는 오는 11월 초 재개국을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통일TV>는 사무실 임대와 내부 수리를 마무리 하고 프로그램 편성·제작에 착수했다. 재개국 재원은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문제는 3년 6개월간 정부의 부당한 송출 중단과 '소송전'으로 입은 손해와 피해를 배상받는 것이다. 현재 <통일TV>는 KT와의 손해배상 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KT는 지난 8일 재송출 계약 체결과 일정 금액 지급을 골자로 한 조정안을 제시했다. KT가 제시한 조정액은 2663만6036원, 1심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과 똑같은 금액이다. 하지만 통일TV는 법원의 배상 판결 이후에도 재개국을 준비하는 현 시점까지 방송이 꺼져 있다. 부당한 일방적 송출 중단부터 셈하면 무려 3년 8개월이다. 진 대표는 그 동안 소송에 매달리느라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손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진 대표는 "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한 송출 중단에 걸맞은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송출이 끊긴 3년 8개월 여의 손해와 사무실 임대· 프로그램 제작 등 재개국에 드는 실비를 감안할 때, 제시된 수준으로는 사실상 '위법 행위의 대가'를 전혀 담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통일TV>는 적정 배상액이 재개국의 재원으로 쓰일 수 있도록 조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 대표는 "우리는 KT와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방송으로 돌아가려는 것입"이라며 "원만한 조정으로 재송출 계약을 맺고, 위법한 송출 중단에 대한 배상이 <통일TV> 재개국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통일TV>는 이와 함께 방미통위의 적극적인 역할도 촉구했다. 최근 국회에서도 "<통일TV>-KT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게 방미통위"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통일TV>-KT 분쟁은 행정당국의 등록취소가 빚은 사태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진 대표는 관리 수준을 넘어 KT와의 손해배상 조정이 원만히 마무리되고 11월 재개국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행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다음은 진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 전문.
윤석열 정부는 대체 왜, 방송국을 폐국시켰나?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통일TV> 송출 중단 사태 이후, 재개국을 결정했지만 과정이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먼저 2023년 1월 송출 중단 당시 상황부터 정리해본다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일방 통보였다. KT는 '북한의 이념·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이적표현물을 방송했다'며 계약 해지를 오후 5시 종이한장으로 통보한뒤 2시간 만에 방송을 끊었다. 살인을 저지른 죄인에게도 3심 재판을 거쳐 형을 집행한다. 5개월 동안 하루 24시간 아무런 문제 없이 나가던 방송을, 아무런 사전 조치 없이 단 2시간 만에 자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이적표현물'이라는 판단은 법정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과정의 전말을 낱낱이 밝혀서,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러한 무도한 일이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후 법원에서 판결이 있었다. 진 대표와 <통일TV>의 완전한 승소였다.
"2025년 1월 법원은 KT의 계약 해지 통보가 위법·무효이고, <통일TV> 방송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같은 시기에 과기부의 등록취소 처분도 법원에서 취소됐고, 올해 7월 방미통위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채널사업자 지위가 최종 회복됐다. 즉 '북한 미화'라는 오명은 법적으로 벗겨졌다. 재개국은 그 사법부 판단 위에 서 있다."
-송출 중단·등록 취소의 이유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표면적인 사유는 있었다. KT는 '이적표현물 방송', 정부는 '거짓·부정 등록'이라 했다. 그런데 그 사유들이 법정에서 전부 무너졌다. 법원은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했고, 거짓·부정 등록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한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실, 정부(과기정통부)·KT·국정원이 각각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보나?
"등록 당시 여러 부처에서 부정적 의견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특히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 의견을 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재판부는 'KT가 계약 해지 통보 이전에 행정기관으로부터 그런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말이 안 맞는다. 누가, 언제, 어떤 근거로 이 사태를 만들었는지, 국회든 감사원이든, 이제는 밝혀야 한다. <통일TV>에 대한 국가보안법 고발 2건도 모두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끝났습니다. 의혹만 남고 책임은 사라진 구조다."
-진상규명은 어떤 경로로 이뤄질 수 있을까?
"첫째, 국회다다. 이미 국회에서 '<통일TV>-KT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게 방미통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상임위에서 자료 제출과 업무 보고를 받아야 한다. 둘째, 감사원 감사청구 로 정부의 등록취소·징계가 적법했는지 감사원이 판단할 수 있다. 셋째, 언론에 의한 취재·보도다. '왜 송출폐쇄 되었는가'에 대한 답은 반드시 밝혀져야만 앞으로 이러한 무도한 일을 막을 수 있다."
-윤석열정부 시절 <통일TV> 등록을 담당한 공무원이 징계를 받았는데, 어떤 상황인가?
"<통일TV> 등록을 담당한 공무원들이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고, 정부도 원상회복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있다. 특정 방송을 없애기 위해 관련 공무원까지 징계하는 일은 행정부의 중립성을 훼손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진상을 규명하고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부분이다."
3년 8개월간 모든 걸 날렸다…하지만 손배는 고작 2660만 원?
-이와 함께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손해배상 부분일 것 같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3년 8개월이다. 방송을 중단하면서 모든 게 날아갔다. 2025년 1월 9일 1심에서 2660만 원 가량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 이후로도 이미 1년 9개월이 지났다. 등록 취소를 되돌리고, KT와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려 백방으로 뛰었다. 그 동안 장비, 사무실, 인력을 사실상 모두 잃다시피 한 셈이다. 그런데 지난 9월 8일 KT가 조정안을 제시했는데, 배상액 2660만 원,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콘텐츠 공급계약 체결 후 송출, 나머지 청구 전부포기, 소송비용 각자부담 등의 내용이 전부다. 물론 송출 재개 부분 자체는 환영한다. 우리는 다시 방송하고 싶으니까. 그러나 3년 8개월의 실손해를 이 액수 하나로 덮고, 나머지 권리까지 포기하라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첫째, 이 액수는 1심에서 법원이 이미 인정한 배상액과 똑같은 금액이다. 법원 판결 이후로도 방송은 계속 꺼져 있었고, 그 기간의 손해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둘째, 3년 8개월 동안 잃은 것은 단순하게 채널 하나가 아니라 소액주주 분들의 손실 약 21억 원, 방송기자재. 제작비 약 17억 원, 부채 등 약 50억 원이다. 순 손실비용이다. KT의 부당한 일방 조치로 모두 발생한 것들이다. 셋째, 재개국에는 사무실 임대·수리, 프로그램 제작 등 많은 비용이 드는데 이 정도 배상액은 턱없이 부족하다. 넷째, '나머지 청구 포기' 조항은 이 액수로 향후 모든 손해배상 권리를 덮으라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자체가 '위법 행위의 대가'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위법한 행정처분을 한 셈이다. 국가배상이 필요한 것 아닌가.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로 국민이 손해를 입으면 국가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등록취소와 특수자료 승인 취소는 모두 법원에서 위법·무효로 판명됐다. 그런데도 국가가 먼저 나서서 배상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우리는 법원의 판단을 이미 받았다. 국가도 그 판단에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우리가 받아야 할 배상 문제와 함께, 별도의 국가배상 청구 가능성도 검토, 추진 중이다."
-KT 제시액으로 재개국 비용이 부족하다면, 정부가 KT에 행정지도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나?
"방미통위는 상고 포기 결정에서 "방송 자유 위축에 유감"을 표하고 행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미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그 약속을 이행해달라고 요구한다. 구체적으로 재개국을 위한 행정적 지원, KT와의 배상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행정청으로서의 역할, 이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 제출·업무 보고 등 세 가지다. 다만 방미통위의 직접 지원이나, 국가 차원의 배상·보상은 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된 절차로 확인해 보고 요구하겠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재개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일TV>는 단순한 방송사업이 아니라 공적 기능이 있다. 남북 대화가 재개되고 통일을 준비할 때, 일반 시민이 제대로 된 정보와 담론을 접할 채널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에서 채널은 사라졌지만 그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다시 방송을 재개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KT와의 싸움이 아니라 재송출을 통한 정상 방송이다. KT 조정안에도 재송출 계약 체결 조항이 있었다. 원만한 조정이 이뤄진다면 KT와도 정상적인 사업 관계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 <통일TV>의 가치는 KT 플랫폼 위에서도 시청자와 만날 때 완성된다."
-시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3년 8개월 동안 기다려주신 시청자들께 죄송하고, 고맙다. 저희는 11월 초, 다시 열린다.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평화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의 채널로 돌아오겠다. 우리는 채널 하나를 되찾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창을 다시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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