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술에 쓰이는 돈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5년 주요수술 통계연보>를 보면 35개 주요수술에서 2021년과 전체 수술 건수는 비슷했지만, 진료비는 2조 2000억 원 넘게 늘었다. 수술 한 건당 진료비가 늘어난 것이다. 우리는 으레 이런 지표를 보며 '아프면 돈이 많이 들까 봐' 불안해하기도 하고, 어느새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까지 걱정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발달한 기술이 우리를 덜 아프게 하고 더 나은 치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더 건강해졌을까. 의료기술의 발전은 누구의 고통을 덜어주고 있을까.
자궁에 혹이 있으시네요. 실비는 있으세요?
30대 여성의 약 30%, 50대 여성의 약 50%에서 발견된다고 알려진 자궁근종은 특별한 치료 없이 지켜볼 수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궁절제수술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배를 열고 시행하던 수술에 작은 구멍을 몇 개 뚫어 시행하는 복강경수술이 등장했고, 2014년 전후부터는 그 구멍으로 로봇 팔을 넣어 수술하는 로봇수술이 빠르게 의료현장에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자녀 여부나 출산계획처럼 자궁절제수술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여겨왔던 질문에, 실손보험 가입 여부, 곧 환자가 감당할 수 있는 치료비를 묻는 질문이 더해졌다. 놀랍게도 서두에 언급한 수술 통계에는 아직 수술에 들어가는 비급여 진료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자궁을 절제할 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복강경 수술의 진료비가 약 300만 원인 반면(본인부담금은 약 30~50만원), 비급여 로봇수술은 여기에 1000만~1600만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지만 말이다.
기술은 어떻게 환자에게 도달하는가
같은 시간과 인력을 투여할 때 집도의가 더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고, 통증과 회복 기간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그 선택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기술이 의료현장의 경제적 구조와 만날 때 어떤 방식으로 선택되고 확산되는가에 있다.
수술용 로봇은 초기 도입비용이 매우 크고, 장비가 수술실 하나를 차지한다. 한 번 도입한 장비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압력이 다른 수술방식보다 크게 작동할 수밖에 없다. 로봇수술이 더 어려운 수술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과 별개로, 아직 복강경수술보다 로봇수술이 일관되게 더 선호되어야 할 상태나 적응증이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병원에 로봇이 있는지, 의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의지가 있는지는 수술 건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병원 역시 수익과 지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경제적 운영체제다. 대형병원에서 개인 의사의 수익과 순위, 진료과와 병원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달마다 알림으로 전달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공연했고, 로봇수술 건수와 수익에 따라 인센티브가 올라간다는 것도 언론에 보도된 지도 오래다. 수익이 바로 인센티브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다른 방식의 보상이나 병원 내에서의 위상과 같은 이득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조건에서 로봇을 이용하지 않는 의사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설명과 진료를 제공하더라도 신의료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사람, 나아가 병원의 수익 창출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될 수 있다. 반대로 환자는 의사가 권하는 최신 기술을 거절할 때 자신이 더 나은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환자에게 도달하는 과정에는 임상적 가치만이 아니라 병원의 투자와 수익구조, 의료진의 보상체계, 환자가 처한 노동과 돌봄, 경제적 조건이 함께 작동한다.
그렇다면 환자는 정말 어떤 수술을 선택하고 있을까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 밖에서 이용되는 비급여 의료와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은 환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미 국민의 약 70%가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다고 하니, 일생에 한 번 하게 될까 말까 한 큰 수술 앞에서 선택지가 넓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비급여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그 선택지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게 된다.
같은 자궁근종 환자라도 A는 로봇수술을 선택하고 실손보험으로 본인부담금의 상당 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다. 반면 B는 큰 금액의 비급여 진료비를 한 번에 부담하기 어려워 기존 치료법을 선택하거나, 다른 기관을 찾거나, 치료 자체를 미룰 수 있다. 같은 나이, 같은 크기의 근종, 같은 증상이라도 의료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은 다르다. 빠른 회복을 위해 일을 덜 쉬어도 된다는 기대,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 의사의 권고를 거절하기 어려운 진료실의 관계도 서로 다르다. 환자의 선택은 개인의 선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선택의 과정은 로봇수술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의료진에게도 환자에게도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로봇수술이 복강경수술보다 우월하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관련논문 바로가기) 일부 결과에서 장점이 보고되더라도, 높은 추가비용을 정당화할 만큼의 임상적 이득이 있는지는 별도로 물어야 한다. 우리가 믿는 '더 좋은 수술'이 5~6배를 훌쩍 넘는 수술비에 비례한 이득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차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더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로봇수술에 쓰이는 자원이 곧바로 다른 의료서비스를 줄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료체계가 무엇에 투자하고, 무엇을 보상하며, 무엇에 관심을 배분하는지는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건강과 고통은 무엇일까.
최첨단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들
어떤 질환에는 새로운 기술과 장비가 빠르게 도입되고 시장이 만들어지는 반면, 어떤 질환은 오랫동안 '참을 만한 증상'으로 남겨진다. 어떤 고통은 의료의 대상이 되기 전에 '유난한 것' 혹은 '정상'으로 취급된다.
자궁내막증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청소년기부터 시작된 심한 골반통은 "월경통이 좀 심하네요"라는 말 속에서, 때로는 유난하거나 예민한 것으로 여겨지며 오랫동안 방치된다. "일단 진통제 좀 먹어보죠"라는 가벼운 처방 뒤로 여성들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최종 진단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증상 발생부터 진단까지 평균 6~10년의 진단 지연이 다수의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단순히 진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뤄두기에는, 자신의 통증을 질병으로 인정받기까지 견뎌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어떤 의료서비스는 기술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존재하더라도, 사회적 낙인과 제도적 장벽, 비용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낙태'라 불려온 임신중지가 그렇다. 낙인과 높은 병원 문턱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과 중첩되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우며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힘든 사람들의 몸과 삶을 벼랑으로 내몬다. 좋은 의료는 얼마나 정교하게 아픈 부분을 도려내느냐만큼, 어떤 고통을 의료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필요한 사람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치료에 닿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질병의 수술적 치료에 로봇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추가된 것은 분명 의료의 발전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자궁과 생식건강을 둘러싼 의료가 발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궁근종을 발견했을 때 "요즘은 로봇으로 다 수술하잖아요. 정말 좋아졌어요. 걱정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 것. 그동안 왜 어떤 사람들은 그 통증을 오래 견뎌야 했고, 왜 어떤 질환은 늦게 발견되며, 비용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심이 어떻게 치료 자체의 포기로 이어지는지를 함께 묻는 것. 모든 질병, 모든 영역의 의료를 똑같은 정도로 향상시킬 수는 없지만, 의료가 앞다투어 기술적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뒤에 남겨지는지는 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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