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난 지 20개월입니다. 그 긴 시간 동안 훈련기들은 멀쩡히 떴고, 충분히 공사할 시간이 있었는데 국토부는 대체 뭘 한 겁니까? 이제 와서 활주로에 하자가 생겨 1~2년을 더 닫아야 한다니요. 그러고선 광주공항에 20억을 들여 국제선을 띄우겠다? 무안을 두 번 죽이는 꼼수 행정입니다."
지난 11일 무안군 도심에서 만난 박일상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추진위원회 회장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연말 무안공항 재개항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지역민들에게 날아든 '활주로 결함 장기 폐쇄'와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 소식은 무안 지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 2년 방치하다 "활주로 수명 다해 1~2년 닫는다"…"명백한 직무유기"
이 논란은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무안공항 활주로 포장면 내구성 저하를 이유로 2028년 상반기까지 1~2년 가량 전면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무안군 주민들과 추진위가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타이밍'이다. 지난 20개월 가까운 공항 폐쇄 기간 동안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는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박 회장은 "활주로에 균열이 생겼다 해도 6개월이면 충분히 보강 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며 "대통령과 민형배 시장까지 연말 내 정상화를 약속했는데, 이제 와서 활주로 수명을 핑계로 공항 문을 닫겠다는 건 실무진과 장관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분개했다.
무안군 관계자 역시 국토부의 오락가락 행정을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최근 국토부 국장이 무안군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활주로가 10년이 지나 개보수 시기가 왔으니, 공항이 멈춰있는 지금 6~8개월 정도 한 번에 공사하면 어떻겠느냐'며 별일 아닌 듯 말했다"며 "그런데 갑자기 언론을 통해 '안전 문제로 1~2년 폐쇄'가 보도되니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곧 폐쇄될 광주공항에 20억 들여 국제선 임시 취항…혈세 낭비
무안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은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 카드다. 국토부는 최근 무안국제공항 관련 간담회에서 "검토 중일 뿐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북구갑)이 최근 KBS 이슈대담에 출연해 한 발언이 뇌관을 건드렸다.
정 의원은 이 방송에서 "국토부 내부에서 광주공항에 국제선을 임시 운항하는 방안이 상당 부분 검토가 이뤄졌고 '연내 취항'을 전제로 실현 가능성이 꽤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일상 회장은 "무안공항이 정상화되면 다시 철거해야 할 입출국·세관·검역(CIQ) 시설을 광주공항에 20억 원이나 들여 설치한다는 것은 극단적인 혈세 낭비"라며 "통합 이후인데도 지역 정치인들이 무안의 희생을 담보로 광주의 이익만 챙기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국토부에서 최근 광주공항을 방문한 것도 확인했다"면서"심지어 올해 안에 광주공항에서 일본 오사카 1일 2회, 내년부터는 동남아 1일 5회 등 구체적인 운항 횟수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지역 경제 초토화… "민주당 안 찍겠다" 험악한 바닥 민심
공항 폐쇄 장기화로 무안 지역 경제는 이미 쑥대밭이 됐다. 공항 인근 톱머리 해수욕장 주변 상권의 식당과 카페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토교통부 연구 용역에 따르면 참사 이후 지역 여행사 손실액은 281여 억원에 달한다.
참다 못한 추진위 소속 50여 개 지역단체는 11일 무안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시설 복구와 운항 재개 시점이 명시된 로드맵을 즉각 공표하라"며 상경 투쟁과 관계자 형사고발을 예고했다.
이들은 "무안공항 정상화 없이는 광주 군 공항 이전 협의도 즉각 중단하고 모든 이전 절차를 결사저지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박 회장은 "공항 인근 상인들은 매출이 30~40% 이상 급감한 생존의 문제"라며 "의대 문제로 동·서부 갈등이 터지고, 조직개편은 밀실 행정으로 청사 간 밥그릇 싸움이 났는데 공항 문제마저 이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의 목적은 좋았으나 이렇게 갈등만 유발할 바엔 민주당을 더 이상 찍지 말자는 험악한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무안군 관계자는 "지금 현재 무안군 입장에서는 추진위 성명서 내용과 대체로 일치한다"며 "공항이 무안에 있어서 이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권한이 없어 뭔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무기력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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