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해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이제 엮이지 않는 게 상책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해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이제 엮이지 않는 게 상책

[기고] 대우크라이나 정책, 이래야 한다

9월 하순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밝힌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라며 아쉬움을 표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 측이 "합의한 적 없다"고 맞서면서 논란이 일자, 외교부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측의 해명 또는 사과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하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왜 비공개 합의를 어겼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적절한지 평가해 보고자 한다.

우선 쟁점인 양국 간 비공개 합의 여부에 대해 살펴 보자. 그간의 정황을 볼 때 양측이 비공개에 합의하였고 양측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9월 말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설명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포로 송환 협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먼저 비공개 요청을 했고, 우리 정부는 우리 정부대로 우크라이나 입장을 존중하는 한편 당사자들과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신변 안전 등을 고려하여 비공개 방침을 취하였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 7월 초 이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양국 정상 회동 시 비공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으나 그간 양국이 외교 채널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느 수준에서였든 비공개 합의가 있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가 간 협상 또는 협의와 관련하여 양측 실무선에서 무언가 합의가 있으면 합의가 있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정상회담에서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그러한 주장은 우크라이나 정부 내부적으로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못하여 젤렌스키 대통령은 몰랐을 수 있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외교적 오해"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물론 젤렌스키 대통령이 합의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나름대로 판단하여 공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나라에서든 국가원수가 실무선에서의 합의를 뒤엎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렇다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대부분의 회원국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사안에 대해 왜 공개하였을까?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6월 말 방한하였을 때 송환 시기에 대해서는 얼버무렸다. 그간 협상에서 양측은 공식적으로는 북한군 포로의 송환은 국제인도법에 따르는 것일 뿐이라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한국의 지원 문제도 함께 논의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7월부터 러시아가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면서 방공무기가 바닥난 우크라이나가 큰 피해를 보자 우크라이나 측은 한국에 대해 여러 차례 방공무기의 제공을 요청하였으나 한국 정부는 그간의 지원 원칙에 따라 그러한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취하였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었다. 국내 일각에서는 살상 무기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정부는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개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그럴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의 송환 요청에 부응하였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한국이 이럴 수 있느냐라는 외침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간 우크라이나의 행태를 보면 외국의 침략을 받아 외부 지원이 절실한 나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나 태도를 자주 보였다. 우크라이나는 도움을 주는 나라에 대해 마치 "전에 맡겨 놓은 것 내 놓으라" 식으로 행동하였다. 이번 사태도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한국이 북한 군인들을 넘겨달라고 요청했다"며 "한국 헌법에 따르면 그들은 한국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 사람을 넘겨준 것"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사실 2025년 1월 북한 병사 2명이 생포되었을 때 우크라이나 정부는 처음부터 한국으로 송환할 생각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으며 당시 한국 측이 관심을 보이자 사실상 대가를 기대하고 협의를 시작하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군 포로들이 국내로 들어온 시점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엔 연설 직전인 것 같은데 송환을 공개 언급한 것은 한국 내 일부 보수층의 지지를 기대하면서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누적 지원액은 2026년 10월 현재 7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밖에 2024년 4월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장비 구입, 인프라 재건 등을 위해 21억 달러 저금리 차관을 위한 기본협정에 서명했다. 2023년 3월에는 미국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155mm 포탄 50만 발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그간 우크라이나 측은 살상 무기를 지원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였고 그들의 태도는 때때로 고압적이기까지 하였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대해 각종 제재를 부과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대러시아 정책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할 만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번에 정부가 대사 소환이라는 외교적 강수를 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무마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러시아가 북한에 제트 엔진 드론 기술을 공유했다며 "매우 위험한 순간"이라고 하였다. 우크라이나가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운운하며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는 한국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북한 위협을 거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러한 언행은 주제넘은 것이다. 또한 지난 7~8월에 한국의 여러 항구에서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이 선박에 실려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운송되었다는 10월 초 외신 보도를 인용하면서 한국이 러시아를 돕고 있다고 비난하였다. 그렇지만 언론 보도 대로 한국 정부나 기업이 관여되었는지 확인된 바 없으며, 그간 한국 기업들은 대러 교역에 있어 한국 정부가 취한 수출 통제 품목 고시를 준수해 왔고 경유와 같은 석유류 제품은 그 리스트에 들어있지도 않다. 더욱이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푸틴 대통령과 합의하였다고 밝히고 이에 맞춰 러시아산 경유의 미국 수입 등을 허용하는 한시적인 대러 제재 완화 조치도 내놨다.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의 정유 시설이 심각한 타격을 받아 경유가 부족해졌고 그래서 한국에서 경유를 가져갔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는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지난 8월 쿨레바 전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북한이 많은 미사일을 가져왔다"고 하면서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외면한 채 우리에게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며 "한국의 신이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한국을 비난하였다. '북한이 러시아를 도우니 한국은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라는 황당한 논리이다. 또한 우크라이나군 아조프 연대 지휘관 출신인 크로테비치는 SNS에 글을 올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한국 대통령은 어느 누구를, 특히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협할 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국내 일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정론이 상당한데,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정의감의 발로로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보지만 그런 정의감 내지 도덕적 판단은 무차별적이어야 한다. 그 잣대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비롯하여 세계의 모든 분쟁지역에 적용되어야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정되어서는 설득력이 없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특별한 태도를 보이는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에는 한국에 대해 어떤 나라였는가? 예를 들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리 교과서의 동북아시아 지도에 '독도'는 없고 '다케시마'만 있고 '동해'는 없고 '일본해'만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22년 모 신문 기자가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설명을 요구하였으나 한동안 답변을 하지 않다가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없는 두루뭉실한 답변을 내놓았을 뿐이다. 주일 우크라이나 대사는 혐한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 더욱이 서방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ICBM(대륙간 탄도탄)과 SLBM(잠수함 발사 탄도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술의 일부를 우크라이나로부터 입수하였다는 의혹이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쟁 지원 중단까지 고려하는 강력한 대응' 응답이 35.5%인 반면 '장기적인 관계를 고려하는 신중한 대응' 응답이 58%이었다. 일부 매체들과 야당 의원들이 국익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제기하는 것은 800조 원에 가까운 규모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이다. 그런데 복구 사업에 필요한 그만한 재원을 우크라이나는 갖고 있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미 엄청난 규모의 외채를 안고 있다. 그간 미국과 유럽연합이 제공한 지원은 인도적인 목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차관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농지의 상당부분이 이미 외국 자본에 넘어간 상태이다. 재건 사업의 규모가 '800조 원'이라는 이야기와 그만한 돈을 우크라이나가 조달할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미국은 이미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 사실상 모든 지원을 중단한 상태이고 서유럽 국가들은 그간 지원한 것만으로도 국내적으로 재정 운용에 어려움이 있어 교육과 복지 분야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방에서 동결한 러시아 자산(EU내 동결자산 추정: 2380억 유로)을 몰수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두 차례 세계 대전 기간에도 적국의 자산을 건드린 적은 없었다. 이는 국제법 위반과 금융 시장에 대한 신뢰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EU내 러시아 자산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는 벨기에는 일부 국가들의 이런 주장에 난색을 표하였다. 전쟁이 끝나면 벨기에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2024년 4월 체결한 21억 달러 규모의 기본 협정에 따라 대외경제협력기금을 활용한 사업에 불과할 것이다. 즉 우리 국민의 혈세로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전후 복구 사업의 기회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 쪽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정부는 이 점을 인식해야 하고 기업들은 이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외국의 침략을 받아 어려움에 처한 나라로서 우크라이나는 염치없고 주제넘은 언행을 일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정부가 약지 못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 측의 반발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이 대응하는 태도를 보면 우리가 굳이 사태를 확대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결국 줄 것은 다 주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하고 공연히 대한민국이 '스타일만 구기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이미 문서로 약속한 것은 이행하되 앞으로의 추가 지원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은 막연한 동정심과 서방과의 관계에 얽매이기보다는 좀 더 냉정하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우크라이나가 계속 이런 식이라면 불필요하게 엮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