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감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 고발은 줄인 반면, 의결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수사요청과 수사참고자료 송부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 재임 시기에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면서 감사원의 수사기관 사건 이첩 절차에 대한 통제와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경기 부천을)이 12일 공개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유 전 사무총장 취임일인 2022년 6월 15일 이후 감사원의 수사기관 이첩 방식에 변화가 나타났다.
감사원법 제35조에 따른 고발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2021년 연평균 8.5건이었던 고발은 2024년과 2025년 각각 5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수사요청은 2020년 8건, 2021년 25건, 2022년 22건에서 2023년 47건, 2024년 52건으로 늘었다. 유 전 사무총장 재임기인 2023~2024년 수사요청은 총 99건에 달했다.
당시 감사원 감사사무 처리규칙 제65조 제1항 단서는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감사원은 해당 예외 규정에 따라 사무총장과 감사원장의 결재로 수사요청을 진행해 왔다. 이후 절차적 통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해당 규칙은 지난 4월 28일 감사위원회 보고 의무 등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범죄혐의가 확실하다고 인정되지 않더라도 수사에 참고할 필요가 있을 때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검찰 등에 자료를 보내는 수사참고자료 송부도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7건 수준이었던 송부 건수는 2023년 15건으로 늘었다. 유 전 사무총장 취임 이후 약 2년간 송부된 수사참고자료는 총 41건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이첩 방식은 전임 정부 인사와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주요 감사에서도 나타났다. 감사원은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관리·감독 관련 국민감사청구 감사가 진행 중이던 2023년 8월 7일 권태선 당시 방문진 이사장 등 3명에 대해 감사방해 혐의와 관련한 수사참고자료를 대검찰청에 송부했다. 권 이사장은 이후 올해 5월 경찰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13일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에서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전임 정부 인사 23명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이 가운데 12명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날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 등 7명에 대한 수사참고자료도 검찰에 송부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정기감사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복무점검 등에서도 수사요청과 수사참고자료 송부가 병행됐다.
김기표 의원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고발 대신 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는 수사요청과 수사참고자료 송부가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며 “감사원의 수사기관 사건 이첩 절차가 본래의 원칙과 법적 취지에 맞게 투명하고 엄정하게 운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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