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민간 버스업체의 적자를 사실상 대부분 보전하면서도 노선과 배차를 직접 조정하기 어려운 현행 시내버스 운영체계를 손보기 위해 공영제 전환을 추진한다. 당장 전면 공영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영제와 준공영제, 공영제의 재정 부담과 시민 편익 등을 비교한 뒤 울산도시공사를 통한 공영노선 운영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15일 울산시는 울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 공영제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말까지 울산연구원과 공영제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과 추진 방향을 마련하고 이후 타당성 검토 용역을 통해 재정과 조직·인력, 차량·차고지, 자산 인수 등 필요한 사항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울산 시내버스는 민간 운송업체가 버스를 운행하고 시가 운송 적자를 지원하는 민영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시가 재정을 지원하면서도 노선 신설이나 배차 조정 등에는 직접적인 권한이 제한돼 있고 업체의 경영 악화와 노사 갈등이 버스 운행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이어져 왔다.
특히 시는 현재 버스업체 운송 적자의 98%를 지원하고 있어 사실상 준공영제에 가까운 구조라고 보고 있다. 준공영제로 전환하더라도 민간업체가 운행을 맡는 구조가 유지되는 만큼 시민 수요에 따른 노선 조정 등에 일정한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이에 시는 공영제로 전환할 경우 노선 운영 권한을 확보해 시민 수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영제 전환에 따른 재정 부담과 민간업체 자산 인수 문제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산정되지 않았다. 울산시에 따르면 현재 7개 시내버스 업체는 자본잠식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으며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황이다. 미적립 퇴직금과 금융권 차입금 등으로 경영 여건도 빠듯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공영제로 전환할 경우 미적립 퇴직금 문제도 시가 부담해야 할 부분으로 보고 있다.
공영제 전환 이후 매년 투입되는 재정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와 비슷하거나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도 운송 적자를 거의 전액 지원하고 있어 운영비 자체가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지만 공영제 전환 과정에서 노선권과 자산 등을 인수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현재 버스업체에 보장되는 연간 35억원가량의 적정이윤은 공영제 전환 시 사라지게 된다.
시는 전면적인 제도 전환에 앞서 울산도시공사를 활용한 공영노선 운영을 추진한다. 운송면허를 취득하고 차량과 노선, 조직·인력 등을 단계적으로 갖추면서 공공 운영 경험을 축적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연구용역과 실제 운영 결과 등을 토대로 별도의 교통공사 설립 여부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교통공사 설립과 시내버스 공영제 전환은 별도로 검토한다. 시는 내년에 두 사안에 대한 용역을 각각 추진할 계획이다. 교통공사 설립을 전제로 할 경우 자체 용역과 행정안전부 협의, 지정기관 타당성 검토, 조례 제정, 시의회 동의와 공청회 등의 절차가 필요해 빨라도 2029년 상반기에서 중반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교통공사 설립 없이 일부 노선을 공영제로 운영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노선 복원과 증차는 공영제 논의와 별개로 추진한다. 시는 앞서 126번 노선을 복원한 데 이어 오는 10월 3일 추가 노선 복원과 증차를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은 버스업체와 노조가 합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후 노선 조정도 노사 협의를 거쳐 진행할 방침이다.
공영제 전환 과정에서 쟁점이 될 버스 승무원 고용승계에 대해서는 아직 방침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시는 다른 지역의 공영제 전환 사례에서는 대부분 기존 승무원의 고용이 승계됐다고 설명했다. 시는 오는 21일 첫 시민토론회를 열고 시민과 전문가, 버스업계, 노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한다. 공영제 도입을 전제로 결론을 정하기보다 민영제·준공영제·공영제를 비교하고 재정 부담과 시민 편익 등을 검증해 최종 운영체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 김창현 교통국장은 "운송업체의 적자를 계속해서 재정으로 보전하는 방식만으로는 안정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민의 이동권과 공공성을 최우선에 두는 대중교통 운영체계를 책임 있게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