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못 갑니다. 그래도 여기 김치찌개를 먹으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밥이 생각나서 찾게 됩니다."
추석 연휴를 앞둔 23일 점심시간, 전남광주 서구 양동 '따뜻한 밥상'을 찾은 택배기사 장모씨(50대·남성)는 배송 도중 이곳에 들러 김치찌개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개업 때부터 이 식당을 즐겨 찾는다는 장씨는 추석 연휴에도 배송 일을 해야 해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당연히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명절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도 여기서 밥을 먹고 나면 꼭 집밥 먹은 것처럼 따뜻하다"고 말했다.
식당 한쪽에는 인근 원룸에서 혼자 사는 취업준비생 A씨가 앉아 있었다. 취업 소식을 들고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었지만,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한 뒤 당당하게 찾아뵙고 싶은데 아직은 내려가기가 그렇다"며 "월세와 생활비도 빠듯한데 차비까지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아 명절도 혼자 보낼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 때마다 여기 운영하시는 목사님 부부가 부모님처럼 '밥 더 먹고 가라'고 말을 건네고 챙겨주신다"며 "명절을 혼자 보내더라도 이곳에 오면 조금은 덜 외롭다"고 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찾은 '따뜻한 밥상'의 메뉴는 3천 원짜리 김치찌개 단 하나다. 일곱 가지 재료로 육수를 내고 국내산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어 끓인다. 갓 지은 쌀밥과 콩나물이 함께 나오며 밥과 반찬은 원하는 만큼 더 먹을 수 있다.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개를 끓이는 사람은 전문 요리사가 아닌 이승정 빛고을고백교회 목사다. 이 목사는 매일 오전 8시에 나와 육수와 재료를 준비하고, 아내는 밥을 짓고 콩나물을 삶는다.
이 목사는 따뜻한 밥상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 "따뜻한 밥 한 끼가 소중한 분들이 많다"며 "노인일자리를 마치고 오는 어르신부터 밤새 물류 일을 한 사람, 청년들,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사람까지 저마다 사정이 있는 분들이 많이 찾으신다"며 고 말했다.
'따뜻한 밥상'이 한 끼에 1만 원이 훌쩍넘는 고물가 시대에 단돈 3천 원으로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옆 건물 정순일 무지개병원 원장이 있다.
재료비, 가스비만 해도 원가가 4천 원이 훌쩍 넘어 장사를 할수록 손해를 보지만 후원금으로 일부를 충당하고, 부족한 돈은 정 원장이 부담하고 있다.
정 원장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식당을 시작한 계기는 5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당부 때문이었다. 어려운 형편에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는 자신이 굶더라도 자식들을 먼저 먹였고,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배고픈 사람을 도우며 살라고 유언처럼 당부했다.
정 원장은 "어머니께서는 어려운 형편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먹이고 가진 것이 있으면 나눠주셨다"며 "저에게도 항상 감사하며 살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라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무료로 밥을 나눠주는 대신 3천원을 받는 것도 손님들이 눈치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적은 돈이라도 직접 내고 당당하게 들어와 필요한 만큼 먹게 하자는 취지다.
정 원장은 "하루에 이 한 끼가 생명 같은 사람이 한 명만 와도 식당을 연 보람이 있다"며 "손님이 늘어 적자가 커져도 그만큼 많은 사람이 따뜻한 밥을 먹었다는 뜻이라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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