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전북 부안을 대표하는 여류시인 이매창(1573~1610)은 뛰어난 시문과 거문고 연주로 이름을 남긴 인물이다.
기생의 신분으로 당대 문인들과 폭넓게 교유하며 자신의 문학세계를 구축했고, 오늘날까지 부안을 대표하는 문화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매창의 이름을 역사에 더욱 선명하게 남긴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촌은(村隱) 유희경(1545~1636)이다.
서울 출신의 문인인 유희경은 임진왜란 이후 활동하며 시와 문장, 예문 등으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다. 부안을 찾은 유희경은 매창을 만나 시를 주고받았고 두 사람은 신분과 지역의 경계를 넘어 문학으로 교감했다.
매창과 유희경의 만남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문인 교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매창이 유희경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와 유희경이 매창을 떠올리며 남긴 기록은 두 사람의 문학적 인연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남아 있다.
400여 년이 지난 지금 부안에서는 이 같은 매창의 삶과 문학을 오늘의 문화예술로 되살리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부안군은 지난 11일 매창공원 일원에서 2026년 매창문화제를 열고 매창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한편 군민과 관광객들이 지역의 문화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부안문화원이 주최한 올해 문화제는 단순한 추모행사를 넘어 매창의 문학을 공연과 전시, 학생들의 창작활동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매창묘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군민과 문화예술 관계자 등이 참석해 매창의 삶과 문학적 업적을 되새겼다.
이어 도봉문화원 예술단의 창작 기획공연 '1917년 봄, 매창을 다시 깨우다'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은 매창과 유희경의 문학적 인연을 바탕으로 헌다례와 무용, 국악, 시낭송 등을 결합해 매창의 삶과 문학세계를 현대적인 공연으로 풀어냈다.
매창과 유희경의 인연은 지역 간 문화교류로도 이어지고 있다. 부안문화원과 도봉문화원은 두 문인의 관계를 계기로 문화예술 교류를 이어왔으며, 양 문화원은 자매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도봉뿐 아니라 경북 울진과의 문화교류도 함께 이뤄졌다.
울진문화원은 문화교류 공연으로 '울진 아리랑'을 선보였고, 부안문화원 문화예술인들은 창극 '화초장', 부안군립농악단은 '부안우도농악'을 공연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욱 도봉구청장, 최귀옥 도봉문화원장, 장국중 울진문화원장 등 다른 지역 문화예술 관계자들도 참석해 지역 문화자원을 공유하고 교류를 확대하는 의미를 더했다.
문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또한 매창테마관에서는 '매창을 만나다, 기록으로 이어지다' 특별전이 열려 매창과 관련해 발간된 도서를 소개했다. 특별전은 올해 말까지 계속된다.
매창공원에서는 제55회 매창학생 백일장·사생대회도 열렸다. 관내 초·중·고 학생들이 손편지 쓰기와 예쁜 엽서 그리기 등을 통해 매창의 문학과 예술을 자신들의 언어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밖에 전통놀이와 만들기 체험 등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이번 매창문화제가 매창의 삶과 문학정신을 되새기고 부안의 문화적 가치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됐다"며 "앞으로도 매창이라는 소중한 문화자산을 바탕으로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학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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