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기르지 않고 고기를 얻는다. 도축장 없이 살아 있는 동물 세포만으로 진짜 고기를 만든다. 공상과학처럼 들리지만,이 고기는 이미 몇몇 나라의 식당에서 실제로 팔리고 있다. 배양육, 곧 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 이야기다.
앞서 살펴본 식물성 고기가 콩으로 고기를 '흉내 낸' 것이라면 배양육은 결이 전혀 다르다. 동물의 세포로 기른 성분상 진짜 동물성 고기이기 때문이다.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동물에게서 세포를 아주 조금 떼어 낸다. 그 세포를 커다란 배양기 안에서 아미노산과 당·영양분이 담긴 배양액을 공급하며 근육과 지방 세포로 불린다. 이렇게 증식한 세포를 지지체 위에서 조직의 형태로 자라게 한 뒤 수확하면 고기가 된다. 동물 한 마리를 통째로 기르는 대신 필요한 세포만 골라 키우는 셈이다.
어디까지 왔을까. 2020년 싱가포르가 세계 최초로 배양 닭고기의 판매를 승인하며 물꼬를 텄다. 2023년에는 미국이 식품의약국(FDA)과 농무부(USDA)의 심사를 거쳐 배양 닭고기를 승인했고 2024년 초 이스라엘은 배양 소고기를 승인했다. 그러나 반대의 흐름도 거세다. 이탈리아는 2023년 배양육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미국 플로리다주도 2024년 판매를 막았다. 전통 축산업 보호와 '실험실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뒤섞인 결과다. 한국도 세포를 배양해 만든 식품을 새로운 식품 원료로 심사하는 제도를 갖춰 가고 있다. 요컨대 배양육은 나라마다 '환영'과 '차단'이 엇갈리는 한가운데에 있다.
기술이 넘어야 할 벽도 아직 높다. 첫째는 비용이다. 2013년 세계 최초로 공개된 배양육 햄버거 한 개는 우리 돈으로 수억 원에 이르렀다. 이후 값은 크게 떨어졌지만 여전히 일반 고기와 나란히 경쟁하기에는 비싸다. 둘째는 대량생산이다. 실험실에서 소량을 만드는 것과 공장 규모로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며 이 '규모 키우기'가 상용화의 최대 관문이다. 셋째는 배양액이다. 과거에는 소 태아의 피에서 뽑은 성분을 배양액에 썼는데 윤리와 비용 문제 때문에 동물에서 유래하지 않은 배양액으로 바꾸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넷째는 환경이다. 도축과 항생제, 넓은 목초지를 줄일 잠재력은 크지만 세포를 키우는 데 드는 에너지가 많으면 그 이점이 줄어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를 쓸 때에야 환경적 우위가 분명해진다는 분석이 많아 아직은 '조건부'다.
강점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이는 큰 의미가 있고 좁은 공간의 밀집 사육이나 그에 따른 감염병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라는 거부감, 이것을 고기라 불러도 되는가 하는 명칭 논란, 종교와 전통의 문제까지 넘어야 할 마음의 벽도 남아 있다.
지금의 배양육은 '이미 왔지만 아직 멀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극히 일부 나라에서 소량으로 비싼 값에 맛볼 수 있는 초기 단계다. 이것이 정말 우리 식탁에 오르려면 가격과 대량생산, 그리고 소비자의 신뢰라는 세 고비를 넘어야 한다.
식품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술의 화려함이 아니라 안전과 투명성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식품일수록 철저한 안전성 심사가 앞서야 하고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표시로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배양육이 미래의 밥상에 오를지 여부는 결국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가 정하게 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