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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의 우울을 알아차리는 어른

작은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

[도기봉칼럼] 아이의 우울을 알아차리는 어른

▲도기봉(철학박사) 대구청소년성문화센터장 ⓒ본인 제공

“괜찮아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물었을 때 돌아오는 가장 흔한 대답이다.

“별일 없어요.”

“그냥 피곤해요.”

“귀찮아서요.”

우리는 이 말을 얼마나 쉽게 믿고 돌아서는가.

질병관리청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우울감 경험률은 남학생 21.7%, 여학생 29.9%였다. 전년보다 각각 1.4%포인트, 2.6%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청소년이 일상을 멈출 만큼 힘든 마음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우울감 경험이 곧 우울증 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일상을 멈출 만큼 슬프고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신호라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우울이 언제나 ‘우울한 표정’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말수가 줄고 친구를 만나지 않으려 한다. 좋아하던 일에 흥미를 잃고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거나 반대로 잠들지 못한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변화를 너무 쉽게 ‘사춘기’라고 부른다.

“원래 그 나이 때 그래.”

“요즘 애들은 다 그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어.”

아이에게는 이 말이 어떻게 들릴까.

아이의 변화를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놓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른은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평소와 다른 모습을 알아차려야 한다. 하루 이틀의 기분 변화보다 말투와 수면, 식사, 친구관계, 학교생활, 좋아하던 활동에 변화가 생기고 그것이 지속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그다음에는 말을 걸어야 한다. “왜 그래?”라고 다그치기보다 “요즘 많이 힘들어 보여. 무슨 일이 있어?”라고 묻는 것이 낫다. 당장 대답하지 않더라도 “말하고 싶을 때 내가 들어줄게”라고 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해결보다 공감이 먼저다.

“그 정도 일로 힘들어하면 어떡해.”

“다 지나갈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이런 말보다 “그 일이 너에게는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말이 먼저일 수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빨리 알려주는 어른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어른일지도 모른다.

혼자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거나 학교생활, 수면, 식사, 대인관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다면 학교 상담교사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의료기관 등 전문적인 도움으로 연결해야 한다. 어른의 역할은 아이를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데 있다.

특히 “죽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와 같은 말을 한다면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를 혼자 두지 않고 보호자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안전을 먼저 살펴야 한다.

청소년의 마음을 보다 세밀하게 살피려는 변화도 시작됐다. 질병관리청은 2026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정신건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우울증 선별도구인 PHQ-9을 새롭게 도입하고, 스트레스 원인과 외로움, 주관적 행복감 등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데 거창한 검사부터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소의 아이를 알고, 평소와 달라진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그리고 아이가 “괜찮다”고 말했을 때 그 말만 듣고 돌아서지 않는 것.

아이는 때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더 크게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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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대구경북취재본부 김기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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